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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붐 세대 탐구 생활/또순이 어렸을 적에

또순이 어렸을 적에 6 - 전학

by 영숙이 2019. 8.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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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나 홀로 집에(강가)

 

   학교 가면 담임 선생님에게 혼자 있다고 엄마가 말하라 했었다. 


   용
기를 내어 교탁에서 숙제장 검사를 하고 계시던  화려한 치장과 화장을 하신 40대의 담임 선생님에게 다가갔다.   

   그 앞에서 숙제장을 들고 왔다 갔다 하는 통통하고 이쁘고 좋은 옷을 입은 활발한 여자 아이 한 명과 남자아이 한 명을 바라보고 있었다.

 

  머뭇 ~ 머뭇거리다가 애들을 향하여 상냥하게 웃고 계시는 선생님에게 말을 했다. .

 

  "선생님. 아버지가 교통 사고로 다쳐서 엄마가 병간호하러 가셨는데 집에는 저 혼자 있어요."

 

   용기를 쥐어짜서 선생님을 향해 말했지만 선생님은

 

   ‘ 그래? ’ 

   

   하는 얼굴로 바라보시고는 그만이었다. 
   선생님은 숙제장 걷는 일을 도와주는 옆에 있는 2명의 아이와  계속 이야기를  하였다.
   

   교실에는 또래 아이들이 가득했지만 혼자였다. 
  

   길에도 사람들이  많이도 왔다 갔다 하였지만 혼자였다. 
  

   집에 와서도 옆집 아주머니는  다리 소반에  , , 반찬 한 가지, 수저, 젓가락, 물을 올려서 가져다주고 먹고 나면 가져가는 것이 전부였다. 

   

    '학교 잘 다녀와, 잘 다녀왔어?'

 

   이런 말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냥 웃음 띄운 얼굴로 

 

    "밥 먹어."

 

   가 전부였다. 
   

   매일 영동역에 하루  번 기차 도착 시간에 맞춰 나갔지만 마지막 사람들이 누군가 기다리는 곳을 향하여 바쁘게 ~ 바쁘게 영동역을 빠져나가는 뒷모습을 바라보는 날들이 점점 더 길어졌다. 
   

   날씨가 따뜻해져서 강가로 놀러 갔다. 하루 해가 길어지니까 혼자 집에 있는 시간도 점점 길어졌기 때문이다.                                                                             

  
   따뜻한 햇볕에 적당하게 데워진 돌의 촉감이 기분 좋았고  밝은 햇볕 속 저만큼에  분홍 원피스를 입은 어떤 소녀가 강물 가까이 혼자 앉아 있었다.

 
   누구랑  말을 섞지 못했는데 뜻밖에  강가에서 만난 분홍 원피스를 입은 예쁜 소녀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고 알고 보니 

     

   ‘ 같은 학교, 같은 반 ’ 

 

  앞으로 강가에서 자주 만나기로 약속하였다.


   따뜻한 햇볕과 돌.

   파란 강물.

   분홍빛 원피스 소녀는  또순이 마음  귀퉁이에 밝고 따스 한줄기 빛으로 남아 있다.

 

 

17. 전학

   

   담임 선생님이 또순이 이름을 부르더니 엄마가 오셨다고 복도로 나가 보라 하셨다. 
  

   교실  문을 열고 나가니까 미장원에서 높게 틀어 올린 머리에  화사한 한복을 입은 어마 무시하게 예쁜 엄마가 저만큼 떨어진 곳에서 창밖을 보고 계셨다. 
  

  “  있었어? 공부 잘하고? 오늘 전학 가니까 당분간 외갓집에서 학교  다니고 있어! ”
  

  또순이는 키가 큰 엄마를 고개를 뒤로 젖혀 올려다 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교실에서는 중간 고사인지 시험지를 나눠 줘서 풀고 있었는데 평소에는 말도  걸던 아이들이  친절하게 이것저것 가르쳐 주었다.
   

   ‘  아는 문제인데 ......문제인데......’
  

   담임 선생님은

 

   ‘ 남의 시험지 보면  된다! ’ 

 

   하시면서도 또순이를 에워싼 애들한테는 아무 말  하셨다. 

   시험이 끝나고 선생님은 또순이를 앞으로 불렀다. 

 

  "또순아, 앞으로 나와요. 오늘은 또순이가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가요,"

 

  또순이가 앞으로 나가자 선생님은 교탁 옆에 있는 책상 위에 또순이를 번쩍 들어서 올려 놓으셨다.

 

   "또순아, 오늘 다른 학교로 전학 가는데 마지막으로 전학 가기 전에 노래 한곡 친구들에게 불러 주고 가요"

 

   또순이는 

 

   "꽃밭에서"

 

  란 노래를 불렀다. 

 

  "아빠하고 나하고 만든 꽃밭에 채송화도 복숭아도 한창입니다. 아빠가 내어 놓은 새끼줄 따라 나팔꽃도 어울리게 피었습니다."

 

  아이들을 바라보며 애절한 목소리로 불렀던 동요는 오랫동안 또순이 마음 속에서 사라지지 않고 가사가 떠올랐으며 그때마다 아이들이 조용히 귀기울여 듣던 모습이 생각났다. 
  아직도

 

  "꽃밭에서"

 

  란 노래 가사는 잊지 않고 있으니 어렸을 때의 그런 경험이 얼마나 오래 가는지 깜짝 놀랄 일이다. 

 

   집에 오는 길에 100 맞았다고 하니까 엄마는 

   

   ‘애들이  가르쳐 주던데 !’

  

   그 말을 들으면서 또순이는 항의하고 싶었다.

   

   ‘나도  아는 문제인데  웬일인지 애들이가르쳐 주더라고요! ’
  

   엄마는 기차 시간  때문에 바로 영동역으로 기차를 타러 가시고 또순이가 집에 니까 뚱땡이 이모가 책가방이며 옷가지들을 싸고 있었다.

 

 

18. 소풍

   

   외갓집에서 옥천군 삼양리 삼양 초등학교를 다니기 시작하였지만 기억에 남는 것이 별로 없다. 
  

   유일하게 기억나는 거라면 학교에서 소풍을 간다고 해서 뚱땡이 이모가 소풍가방하고뉴슈가 사탕  봉지를 사왔었다사 왔었다.

   작고 앙증맞은 소풍가방에 커다란 뉴슈가 사탕 한봉지를 넣으니까  차서 더 이상 아무것도 넣을 수도 없었고, 또 넣어 주지도 않았다. 
  

   선생님이 부는 호각 소리에 맞춰 두 줄로 세워진 아이들이 동그랗게 원을 그리다가 풀밭에 앉았 담임 선생님이

     

   "김밥  싸가지고  학생은 일어서세요!"

   

   까까머리에 옛날 까만 학생복을 입은 남자아이가 일어나고 선생님은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김밥을 안 싸왔구나? 선생님이랑 같이 먹자!"
   

   엄마들이 싸온 맛있어 보이는 김밥들을 펼쳐 놓고 담임 선생님과 엄마들이 둥글게 앉아 먹고 있었다.

   아이들도 엄마들과 친구들 사이를 오가면서 김밥도 먹고 왁짝하니 맛있는 것들을 이것 저것 먹고 있었다. 
   

   또순이도 

     

   ‘나도 김밥  싸왔는데...... ’  

   

   생각했지만 말을 못 하고 싸가지고 온 김밥을 먹고 있는 아이 옆에서 사탕 봉지를 꺼냈다가 다시 집어 넣고 물병을 꺼내어 마셨다.

  
   또순이 옆에서 김밥을 먹던 아이가 말했다.

     

   "너는 김밥 안 싸왔어?"

   "사탕 가져왔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선생님이 소풍 가방을 싸라고 했. 일으켜 세우더니 돌아간다고 한다. 

     

   ‘벌써 소풍이 끝난 건가? ’


   외갓집에 오니까 뚱땡이 이모가 소풍 가방을 열어 보고 말했다.

   

   " 사탕을  먹고 그냥 가져 가져왔어? 친구들이랑 나누어 먹으라니까!"

   "안 뜯어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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