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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붐 세대 탐구 생활/또순이 어렸을 적에

또순이 어렸을 적에 5 - 나 홀로 집에

by 영숙이 2019. 8.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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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이사

   

   입학식 이후 사택에서 이사를 했다. 


   트럭에 짐을 잔뜩 싣고 영동역 앞에 있는 오래된 한옥에 부려 놓았다. 

   또순이는 이삿짐과 함께 타고 와서 살림살이가 한옥으로 들어가는 것을 지켜보았다.  
  

   아버지가 청주 시청으로 발령이 나서 사택을 나와야 했고 주말에 기차를 타고 왔다 갔다 하기에 편리한 영동역 앞에 집을 구하신 것같다.
   

   방 하나에 농을 놓고 여러 살림살이에 식구들이 함께 생활하는 단칸방.


   단칸방 작은 봉창 문으로는  대신 사용하는 초록  가득한 작은 비탈에 이름 모를 하얀 꽃들이 매화였을까?

   피어 있는 것이 보였다.

 

 

14. 나 홀로 집에

   한밤중 자고 있는데 누군가 깨워서 일어나 졸린 눈을 뜨고 엄마를 바라보니 엄마가 외출할  입으시는 한복 저고리 옷고름을 매시면서  계셨다.   

   키가 큰 엄마가 서 있어서 방안이 가득 찬 거 같았다. 

 

   동생들도 옷을 입고 앉아 있었고,  보따리가 쌓여 있어서 주위가 부산스러웠다.  


   한참 올려다봐야 하는 엄마 바라보면서 물었다.
     

      " 엄마, 어디 ? "
     아버지가 다쳐서 병원에 입원하셨어! 병간호하러 가니까 또순이는 여기서 학교  다니고 있어! 옆집 친척 아줌마한테 부탁해 놨으니까 밥 때 되면 밥 가져다 줄거야! "


   다시 스르르 잠이 들었고 아침에 일어나니 방안에 아무도 없었다.

   어스름한   방안이 너무도 낯설어서 우두커니 혼자 앉아 있었다.

 

15. 나 홀로 집에 - 기차 역에서

    

    학교 가도 혼자이고 

    집에 와도 혼자이고 

    말할 사람도 없고 맨날 혼자였다. 
   

    학교에는 선생님과 아이들이 가득 있고 

    길에는 사람들이 많이도 왔다 갔다 하는데 

    세상에 사람이 하나도 없는 것처럼 혼자였다. 
   

    또순이 혼자였다.


    아버지가 청주로 발령이 나면서 사택에서 이사해서 

    아버지가 왔다 갔다   편하시도록 영동  가까이에 살았었는데

    그  옆에  작은 초록풀 비탈 담에 피어 있던 보라색과 흰색 수국은 어찌 그리 화사한지


    점심은  챙겨 주기로 했는지 점심도  먹고,  일도 없고, 혼자 심심하니까 매일 영동 역에 나가서 청주에서 오는 기차를 기다렸다.  


    기차가 도착하면, 

    역무원이 사람들이 내미는 기차표를 받는 개찰구  매달려 들어오는 사람들 얼굴  사람  사람을 쳐다보면서 확인하였다.

  
    사람들이 각기 자기가 속해 있는 곳을 가느라고 해가 뉘엿 뉘엿 넘어가는 영동역 광장을 바쁘게 빠져 나가고 있는 뒷모습을 물끄러미 보고 있으면 역무원이 말했다.
   

    " 사람들 이제  들어왔어! 오늘  오시는가 보다! " 
    " 청주에서 오는 기차 이제 없어요? "
    " 이게 오늘 오는 마지막 기차야! "   

 

   영동역 광장 앞에 서서 멀리 자그마하게 흩어져 가는 사람들의 뒷모습과 함께 석양을 따라 집에 돌아오면 아주머니가 한참이나 있다가 저녁 밥상을 들고 올 때가 많았다. 

 

  ' 내가  바빠서 어디 갔다가  늦었네? ' 

 

  하면서 옆집 아주머니가 작은 소반에 챙겨  저녁을 가지고 서편으로 넘어가는 태양빛을 따라서 나타날 때까지 하염없이 바라보던 보랏빛과 하얀 수국의   빛깔은  정말 화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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