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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붐 세대 탐구 생활/또순이 어렸을 적에

또순이 어렸을 적에 36 - 친구여 1, 2

by 영숙이 2019. 9.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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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 < 친구여 > 1.

     

     2002년 8월 15일 세 번째로 맞이한 군서 초등학교 총 동문회

 

     살랑대며 뿌리는 실비가 동문회 폐막을 아쉬워하듯 피날레를 장식하는 기별 노래 자랑이 마지막 열기를 북돋우는데......

     우리 기를 대표해서 노래 실력을 뽐낸

        "  맹꾕이 -  초등 학교 때 담임 선생님이 지어 준 별명 - "

     수상을 기대하며 본부석 앞에서 발표를 기다리고 .......

 

     우리 46회 도어문은 별도의 동창회를 위해 노병호 친구가 운영하는 가든에 모였지.

     오리 꽥꽥, 토종닭 구구구구, 움메에에 ~  .....

     푸짐한 안주에 쌉싸한 쐬주, 흥겨운 노래까지 갖출 것은 죄다 갖추어진 주안 상을 마주하며 30명 가까운 동문들은 먹기에, 묵은 얘기에 쉴 틈 없었지.

 

     옥천 재경 향우회 활성화를 위해 발군의 실력과 열정을 쏟아 부으며 그 능력을 인정 받고 있는 봉기 친구가 한 잔 그득한 쐬주를 목구멍에 탁 털어 넣고는,

        " 어 ~ 이 자네 또순이라는 친구 아는가? "

        " 어 ~~? 으 ~ 응 알고 말고! "

        " 그러면 그 친구가 올린 글 읽어 봤는가? "

        " 뭔 글? 금시초문인데? "

        " 서화동우회라는 홈피가 있는데, 거기에 자네 얘기를 올렸더구만 , 한번 읽어보지 그래! "

        " 그~으~래? 구미가 댕기는데? 알았어! 내 한번 읽어보지! "

        " 근데 나 무쟈게 섭하더라. 난 내 얘기를 쓸 줄 알았는데! "

        " 응? 오 ~ 라 그래? 너 하고는 잘 지냈지? "

        " 아냐 ~ 뭐 그렇지는 않았지만, 암튼 샘이 난 거지. 하 하 하! "

        " 아 ~~ 하하하하하 ...... 그래! 그래! 싸나이가 우세시럽게 그래! 우하하하! ......"

        " 그래! ~ 하하하 ~ "

 

    박수가 터졌다.

    맹꾕이 그 큰 덩치 만큼이나 커다란 상품을 안고는 의기 양양하게 등장한 것이다.

    최우수상이란다.

   

    < 사실 우리는 상을 기대하지 않았다.

수상을 바라고 쭈글트려 앉아 있는 놈을 사정없이 비양 거리며 왔었는데 >

 

     " 에그머니 ~ ~~ 인물 났다. 인물 나! "

 

  46회 회장인 정찬일 친구의 지난해 우수상에 이어 영광의 연속 수상을 하게 된 것이다. 

 

     " 야 ! ~~ 그거 상품이 뭔지 뜯어 보자! "

  성급한 친구가 포장지를 뜯어 내자 청소기가 나왔다.

     " 이야 ! ~ 되는 집안은 확실히 틀린다 야! ~~"

  맹꾕이 형이 이번 지방 선거에서 시의원에 당선된 것은 또 하나 우리 동문의 영광이 아닐 수 없다.

 

        < 그 것도 객지에서 갖은 어려움을 극복하고  ~>

 

        " 우리 이 상품 걸고 우리끼리 시합해서 다시 따먹기 하자! "

 

     어떤 친구 제안에 또 다시 폭소가 터졌다.

 

        " 그것보다도 앵콜 송을 듣자! "

    떠나 갈 듯한 박수 소리에 맹꾕이 멋들어지게

        " 꽃을 든  남자 "

    가 불리어졌고, 이어 노래와 춤 파티가 벌어졌다.

 

        " 우리 기는 앞으로 10년간 수상은 끄덕 없겠다! "

 

    각자의 노래 실력에 모두가 감탄해 마지 않았다.

 

96 < 친구여> - 2

 

     그랬지.

     그 산과 들에는 봄엔 여지 없이 진달래와 철쭉 꽃이 피어 자그맣고 새카만 아이의 발 걸음을 붙잡곤 했었지!

 

     그래.

     넌 그때의 기억을 가슴 속에 고이 간직하고 있었구나!

 

     그 골짜기에는 겨울에는 눈꽃이, 여름 가을 계절을 가리지 않고 형형색색의 이름 모를 아름다운 꽃들이 질펀히 피어났고,

     논밭의 곡식은 부모님들의 땀방울과 육신을 태우는 대가로 허기진 우리의 양식과 학비로서 보답했지!

 

     10년 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했던가 ......

     30년이 지난 어느 해인가 공무로 딱 한번 그 곳을 가본 적이 있었지!

     첫사랑은 만남보다는 가슴 속에 아련히 간직하는 것이 낫더라고,

     흘러간 세월만큼이나 그곳에도 많은 변화를 확인 할 수 있었지.

 

     졸졸졸.

     정겹게 흐르는 냇물 1급수에만 산다는 중택이와 가재, 뱀장어가 공생하는 골짜기 물은 몇 번인가의 수해로 방향 감각을 잃게 했고, 하늘을 찌를 듯이 자라난 수목에 자잘한 나무는 생존 경쟁에 밀려 찾아 보기 힘들었지.

 

    세태를 반영하듯 문명의 이기인 시멘트가 농로 일부에 깔리고, 거의 묵어 있는 전답들 사이로는 웅장한 조립식 건물과 마당에 세워 놓은 삐까뻔쩍한 승용차를 보면서 만감이 교차했지.

 

     나의 전용 등하교 길로서 나무꾼 들이 밥을 짓고 소죽을 쑬 땔나무를 한 짐 가득 짊어지고 오르내리던 멀게 만 느껴졌던 오솔 길도 이젠 찾을 수가 없었고,

     우거진 가시덤불은 옛 친구를 기억하지 못하고 출입을 방해하여 멀찍이서나마 그 때를 회상하는데 만족을 해야 만 했었지,

     다행이 조상 산소를 찾는 산길 만이 사람들이 다녀 갔다는 흔적을 말해 주고 있었지.

 

     우리 몇몇이 하는 동창들의 모이머에 한번도 빠지지 않고 참석하는 금이라는 친구가 있지.

     출석률 만큼이나 가정에도 성실하여 잉꼬부부로 열심히 살아가는 그 친구가

        " 나 엊그제 손자 봤다! "

    하는 소리에 우리는 이구동성으로

       " 너 진짜 할머니가 됐구나! 이젠 너하고 안 놀아! "

    했었지.

 

    어느새 아버지와 어머니라는 호칭 앞에 늙음을 일컫는

       " 할 "

    자를 붙이게 된 우리들 ......

    그래.

    친구도 이젠 눈가에 늘어 나는 주름 살을 거울에 하소연하고, 딸내미를 들볶아 흰 머리를 뽑게 하겠지!

 

    그래도 거기 서화에를 가면 그때 그 정겨운 모습들이 여기저기 많이 남아 있고,

    부모님들이 물려준 터전을 열심히 가꾸며 살아가는 친구들과 선후배님들이 있어 푸근함을 느끼곤 하지!

 

    나른하고 안온한 봄날.

    아지랑이처럼 종종 꿈 속에 나타났다가 그렇게 지워지곤 하는 서화 촌!

    그곳의 정기가 육신을 지탱케 하고 오늘의 나를 살아가게 하고 있을지이니 .......

    고마운 곳!

    친구여! 못 먹고 헐벗었을 지라도 그때로 돌아 가 볼 수는 없을까! ......

 

< 추신 >

     이 글은 " 서화동우회 " 홈피 " 동우회게시판 " 1750번 글에 대한 답신입니다.

     아울러 이같이 훌륭한 홈피를 만들어 운영하는 동문께 경하와 감사를 드립니다.

 

<  이 글을 주신 분은 군서 초교 46회 졸업생 김기호로, 현재 옥천 군청 기획 감사실 계장으로 근무하고 있으며, 우리 서화동우회 회원 자격을 가진 분으로 회원 가입을 열망하고 있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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