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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붐 세대 탐구 생활/또순이 어렸을 적에

또순이 어렸을 적에 8 - 마루

by 영숙이 2019. 8.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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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친구 명자 1

  

  학교에서 오는 길에 명자를 만났다. 

  외갓집 동네에서 ~ 같은 나이, 같은 학년에 다니는 여자애.


  명자네 집은 동네 끝이었다. 
  학교 끝나고 가방을 외갓집 마루에 던져 놓고 명자네 집으로 따라갔다. 
   

  명자  할머니가 마루 아래 높은 뜰팡에 굽은 허리와 하얀 머리로 서 계시다가 명자를 보고는 말씀하셨다..

 

  "부엌에 감자 삶아 놓았어." 
   

  명자는 씨알이 작은 감자 하나를 또순이에게 주면서 소리를 질렀다.
   

  “할머니, 오늘도 감자를 덜 삶았네? 덜 삶으면 맛이 없단 말이야! ”
  “어때서? 맛있기만 한데? "
   

  명자는 또순이에게 

   

  "감자를 푹 삶으면 낭비가 많다고 항상 덜 삶으셔"

 

  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또순이보다  똑 부러지고, 말도 잘하고, 행동도 재빠르고, 작고 까무잡잡한 얼굴에, 눈이 반짝반짝하던 명자.

  명자의 점심은 덜 삶아진 감자였고, 오늘은 그걸 또순이 하고 나누어 먹은 것이다. 
   

  '외갓집에는 학교 끝나고 오면 가마솥에 흰 쌀밥 그릇이 들어 있는데......'


  명자네 집 대문에서 나가니까 바로 앞에 있는 넓은 포도밭에서 초록색 포도알이 맺혀 가고 있었다.

  포도밭을 돌아 나가니까 외할아버지가 거름을 지고 와서 밭에 뿌리고 계셨다. 
   

  "너네 외할아버지 밭 옆에 있는 밭이 우리 밭이야!"


  외갓집 밭에는 제법  가지가 튼실하게 벌어진 뽕나무들이 사람이 올라서 버틸 정도의 나무가 되어 리어카 길  비탈 쪽에  길게 서 있었다. 

  뽕나무 들은 넓고 연한 연두색 잎들을 투명한 햇볕에 반짝반짝 ~ 우리를 향하여 반갑다는 듯이 흔들고 있었다. 
     

  "너네 할아버지한테  뽕나무에 오디 따먹어도 되는지 물어봐!"

  "할아버지 뽕나무 오디 따먹어도 되요?"
  "뽕나무 가지 부러트리지 말고 조심해라!"
 

  명자와 또순이는 나무를 타고 올라가 앉아서 까맣게 익은 오디를 따먹었다.

  그렇게 달콤하고 맛있는 걸 먹어 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점심을 안 먹은 배가 부르도록 따먹고서야 만족스럽게 서로를 바라보며 깔깔거리고 웃고 있는데 입술과 입속 그리고 손가락이 오디 때문에 온통 새까맣게 물들어 있었다.

 


 23. 누렁이 마루

 

  외갓집 마루 아래에는 누렁이 한 마리가 살고 있었다. 

  마루 아래에 살고 있다고 이름을 마루라 붙였을까?
     

  마루는 동네 사람이나 한번 다녀간 사람에게는 절대로 짖지 않았지만 모르는 사람이 외갓집 대문을 넘어오면 온 동네가 다 울리도록 컹컹 댔다

  정말 잘 생기고 순한 얼굴의 마루다.
  가족에게는 딱 한번 보았더라도 선한 눈길로 바라보면서 긴 꼬리를 마구 ~ 마구 흔들어댔다. 
  

   "개를 오래 키워서 눈치가 너무 빤해. 그래서 개를 오래 키우면 안 된다니까?"  

   "마루를 개장수한테 팔려고 하니까, 개장수만 오면 산으로 도망가서 내려오지를 않네!"


  할아버지는 눈치가 너무 빤한 마루 파는 일을 드디어 포기하셨다.

 

 

24. 산 넘어오신 할머니

 

  할아버지가  하얀 머리에 곱게 생긴 할머니를  마루 끝에 앉혀 놓고  대접하고 계셨다. 


  우물가  대문 집이라서  마을을 지나는 나그네들이 종종 외갓집에 들려서 물 한 잔을 청하였었다. 


  또순이는  그 옆에 앉아서  할아버지가  낯선 할머니한테 

     

  "어디서 오셨습니까?  과년한 딸이 있는데 좋은 총각 중매 좀 서 주셔요."

   

  간곡하게 부탁하는 소리를 듣고 있었다.

  할아버지가 누군가에게 그렇게 간곡하게 무언가를 부탁하는 소리를 처음 들어본 것 같다.

  누구에게도 아쉬운 소리를 하실 분이 아니다. 딸의 혼사 문제만 아니면 그렇게 누군가에게 부탁을 하실 분이 아니신 것이다.

  곱게 생긴 할머니는 마당을 바라보면서 할아버지의 말을 듣고 있었고 할아버지는 할머니 얼굴을 바라보며 그토록 여러 번 부탁의 말을 하고 있었다.

 

  할머니는  동네를 지나 외갓집 산이 있는 쪽에서 그 높고 험한 산을 넘어 군서라는 곳에서 오셨다고 하셨다. 

  초등학교 5학년 말쯤  또순이가 이사 갈 군서면에서......


  할머니는 뚱땡이 이모를 당신 아들한테 중매했고 아들을 만나기로 약속한 날자에 이모랑 둘이서 그 높고 험준한 산을 넘어 할머니 집에 가서 하룻밤을 잤다. 


  산은 정말 높고 높아서 아무리 올라가도 산꼭대기가 안 나오고  숲은 우거져서 한낮인데도 컴컴해서 무섭기조차 하였다.

  다 올라가서는 내려가고 또 내려가고 드디어 할머니 집이  보인다고 할 때에는 어찌나 반갑던지.


    할머니는 혼자서 이 길을 걸어서 넘어오신 것이다.

  
    군서 초등학교가 있고  면사무소가 있고 할머니 집 대문 밖에는 한아름이 아니라 두아름쯤이나 되는 커다란 느티나무가 버티고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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