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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붐 세대 탐구 생활/또순이 어렸을 적에

또순이 어렸을 적에 109

by 영숙이 2020. 4.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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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5. << 짜장면 >>

 

  봄 소풍을 갔다.

  여고 2학년 시절

  봄소풍을 보문산으로 갔다.

 

  친구들끼리 약속해서

  봄소풍 때 아무것도 안 싸가고

  돈을 500원씩 가져가기로 하였다.

 

  이강일 선생님은 봄소풍 때에도

  하얀 백바지와 하얀티샤쓰와 하얀 모자를 쓰고 

  보문산에 있는 팔각정 정자 아래에서 미소 띤 얼굴로 아이들을 둘러보며 서 있었다.

 

 점심 시간이 되자

 선생님은 소풍을 마쳤다고 집으로 가라고 하였다.

 

  우리는 친한 아이들끼리 모여서

  짜장면을 먹으러 갔다.

  성모여고와 성모병원이 있는 대흥 등 5 거리 근처 중국 집으로 갔다.

  이층으로 올라가는 나무 계단이 삐걱거렸다.

 

  그때는 짜장면 사먹는게 엄청 큰 외식이었다.

  동생들 졸업식이나 입학식때 중국집에 가서 먹는 게 전부였다.

  또순이도 그때까지 한번이가 두 번인가 먹었었나?

 

  그때는 조금 큰 중국집은 이층이 있어서 

  한꺼번에 많은 사람이 오면 이층으로 올라가라고 하였다.

  삐걱 삐걱

  나무 계단을 밟으며 올라가면 나는 소리.

 

  아래층에는 작은 홀이 있고

  계산대가 있고 주방이 있었다.

  이층에는 방으로 되어 있는데

  방에 테이블과 의자가 있었고 방과 방 사이 칸막이가 열려 있었다.

  아이들이 거의 15명쯤 되었었나?

 

  테이블에 앉아서 짜장면을 기다리면서

  누군가가 돈을 걷었다.

  짜장면 한그릇 값이 500원이었다.

  천원짜리 가져온 아이는 500원을 거슬러 주고 돈을 모았다.

 

  그때 또순이가 돈을 가져갔었나?

  안가져 갔었나?

  정확히 기억이 안 난다.

  경아가 내주었었나?

  보영이와 경아가 중국집에 가자고 해서 돈 없다고 하니까 내준다고 했었나?    아침에 집에서 나오면서 엄마한테 소풍비 500원을 받아 가지고 나온 것 같기도 하다.

  아니면 항상 돈이 없었으니까 경아가 내줬을 수도 있었겠다.

 

  짜장면 한그릇.

  어떤 음식이 그렇게 맛있을 수 있었을까?

  20명 가까운 여고생들이 테이블에 둘러앉아

  짜장면 먹느라고 말도 없이 후루룩 짭짭.

  짜장면 먹는 장면이 무슨 대단한 행사를 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짜장면 맛.

  짜장면 먹는 장면.

  짜장면 먹는 아이들.

  모두 잊힐 것 같지 않았다.

  무슨 대단한 일을 하는 것처럼 느껴졌었다.

 

  짜장면은 어쩜 그리 빨리 없어지는지.

  금방 다 먹고 그릇에 국물이 생겨 있었다.

  배 부르고 기분도 좋고 이렇게 모여 먹는 게 멋있었다.

 

  모두들 짜장면 먹고 집에 갈 때

  경아와 보영이와 또순이는 무엇을 했을까?

  짜장면 먹은 이후에는 잘 기억이 안 난다.

  피곤하다고 바로 집에 갔을까?

 

  삐걱삐걱

  중국집 나무 계단을 내려와서

  바로 집에 갔을 수도 있었겠다.

  어떤 애가 중국집 빨간색 카운터로 가서 계산을 했다.

  계산을 할 때면 계산기의 따르릉 소리가 들렸다.

 

  그때 같이 짜장면 먹었던 충남 여고 2학년 여학생들아.

  다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음?

  그때 보문산으로 봄소풍 갔었고

  봄소풍 끝나고 성모 병원 앞 중국집으로 짜장면 먹으러 갔던 거 기억나니?

  이강일 선생님은?

  얘들아.

  그때 짜장면 진짜 맛있었지?.

 

 

206. << YMCA >>

 

  보영이가 학교 끝나고 또순이한테 어디 가자고 하였다.

  어디냐고 물으니까 가보면 안다고 했다.

  어딜까?

 

  시청 앞을 지나서 시청 앞 건물 중에 한 건물을 찾아서

  보영이가 기웃 거리 더리

  여기라면서 들어가자고 하였다.

 

  또순이는 빌딩 입구에 쓰여있는 간판을 읽었다.

  YMCA

  여기가 어딜까?

  뭐하는 데지?

 

  이층으로 가서 두쪽으로 된 미색 나무 문 한쪽을 여니까

  남녀 학생들이 잔뜩까지는 아니더라도 60여 명은 모여 있었다.

  벽 쪽으로 의자가 빙둘러져 있고

  가운데에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서 있었는데

  보영이 말이

 

  "우리가 좀 늦었네. 다들 모여 있어."

 

  가방을 의자 위에 올려놓고 학생들이 모여 서 있는 곳으로 가니

  모임을 이끄는 대학생쯤으로 보이는 리더자가 둥글게 남녀 한 명씩 서라고 하였다.

  여학생은 안쪽으로 남학생은 바깥쪽으로 서라고 하여서

  보영이와 또순이는 안쪽으로 섰다.

 

  포크댄스.

  리더자가 하나둘 부르면서 시범을 보이면 따라 했다. 

  파트너인 남학생 손을 잡고 발을 앞뒤로 콕콕 찍고 

  파트너의 팔짱을 끼고 한쪽 팔을 머리 위로 반짝반짝 흔들면서 한 바퀴 돌고

  반대쪽 팔로 바꾸어서 또 한쪽 팔을 머리 위로 반짝 반짝 흔들면서 한바퀴 돌면.

  그다음엔 옆쪽으로 옮겨서 파트너를 바꾸었다

 

  지금 아이들은 얼마나 어려운 춤을 추는지

  아마도 포크댄스를 추라면 시시해서 안 춘다고 할지도 모르겠다.

  그때도 어렵지는 않았다.

  남학생 손을 잡고 팔짱을 끼고 댄스를 한다는 게 신기했을 뿐이다.

 

  그렇게 배운 다음에 리더자가 레코드를 틀고

  음악에 맞추어서 거의 한 바퀴를 돌았을까?

  막 흥이 나려는데 끝이 났다.

 

  끝나면서 다음 주에 올 때는

  YMCA 회비를 가지고 오라고 하였다.   

  보영이와 집으로 오면서

 

  "보영아 다음에도 올 거야?"

  "넌?"

  "난 안 올 거야."

  "그럼 나도 안 와."

 

  집으로 가는 길에 남학생 2명이 따라왔다.

  한 명은 키가 좀 크고

  한명은 좀 작았는데

  키가 큰애가 또순이한테 말을 걸었나?

  아니면 키가 작은 애가 보영이를 따라가면서 말을 붙였나?

  잘 기억이 안 나는데

  남학생 2명이 한참을 따라오면서 말을 걸었고 만나자고 했던 기억이 난다.

  보영이와 또순이는 놀라서 집 쪽으로 부리나케 갔었던 기억이 난다.

 

 

207. << 학원 >>

 

  대전 시내에 학원이 있었고 유명 학원 강사 시간에는 학생들이 잔뜩 모여 공부를 했다.

  인원 제한을 안 두어서 한 반에 100명이 넘는 반도 있었다.

 

  또순이는 영어하고 수학이 안되어서 학원에 등록하였다.

  안 되는 공부가 학원을 다닌다고 될까마는

  그때는 정통 영어와 정통 수학이 유명해서

  그 책을 배우러 다녔지만 끝까지 못 배우고 항상 앞쪽만 배우다 말았다.

  혼자 공부할 때도 언제나 앞쪽만 끄적이다 말았다.

 

  또 들여다봐도 무슨 소리인지

  도통 모르고 그냥 들여다볼 뿐이었다.

  그렇게 공부했는데도 평생 선생님을 했으니 이게 기적이 아니고 무엇일까.

 

  학원에 가면 남녀 학생들이 빽빽이 앉아서 공부를 했다.

  남학생들은 주로 사복을 입었고

  겨울 방학 때였는데 또순이는 교복 위에 오버 코트를 입고 다녔다.

 

  강의실에 가득 차 있는 학생들은 모두들 열심히 공부를 했다.

  학원 강사 선생님은 중년의 남자 선생님이었는데

  정말 매끄럽게 강의를 이끌었다.

  강의를 듣는 학생들의 열기가 가득 찼었다. 

  아무도 떠들거나 옆사람하고 말하는 사람이 없었다.

 

  그때 학원비가 제법 비쌌었다는 기억이 난다.

  be 동사 사용법에 대해 이야기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아주 쉬운 영어였는데

  집중을 못하고 강의실 중간쯤에 앉아서 강의실 안을 구경하다가

  공부 좀 하려고 집중이 될 쯤에는 강의가 끝났었던 기억이 난다.

  복짝복짝한 강의실과 남녀 학생들이 바쁘게 오가는 복도.

 

  선생님 강의 내용은 기억이 잘 안 나는데

  자기가 얼마나 유명한 강사인지 자랑하는 내용이 많았었던 기억이 난다.

  강의 시작 전이거나 끝날쯤엔 사무실에서 사람이 나와서

  학원비를 내라고 안내는 사람 다 안다고 하던 기억이 난다.

  학원에서 만들어준 학원비 낸 카드를 꼭 가지고 다니라고 했다.

 

  오래 다니지는 않았었다.

  학원비도 비싸고 비싼 학원비만큼 공부가 되지도 않았었기 때문이다.

  대신 독서실에 다녔었고

  혼자 독서실에서 공부하는 게 훨씬 효과적이었다. 

  장녀인 또순이가 독서실에서 공부를 해서 그 후 동생들도 전부 독서실 출신이 되었다. 

  시험 때가 되거나 공부할 일이 있으면 알아서들 책보따리를 싸서 독서실로 공부하러 갔으니까 학원보다는 독서실을 공부하는데 많이 이용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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