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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붐 세대 탐구 생활/또순이 어렸을 적에

또순이 어렸을 적에 107

by 영숙이 2020. 2.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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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 고1 체육대회

 

  학급 대항 체육대회가 있었다. 

  전체 반 아이들이 누구든지 한 종목은 출전해야 했다.

  그중에 자전거 타기도 있고 핸드볼(송구) 대회도 있었다.

  또순이는 자전거 타기 선수와 핸드볼 선수 그리고 릴레이 달리기와 피구 선수로 나갔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피구 선수 한종목에 나가는 아이도 많았는데

  또순이는 거의 전 종목에 나가는 편이었다.

 

  자전거를 집에서 끌고 와야 했는데 스포츠용 자전거가 아닌 일반 자전거였는데 등수에 들지는 못하였다.   

  핸드볼 대회는 우리 반에 핸드볼 선수가 있어서 전교 1등을 했다.

  정말 신났다.

  키가 크고 손도 큰 그 애가 공을 잡아서 높이 뛰어오르며 공을 던지면 공이 넷트 안에 빨려 들어가는데 정말 신이 났다.

  덕분에 압도적인 우승

  25 : 2라는 점수 차이로 결승까지 올라가서 우승을 하였다.

 

  피구도 그 아이가 공을 잡아 던질 때마다 아이들이 아웃되는 바람에 결승까지 올라 가고 우승을 하였다.

  릴레이도 당연히 압도적인 차이로 1등을 하였고 우리 반이 1학년에서 1등을 하였다.

  친구 누군가가 또순이한테 편지를 했었다.

  아마도 중학교 동창인 것 같았는데 자기는 피구 선수라면서 또순이는 전종목에 선수라서 좋겠다며 편지를 써서 또순이 책상에 올려놓았었다.

 

  신나는 봄이었다.

  전종목에 출전하는 것도 신났고,

  공부 안 하고 하루 종일 체육대회 하는 것도 신났고,

  중학교 때는 없었던 행사를 하는 것도 신났고,

  아직 익숙하지 않았던 아이들과 하루 종일 어울리는 것도 신났다.

  우리 반이 1등 하는 반이라서 더 신났다.

 

 

198. 고1 합창대회.

 

  가을이 되어 반 대항 합창대회를 열었다.

  우리 반은 신났다.

  1학년에서 한 명뿐인 피아노 반주자가 우리 반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지휘자를 뽑고 아침 일찍 7시 30분까지 학교에 등교하여 운동장 끝에서 연습을 하였다.

  물론 혜경이가 주관하여 연습을 하였는데 그런 혜경이랑 친한 또순이는 혜경이가 정말  자랑스러웠다. 

 

  우리 반이 1등 하리라는 기세를 몰아 모두들 정말 열심 연습하였다.

  2학기라서 서로 어느 정도는 친해져 있었고 지휘자의 지휘에 따라 한마음으로 입을 맞추었다.

  방끗방끗.

  학교 일찍 오기로 한 날에는 한 명도 빠지지 않고 일찍 모여서 운동장 끝에서 연습하는 건 진짜 재미있었다.

  우리 반이 일등 하는 건 당연한 거였다.

  그 당연한 거를 위해 열심히 하는 게 정말 좋았다.

  재미있었다.

 

  룰루 랄라

  정말 우리 반이 1등 하였다.

  합창 대회를 1등 하였다.

  혜경이가 주관했기 때문에 혜경이가 더 좋아졌다.

  또순이만 좋아한 것이 아니고 반 아이들이 다 좋아하는 아이가 되었다. 

 

 

199. 혜경이네 집

 

  혜경이랑 친구가 되고서 처음으로 혜경이네 집으로 놀러 가자고 하였다. 

  또순이는 혜경이랑 친구 된 것도 좋은데 혜경이네 집으로 놀러 가자고 해서 정말 좋았다.

  혜경이랑 집에 같이 갔는데 이층에 올라가 편한 거실 의자에 앉아 있었다.

 

  땅이 넓었는데 마당에 나무들이 많이 있었다.

  아버지가 사업을 하는데 무슨 사업인지는 모르지만 마당 한쪽에 나무가 많이 쌓여 있었고 혜경이네 형제는 집에는 교육대학 나와서 발령을 기다린다는 오빠가 왔다 갔다 하고 있었다.

  큰언니는 시집갔다 했고 동학년이었던 혜경이 연년생 언니 혜순이는 보이지 않았다.

  그날은 그렇게 만나서 이층에서 혜경이가 피아노 치는 거 구경하다가 집으로 돌아왔다.

 

  한 번은 토요일 놀러 오라고 하여 혜경이네 집을 버스를 타고 찾아갔다.

  혜경이네 집은 또순이네 집과 대전 시내 안에서 거의 반대쪽에 있어서 버스를 타고 한참 갔었고 지금의 삼성동 철도가 있는 근처에 집이 있어서 꽤 멀었다.

  그날 혜경이네 집에 갔는데 혜경이는 졸려하면서  '또순아 왔어? '하면서 의자에 앉아서 계속 자고 있었다.

  놀러 오라고 해놓고 집안에 혼자 있다가 졸려서 인지 의자에 그렇게 앉아서 일어날 생각을 안 했다.

  1시간쯤 지나서 일어났는데 너무 졸려서 그랬다고 미안하다고 하였지만 또순이는 많이 속이 상했다.

  놀러 오라고 해놓고 졸리다고 그냥 자리에 앉은 체 일어날 생각도 안 하고 먼길을 버스 타고 왔는데 별말도 없이 있다가 조금 있으면 가족들 오니까 집에 가라고 하였다.

 

  실망했지만 그래도 또순이는 혜경이가 좋았다.

  그래서 혜경이가 자기네 집에 놀러 가자고 할 때마다 갔었다.

  어느 수요일 그날도 혜경이네 집에 가서 안방에서 놀고 있었다.

  저녁인데 혜경이네 부모님이 들어오시더니 다시 밖에 나갈 외출 준비를 하시고 나가시는 것이었다.

  그날 혜경이가 자기랑 어디를 가자고 하였다.

 

  "나 지금 어디 가려는데 같이 갈래?"

  "어디 가는데?'

  "교회 걸건대 같이 갈래?"

  "같이 가지 뭐."

 

  그날 혜경이가 또순이를 데리고 간 교회는 충남여고 옆에 있는 침례신학대학 내에 있는 교내 교회였다.

   충남여고에 다니고 바로 옆에 있는 학교였지만 침례신학대학 교내에는 처음 들어가 보았고 교회도 처음 들어가 보는 것이었다.

  혜경이는 목사님 설교하시는 강대상 앞쪽에서 3번째쯤 의자에 앉았는데 교회에 교인들이 띄엄띄엄 앉아 있었다.

  목사님이 기도합시다. 하고 말하는데도 또순이가 눈을 뻔히 뜨고 목사님을 보고 있으니까 혜경이가 두 손을 꼭 마주잡고 이렇게 손 잡고 눈감아 했다.

  그 이후 기도를 할 때는 두손을 깍지 껴서 꼭 잡고 눈을 꼭 감아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친구 따라 강남 간다고 혜경이가 가자고 하니까 어딘지도 모르고 따라갔다가 교회에 발을 디디게 된 것이다.

  예수님이 어떤 분이신지, 뭐하시는 분인지 모르지만 친구가 좋아 갔다가 교회라는 곳을 알게 된 것이다.

  어떤 친구를 사귀느냐는 정말 중요한 것이다.

  어떤 친구를 좋아하느냐는 정말 중요한 것이다.

  특히 사춘기 때 사귄 친구들이 인생의 방향을 결정하게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날 그렇게 교회를 찾게 된 또순이는 교회는 아무나 갈 수 있는 곳이며 교회라는 곳은 특별한 사람만 가는 곳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교회 예배 시간이 정해져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누구든지 원하는 교회에 갈 수 있고 원하는 예배를 드릴 수 있다는 것을 혜경이를 통해서 알게 된 것이다.

 

  그렇다 해도 어떻게 혜경이와 친해지고 싶어 했는지 그리고 친구가 되었는지 또 친해져서 혜경이네 집에 까지 놀러 다니다가 교회까지 갔는지 이 모든 것이 그냥 어떤 이유나 생각 없이 이루어졌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생각해보면 충남여고에 진학하게 되고 혜경이와 같은 반이 되고 친해지고 그리고 혜경이네 집에 놀러 다니고 부모님이 교회에 다니시고 또 혜경이가 또순이를 데리고 교회를 간 모든 과정이 하나님의 계획 안에 있었던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나님의 계획과 인도하심은 우리 개인뿐만 아니라 지역에도 사회에도 그리고 나라에도 모든 곳에 하나님의 계획과 인도 하심이 있는 것이다.

  우리가 알던 모르던 또 우리가 인정하던 인정하지 않던 하나님의 역사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날 그렇게 수요일 혜경이랑 함께 교회에 갔었던 일은 또순이의 평생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중학교 때 성당 사택에 살았어도 아무도 또순이에게 성당에 들어 가보자고 하지 않았었는데 그렇게 호기심과 궁금증이 가득했던 성당 본당에 발을 들이지 못하고 고등학교에 진학했었다.

  이제 혜경이가 또순이를 인도해서 영적인 영역에 구체적으로 발을 들이기 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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