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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붐 세대 탐구 생활/또순이 어렸을 적에

또순이 어렸을 적에 108

by 영숙이 2020. 4.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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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 여고시절

 

  여고시절

  여고 2학년

 

  사람은 어떤 사람을 만나느냐에 따라 인생이 달라지게 되어 있다.

  최근에 셀트리온이라고 바이오 제약으로 시가 총액 6위에 오른 사장이 나와서 한말이 기억에 남는다. 

  가족에게 진심을 다해서 성심으로 마음을 다해서 잘해라.

  어떠한 경우에도 절대적인 내편이 될 수 있도록 잘해라.

  친구들에게는 밀어내고 싶은 사람이 아니고 만나고 싶은 사람이 되어라.

 

  고2.

  열등반에 갔다.

  2학년 3

  1반과 2반은 실업반이었고 3,4,5반은 열등반. 6,7,8반은 우수반이었다. 

  2학년 3반 담임 이강일 선생님이 좋아서 우리 집에 이층 방에 세 얻어서 사는 청란여고 3학년에 다니는 언니한테 선생님 자랑했는데 얼마나 미남인지 사진 좀 보자고 해서 사촌 어니한테 졸업앨범까지 빌려서 보여주었더니 언니 왈

 

  "뭐가 잘 생겼어? 못생겼구만, 촌스럽게 생겼네."   

 

  그 말을 듣고 이층 난간에 기대서서 울던 생각이 난다.

  또순이가 좋아하는 선생님을 그렇게 말하는 게 너무 속이 상해서 눈물이 저절로 나왔다.

  울고 있는 또순이를 보면서 청란여고 언니는

 

  "내가 못생겼다고 말해서 울고 있는거야?"

  "아니에요."

  "뭐 그런 소리 가지고 우니?"

  "내가 좋아하는 선생님인데 그렇게 말하는 게 너무 속상해요."

 

  언니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웃고 있었지만 또순이는 심각하게 울고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어이없는 일이기는 하다.

  47년이 지난 지금에는 사람마다 남자에 대한 취향이 다 다른다는 것을 안다.

  본인이 좋아한다는 이유로 다른 사람에게 좋아하기를 강요할 수 없다는 것도 안다.

 

  또순이가 좋아하는 선생님이 담임 선생님이셨고 열반이었다는 사실은 공부를 열심히 할 수 있는 동기가 되었다.

  이강일 선생님은 또순이가 선생님이 되고 싶고, 닮고 싶은 멘토가 되었고 독서실에 등록하여서 시험기간에는 밤을 새워서 공부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때는 매주 시험을 쳤다.

  월요 시험. 국, 영, 수.

  월말 시험에 중간고사 기말고사.

  월말과 중간, 기말 시험에는 1등, 2등, 3등까지 상장을 주었다.

  그냥 교실에서 담임 선생님이 이름을 부르고 주는 상장이었지만 상장을 받으면 기분이 좋았다.

  좋아하는 담임 선생님이 1등이라고 이름을 불러 주고 앞에 나가서 상장을 받는 기분이 자랑스러웠다.

  원래 상이라는 것은 받으면 자랑스러운 것이 상이다.

  더욱이 청소년 학창 시절에야 말해 무엇하랴. 

 

 

201. 친구들 - 혜경이

 

  또순이가 좋아하고 또순이를 교회에 데려갔었던 혜경이 연년생 언니 경순이가 2학년 3반이 되었고 혜경이는 4반이 되었다.

  학기초에는 여전히 친해서 복도 벽에 붙어 있는 표어.

 

  "그 사람을 알려면 그 사람의 친구를 보라."

 

  혜경이가 그걸 소리 내어 읽고 또순이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무슨 의미로 하는지 알기 때문에 피식 웃었다.

 

  경순이가 같은 반이 되고 혜경이랑 친한 또순이를 경순이가 신경을 써서 다른 반이 된 혜경이를 자주 만날 수가 없었다.

  이래 저래 사소한 오해 때문에 또순이는 혜경이에게 편지를 썼었다.

  수요일 공부 끝나고 테니 장이 있는 잔디밭에서 이야기 좀 하고 싶다고 편지를 써서 혜경이 책상 위에 올려놓았었다.

 

  수요일 오후에 진초록이 된 잔디를 왔다 갔다 하면서 기다리고 있는 또순이 앞을 혜경이가 연년생 언니인 경순이와 그 애들 엄마랑 같이 파아란 색 잔디밭 앞 음악실 곁에 히말라야 시타 나무가 줄지어 서있는 길을 지나서 교문으로 갔다. 

  그 모습을 지켜보면서 혜경이는 또순이보다 연년생 언니인 경순이를 더 챙겨야 하고 또순이가 이런저런 이야기를 쓴 편지가 부담이었을 것이란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냥 쉽게

 

  "편지 잘 봤는데 부담되네. 일방적인 약속 못 지킬 것 같아."

 

  했으면 좋았을 텐데 그 이후로 혜경이와는 거기까지만 사귄 친구가 되었다.

 

  혜경이가 고등학교 졸업하고 재수를 했을 때 또순이네 집에 혜경이가 한번 찾아왔었는데 연두색 레인코트를 입고 또순이네 대문 앞에서 만나서 무슨 이야기인가를 걸으면서 한참 했었던 거 같다.

  연락할 방법이 없어서 앨범에 있는 주소를 보고 무조건 또순이네 집을 찾아왔던 혜경이가 대문 앞에 서서 집을 바라보다가 돌아서고 있었는데 또순이가 학교 수업이 끝나 집으로 들어가는 골목길에서 만난 것이다. 

 

  혜경이가 또순이를 다 찾았던 거 보면 재수할 때 많이 힘들었던 것 같은데 여전히 씩씩하고 유쾌하게 웃으면서 전화번호를 주고받았었다.

  그 일을 계기로 또순이가 교사가 된 이후 혜경이네 집에 한번 갔었고 빵집에서 만나 서울 여의도 광장 부활절 연합 예배 집회에서 의대 다니는 남자를 만나서 사귀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 후 혜경이 결혼식에 갔었다. 

 

  혜경이는 남편이 보건지소에서 보건의로 근무하였고 서로 편지 왕래 두어 번 했었는데 혜경이가 보낸 편지를 교무실 일을 보는 아가씨가 책상 서랍 틈에 넣어 놓은 것을 일 년 후에 발견하게 되어 주소가 없어졌고 왕래가 끊어졌다.

 

  어디서 무얼 하면서 살고 있을까?

  찾을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소식이라도 들었으면 좋겠다.

  동창회라도 가봐야 연락처를 알게 될까?

 

 

202. 친구들 - 경아와 보아

 

  또순이가 매달 1등 상을 타면서 경아가 접근해 왔다.

  경아는 순진 무 구형이고 귀여운 스타일에 천진난만한 아이라서 바로 친해졌다.

  경아네는 부모님이 부부교사였는데 아버지는 초등학교 교장 선생님이셔서 아버지가 장학사였던 우리 동네 보아랑 친해서 다 같이 어울리게 되었다. 

  혜경이랑 멀어졌고 바로 경아랑 보아랑 친해졌기 때문에 셋은 자주자주 어울렸었다.

 

  어느 날 보아랑 경아랑 또순이랑 하교하는데 교감 선생님이 다가오시더니 경아 손을 잡으면서 아버지 잘 계시냐고 친절하게 물었다. 

 

  "교감 선생님이 우리 아버지를 잘 아시거든."

 

  또순이는 교감 선생님이 아는척하는 경아가 부러웠고 또 보아 얼굴을 들여다보며 아버지 잘 계시느냐고 안부를 물어봐주는 게 부러웠었다.

  친한 척 경아 손을 잡는 건 좀 그랬지만. 

  그때 또순이는 생각했다.

 

  "교감 선생님이 친절하게 대하고 이뻐하는 친구들은 아버지가 좀 잘 나가는 아이들이구나."

 

  앨범을 뒤져보니 혜경이랑 찍은 사진은 없는데 경아랑 보아랑 찍은 사진은 몇 장 있었다.

  옛 여고시절 사진.

  추억 돋는다.

 

203. 고 2 여름

 

  여름 방학 내내 독서실에서 공부를 하였고 여름방학 중간에 국, 영, 수 시험을 쳤다.

  국,영,수 시험에서 학년 최고점을 맞은 학생에게 메달을 주었었다.

  학력증진을 위해서 그랬었던 거 같다.

 

  또순이는 국어에서 학년 최고 점을 맞았다.

  열반에서 최고 점이 나와서인지 담임 선생님은 무척 기분이 좋은 것 같았다.   

  청소 시간에 또순이 자리로 오신 이강일 선생님이 책상 위에 있는 대바늘을 들어서 책상을 톡톡 두드리기 시작하였다. 

  희. 노. 애. 락 표정이 잘 안 나타나고 늘 잔잔한 미소를 짓던 선생님 이셨지만 기쁜 표정을 숨기지 않았었다.

 

  여름 방학 내내 공부를 한 게 행복한 결과로 나타난 것이다.

  국어 공부는 혼자서 어떻게 할 수 있었지만 뒤떨어져 있는 수학과 영어 공부는 혼자 힘으로는 절대 따라잡을 수 없었다.

  변명일 수도 있지만 또순이의 학업성취 능력은 거기까지였다.

 

204. 10월 유신헌법

 

  거리에 낙엽이 뒹구는 이학기가 되면서 사회 분위기가 거리에 구르는 낙엽들처럼 서늘하였다.

 

  10월 유신헌법.

  여고생들이 정치에 대해서 알면 얼마큼이나 알까.

  서울에서는 연일 대학생들의 데모 소식이 들려왔었다.

 

  토요일인가?

  일찍 수업을 마치고 경아와 보아와 또순이는 시청 앞을 지나고 있었다.

  시청 앞에 세워져 있는 게시판에는 유신 헌법에 대한 홍보지가 바람에 흔들리며 붙어 있었다.

  우리 셋은 계시판에 붙어 서서 자세히 읽었다.

 

  일본에서는 명치유신이 있었고 우리에게는 우리에게 어울리는 헌법이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였다. 

  도포를 입고 갓을 쓰고 자전거 타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는 이야기.

 

  모든 것은 역사라는 심판대가 있다.

 

  영원한 것은 없다.

  권력도, 사람도,......   

  오늘 아침에 잠언을 읽었다.

  범사에 기한이 있고 천하 만사가 다 때가 있나니...... 

 

  학교에서 수업할 때 아이들은 선생님의 나이를 알고 싶어 한다.

  나이 비밀.

  사회 시간에 유신 헌법과 박정희 대통령에 대해서 나오면 고2학년 때 시청 앞에서 유신 헌법에 대한 홍보지를 읽었다고 하면 수업이 끝난 후 몇 살인가를 계산하였다.

 

  집안이 은행가였던 잘 생긴 남학생이 있었는데 공부시간에 떠들고 힘들게 해서 수업 끝나고 불렀었다.

 

  "너네 엄마도 선생님이라며 애들이 너처럼 너네 엄마도 힘들게 하면 좋겠니? 너네 엄마 생각해서 수업 시간에 협조 좀 해라."

 

  그다음 수업 시간부터 적극적으로 나서지는 않았지만 수업 방해는 안 했었다.

  수업이 끝나고 나가는데 아이들이 떠드는 소리가 들렸다.

 

  "저 선생님 50 넘었어."

 

  잘 생긴 그 애가 교실을 가로지르며 애들 들으라는 듯 크게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야, 어디로 봐서 저 선생님이 50으로 보이냐?"

 

  이 자리에서 밝히는데

 

  "그때 그렇게 편들어주어서 정말 고마웠어."  

  "어디선가 잘 지내고 있지? 벌써 29살이나 30살 된 청년이네"

 

 

※ 참고자료. 

  ( 10월 유신(十月維新)은 1972년 10월 17일에 대통령 박정희가 위헌적 계엄과 국회해산 및 헌법정지 등을 골자로 하는 대통령 특별선언(大統領特別宣言)을 발표한 것을 말한다. 박정희는 이 선언에서 4가지 비상조치를 발표하고 이러한 비상조치 아래 위헌적 절차에 의한 국민투표로 1972년 12월 27일 제3공화국 헌법을 파괴했는데, 이때의 헌법을 유신 헌법(維新憲法)이라 하며, 유신 헌법이 발효된 기간을 유신 체제(維新體制), 유신 독재(維新獨裁)라고 부른다.

이 체제 하에서 대통령은 국회의원의 3분의 1과 모든 법관을 임명하고, 긴급조치권 및 국회 해산권을 가지며, 임기 6년에 횟수의 제한 없이 연임할 수 있었다. 또한, 대통령 선출 방식이 국민의 직접 선거에서 관제 기구(官制機構)나 다름없는 통일주체국민회의의 간선제로 바뀌었다. 유신 체제는 행정·입법·사법의 3권을 모두 쥔 대통령이 종신(終身) 집권할 수 있도록 설계된 1인 영도적(절대적) 대통령제였다.

충남여고 시절 친구들.

                               충남여고 시절 친구들 - 다들 잘 있겠지? 혹시 사진보면 블러그 댓글 남겨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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