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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붐 세대 탐구 생활/또순이 어렸을 적에

또순이 어렸을 적에 9 - 뚱땡이 이모 결혼

by 영숙이 2019. 8.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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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사돈 동네 느티나무

    

   사돈 할머니 동네에는 도로 쪽으로 어른 두사람이 두팔 가득 안아도 손이 닿지 않을 정도로 커다란 느티나무가 있었다. 

   커다랗지만 옆으로 뻗어 있어서 올라타기 쉽게 되어 있었다. 

   그렇다해도 아무나 올라갈  있는 높이는 아니었다. 


   사돈 집에 있던 남자애가  나무에 훌쩍 올라 타더니 옆으로 뻗어 있는 튼실한 의자 같은 가지에 올라 앉아 하모니카를 불기 시작하였다. 
   또순이는 아득하게 보이는  나뭇가지를 올려다보면서 남자애가 부르는 하모니카 소리를 듣고 있었다.


     “ 나의 살던 고향은  피는 동네 ~ 복숭아꽃 살구  아기 진달래 ~ ” 
     ‘ 우와 높은데 저기를 어떻게 올라갔지? 하모니카도 진짜  부네? ’ 

 

   동네 느티나무에 올라가 하모니카를 부는 소년의 모습은 마치 동화책에 나오는  장면 같았다. 


    느티나무는 밝았고

    소년도 밝았고 

    소년이 부는 하모니카도 밝았고 

    그것을 바라보는 또순이도 밝기만  시절이었다.

 

26. 외할아버지

    구척장신이라는 표현이 어울리는 분이셨다. 

    삼국지에 관우가 외할아버지처럼  생겼을 것 같다. 


    또순이는 외할아버지가 언제 주무시고 언제 일어나는지 몰랐다.     
   언제나 새벽에 일어나셔서 논에 다녀오시고 마당을 쓸고 쇠죽을 끓여 주고 아침상을 받는다. 


   뚱땡이 이모한테 화내는 걸 본 거 외에는 화내는 걸 본적이 없고, 또순이가  뵈었던 외할아버지는 볼 때마다 언제나 일을 하고 계셨다. 


   소등을 긁어주고 퇴비를 내고 똥장군 지게를 지고 밭으로 나르고 농사 뿐만 아니라 소 키우는 일에도 심혈을 기울이셨다. 

   농촌에서 소는 돈을 만들어주는 돈줄이기 때문이다. 


   송아지가 큰 소로 자라나면 장에 나가 팔고 송아지로 바꾸어 온다.

   한번은 농사일에 도움이 되는 황소 대신 암소를 사셨다.

   새끼를 배서 송아지를 낳을 때는 밤새 주무시지 못하고 돌보셨고 암소는 그 다음 날 낮에 송아지를 낳았다.

   처음에는 송아지가 그 가는 다리로 버팅기며 흔들 흔들 서 있더니 결국 걷지 못하고 누워 있었다. 


    마을 회관에서 아이들과 놀고 있는데

    외할아버지가 지게에 송아지를 지고 산쪽으로 가고 계셨다.

    또순이는 할아버지를 한참이나 따라가면서 밭둑에 조로록 피어 있는 꽃들을 보았다. 


    빨갛고 앙징맞게 피어 있는 작은 패랭이 꽃들.

 

    또순이에게는 패랭이 꽃은 이쁘지만 슬픔이 묻어나는 꽃이었다.

   

    무표정하게 지게를 짊어 지고 산으로 올라 가시던 할아버지의 가슴 속에 고여 있을 슬픔이, 제대로 울어 보지도 못하고, 서 있어 보지도 못하고 할아버지 지게에 누워 있는 송아지의 슬픔이 묻어나는 꽃

 

27. 뚱땡이 이모 결혼

   저녁마다 외갓집 마루에 등불을 켜고 동네 아가씨들이 모여서 수를 놓기 시작하였다.

   

    " 뭐하셔요? "

    " 수놓는거야. 책상보. 이불보. 베겟잇에  놓는거지! "

    " 수놓아서 어디에 써요? "

    " 너네 뚱땡이 이모 결혼할  가져  거야! " 

 

  수줍고 발그래진 얼굴로 동네 아가씨 한명이 대답을 하였다. 


  어느 날 학교에 다녀오니 외갓집 마당이 사람들로 북적 북적 

 

  외갓집 마당에  놓은 천막 아래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잔치 국수를 먹고 있었다. 

  대문 집이라서 지나가던 사람들도 들어와서 먹고 .....


  엊저녁에는 홍성 사시는 고모할머니라는 외할아버지 여동생 분이 오셔서 하루  주무셨다. 

  마당을 내려다 보시며 말씀하시는 할머니의 하얀 머리카락이,  고운 얼굴이 마치 마당에 내려 앉은 달빛 같은 분이셨다.

 
  구식 결혼식을 하던 시절이었지만 뚱땡이 이모 남편이 미군부대에서 일하셔서 결혼식은 결혼식장에서 신식으로 웨딩드레스를 입고 하고 혼인잔치만 외갓집 마당에서 하는 거였다. 


  부엌에 들어 가서 부치고 있던 전도 먹고 잔치 국수도 먹고 

  이리 기웃, 저리 기웃. 

  신기한  너무 많고, 먹을 것도 많고, 사람도 많고, 모든 것이 풍성한 잔치.

 

  딸들이라고 초등학교도 제대로 보내지 않아서 겨우 한글만 깨우치신 분들이다.

 

  큰이모는 대전 시청에 다니시는 분하고 결혼 하셨고, 또순이 엄마는 군청 공무원 그리고 뚱땡이 이모는 미군부대서 군무원으로 일하셨던 분하고 혼인 하셨고 막내 이모도 사업하시는 분하고 결혼 하셨으니 외할아버지는 누구도 시골에 시집 보내지 않으신 것이다

   

  뒤돌아보면 참으로 신기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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