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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붐 세대 탐구 생활/또순이 어렸을 적에

또순이 어렸을 적에 10 - 환갑잔치

by 영숙이 2019. 8.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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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외 할아버지 환갑잔치

    

   사랑방에 동네 어른들이 모여 앉아서 외 할아버지와 밤도 깎고 사과도 깎고 배도 깎고 있었다. 

   깎아 놓은 밤톨을 입안에 넣고 먹으면서 동그랗게 깎아서 접시에 높이 ~ 높이, 산처럼 높게 쌓는 모습을 신기한  구경하였다.


    마당에 천막이 쳐지고 

    방에 커다란 상이 놓이고 

    엊저녁에 깎아놓은 밤, 사과, 배, 대추들과 시루떡과 고기와 여러 가지 음식들이 접시에 높이 ~ 높이 차곡 차곡 예쁜 모양으로 산 같이 쌓여서 상위에 놓이고 

    그  앞에  곱게 입은 외 할아버지와 외할머니가 앉으셔서 고운 옷을 입은 이모들과 외삼촌이 절하는 것을 받으셨다. 

    내가  모르는 친척 분들도  앞에 나아가 절을 하였다.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는 흡족한 얼굴로 환하게 웃고 계셨다. 
     

    "화자야(또순이 아명) 너도 와서 절해야지!"
   

    또순이는 부끄러워서 사람들 틈에 숨어서 나가지 못하고

    빼꼼 빼꼼.


    동네 사람들이 천막 아래 모여서 잔치국수를 먹고 

    부엌에서는 하루 종일 전을 굽고 

    마당에 있는 화덕에서는 하루 종일 잔치국수를 끓여 내고 있었다. 


    부엌 앞에  있는데 뚱땡이 이모가 주황색의 동그란 과일 하나 주셨다. 

    어떻게 먹는지 몰라서 들고  있으려니까 이모가 껍질을 까서 알맹이를 하나 입에 넣어 주셨다. 

    단물이 입안에 고이는데 세상에 태어나서 처음 먹어보는 과일인데 정말 맛있었다. 

     

    '귤'

   

    이라는  처음 만난 거였다.

 

29. 땀띠

   외갓집 부엌에서는 항상 쇠죽을 끓였다. 

   소를 키우기 위해서  먹이인 여물을 끓이는 것이다.  

   초저녁과 새벽이면 끓이는데 덕분에 부엌과 연결되어 있는 큰방은 항상 절절 끓기 마련이다. 

   또순이는 피곤해서 저녁 먹고 나면 큰방에서 곧바로 곯아 떨어졌뜨거운 방에서 자다 보니 이마와 머리에 땀띠가 났다.


   땀띠를 긁어서 머리 속에는 커다란 종기가 생겼 이마에는 부스럼이 생겼. 

   외할아버지가 종기는 짜야 낫는다고 윗방으로 들어오라고 하였다. 

   외할머니가 또순이를 잡고 외할아버지가 머리에 있는 밤톨만한 종기를 짜기 시작하였다. 


    동네가 떠나 가라고 목청껏 고함을 질러댔지만 외할머니도 놓아 주지 않았고 외할아버지도 짜는  멈추지 않았다. 

   드뎌 짜고 짜고 ~

   또 짜고 ~

   다 짜고 나서야  주었다.

 
   머리 속에 종기는 없어졌지만 그렇게 고함 쳐대고 울었던 일은 얼굴에 눈물 얼룩으로 남았다. 

   동네 사람들  들을 수 있을 것 처럼 그렇게 고함을 쳐 댔는데도 아무도 모르는  같았다.


   언제부터인가 더워서 밤잠을 설칠 때면 외할머니는 또순이 머리카락 속에 손을 넣어서 문질~ 문질 ~. 

   

   땀띠야 사라져라!

   

   그렇게 시원할 수가!

   

 

30. 외삼촌

   

   외할머니가 밥상을 마루에 가져다 놓기 전에 외삼촌을 불러 오라  때면 정숙이네 사랑채로 갔다. 

   동네 외삼촌 또래들이 잔뜩 모여 앉아서 화투를 치고 있었다.

   

   "외삼촌 저녁 먹으래!"

   "알았어!"

   "늦게 오면 혼난다!"

   "알았다고!"
   

  외삼촌은 금방 오지 않았다. 

  외 할아버지가  번이나 투덜~ 투덜 거리고 있으면 외할아버지가 밥을  먹기 전에 외삼촌 뛰어 오는 소리가 들리고 외할아버지한테  잔소리 들으면서 저녁을 먹고는 하였다. 


   날마다 모여서 화투를 치던 삼촌과 또래 친구들이 개울가로 물고기를 잡으러 간다고 이것저것 챙겨서 또순이도 덩달아 신이 났다. 


    할아버지네 논으로 가는 길에 있는 개울가로 대나무 손잡이에 그물을 엮어 만든 그물망과 통발이와 잡은 물고기를  고무 양동이를 들고 외삼촌 친구 2명과 물고기 잡으러 갔다.

 
    눈에는 키가 엄청 컸던 외삼촌이 그물망을 손에 잡고, 

   친구들은 고무신을 신은 채로 개울가를 발로 훑어갔지만 

   고기들이  이사 갔는지 피라미 몇 마리만 잡힐 뿐이고 고기처럼 생긴 것은 잡히지 않았다. 
   한참 훑어가다가 통발을 꺼냈지만 신통치 않았다. 

   미꾸라지  마리가 전부였다. 

 

   고무 양동이에 피라미 몇 마리 담아 가지고 돌아와, 피라미 배를 따고 고추장을 넣고 끓였지만  물고기 양이 너무 소소해서 물고기 맛은 전혀 안 나고 고추장에 빨갛게 물든 그냥 감자국을 먹었다. 


   물고기는 조금 잡았지만

   물고기를 잡느라 털썩이던 개울물은 또순이 가슴에 가득 채워졌다. 
   정숙이네 희미한 초롱불 아래 웅성이며 화투짝을 들여다 보는 대신 개울가를 텀벙대던 외삼촌의 팔팔한 기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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