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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붐 세대 탐구 생활/또순이 어렸을 적에

옛날 옛적에 < 인천 송도 >

by 영숙이 2020. 2.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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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시 35분 인천 행 버스를 탔다.

   

   새벽 3시까지 영화를 보고 4시 45분에 새벽기도 가서 예배를 드렸는지 잤는지.

   

   6시에 집으로 와서 8시 30분부터 알람을 켜놓고 5번쯤 시간을 바꾸다가 9시 45분에 겨우 일어나 설겆이( 그릇 물에 담가 놓고 나가기 싫어서 여행갈 때 설겆이는 필수).

   세수하고 머리 감는 건 포기하려다 머리 냄새 날거 같아 급히 감고 향수 뿌리고.

   

   대문 밖에 나섰다가,

   비가 부슬부슬

   어쩔까?

   우산을 가져갈까?

   

   다시 집에 들어 가서 폰은 가져 가는지 주머니를 한번 더 두드려 보고 눈썹 연필(눈썹이 전혀 없어서 필수)과 루즈를 주머니에 넣었는지, 안경 꼈는지 다시 한번 확인.

 

   이러다가는 시간에 늦을 것 같아서 우산 없이 대문 밖에 나서서 곧장 버스 타러 가서 버스타고 2정거장 지나 내려 시외버스 터미날에 도착했다.

   

   부시시한 비가 내리는지 안내리는지 모를 정도로 오길레 우산을 안가지고 왔는데 더이상 비가 안왔음 좋겠다 ~ 희망 사항

 

   폼 나게 스마트 예약 기계 앞에 서서 톡톡 손가락으로 누르다 마음이 바빠 실패하고 창구에 가서 표를 끊었다.

   창구에 십여명이 앉아 있었던 때도 있었는데 지금은 터미널에 가면 거의 한명만 앉아 있어서 전구간 표를 끊어준다.

 

   인천행 10시 35분.
   테크노파크역 12시 .
   한시간 걸려 인천 버스 터미널에 도착하면 지하철로 테크노파크역까지 15분만 더가면 되니까 늦을 것 같지는 않다.

 

   오늘 만나러 가는 영애는 시간을 정확히 지켜야한다.

   늦는 것을 싫어 하기 때문이다.

   늦을까봐 8시 30분부터 10분 단위로 알람을 켜서 일찍 나서는 것이다.

 

   오늘 가는 곳은 인천 송정이다

 

   송정 유원지.

 

   영숙이가 20살 때.
   지금부터 43년 전에 가보았던 곳을 찾아 가려고 한다.
   어떻게 변했을까나.

 

   오늘 새벽기도 시간에 목사님 말씀이 갈 곳 없고 할일 없고 만날 사람 없는 사람이 제일 불쌍하다고 하였다.

 

   만날 친구가 있고

   갈 곳이 있고

   그 때문에 할 일이 생겨서 감사하다.

   

 

   대학 다닐 때 늘 붙어 다니던 베스트 프랜드는 선아 였다.

   선아는 집이 충남대학교 지나서 문화동에 있었고 또순이네 집은 충남 대학 가기 전인 대흥동에 있었기 때문에,

   등교 할 때 부터, 선아가 우리 집에 오면 같이 학교 가고, 옆자리에 앉아 수업 듣고, 같이 점심 먹고, 학교가 끝나면 집에 까지 같이 갔었다
   그것도 아쉬워서

   선아네 집 근처까지 가면서 이야기 하거나, 중간까지 갔다가 길에 서서 한참을 이야기 하다가 돌아 오고는 하였다.

 

   선아는 또순이에게 말했었다.

      - 네가 남자 였다면 여자 여럿 울렸을 거라고 -

   우리는 아무말 없이 걸어야 할때는 심심하다고 you are my sunshine 노래를 2중창으로 부르면서 다니고는 했다.

   지금 선아는 어디에서 무엇을 하는지 ~

 

   주말에는 고등학교 동창인 수경이와 보영이를 만났다.
   우리는 주로 다방에서 만났는데 시간 약속을 지킨 적이 없었다.
   그때 용어로 코리안 타임이라서 보통 30분 ~ 1시간 정도 만나기로 약속한 시간 보다 늦게 만났다.

   정확한 시간에 나가면 다방에서 혼자 1시간 씩 기다리는게 예사여서 2시에 만나기로 약속하면 2시에 일어나서 준비하고 버스 타고 나가면 엇비슷하게 만나졌다.

 

   만나면 친구들 이야기로 수다를 떨고 대전 시내를 여기 저기 기웃 거리면서 돌아 다녔었다.

 

   4월 어느날.

   우리는 밤 기차를 타고 여행을 떠나기로 하였다.

 

   부모님께 허락을 받고 대구가는 기차표를 끊고 대전 역에서 기다리는데 대전 역의 밤은 낮보다 사람이 더 많았다.
   

   두근 두근.

 

   긴장된 마음과 약간은 두려운 마음으로 우리 셋은 생전 처음 우리끼리 부산가는 완행 열차를 탔다.

 

   기차 안을 통과하면서 빈자리를 찾다가 설악산으로 졸업 여행를 다녀 온다는 부산대 공대생 들이 자리 잡은 기차 칸에 머물기로 하였다.

 

   아래 위로 물빠진 청쟈켓과 청바지를 입은, 키가 크고 깨끗한 피부를 한 잘 생긴 남학생이 앞에 앉아 있는 동기생들을 다른 자리로 가라고 보냈다.

   앞자리 동기생들이 인상을 쓰면서 다른 자리로 가 3명씩 끼어 앉고 수경이와 보영이를 앞자리에 앉게 하고 또순이는 본인 옆 창가 자리에 앉혀 주었다.

 

   초등학교 때 부터 피아노와 바이올린을 배웠으며 자기 아버지가 대학 교수라면서 음악 이야기를 섞어 이런 저런 대화를 아주 자연스럽게 잘 이끌었다.

 

   수경이와 보영이와 또순이들이 반짝이 눈빛으로 집중해서 아주 열심히 들어 주니까 설악산에서 부터 오랫동안 기차 타고 오느라 지치고 지겹던 터에 신이 나서 부산 이야기에 친구들 이야기에  잘도 이어갔다.

 

   통로 저편에 학생들을 인솔하는 교수님도 자고 있다가 실눈을 뜨고 가끔 가끔 이쪽을 바라 보았다.
   이야기를 주도 하는 친구 옆에 친해 보이는 친구도 의자 손잡이에 앉아 이야기하는 친구 이야기를 거들었다.

 

      " 어렸을 때 살던 집이 돌로 쌓은 축대 위에 지어진 양옥 집이었어요. 거기서 피아노 치고 바이올린을 연주하면 아랫동네까지 다 들렸어요. 집에 꽃도 참 많이 키우고 꽃나무도 많았는데 초등학교 졸업하고 이사 했거든요. 초등학교 때만 살았었는데도 거기서 살던 기억이 참 많이 나요. "

      " 얘랑은 초등학교 동창이예요. 얘네 집 참 좋았어요. 얘랑 친해서 얘네 집에 자주 놀러 갔었는데, 초등학교 졸업하고 얘네가 다른데로 이사가고 우리도 다른데로 이사하고 못만났었는데 대학에서 다시 만난거예요. "

 

조금만 더 가면 대구란다.

이야기 하다 보니까 금새 도착한 듯

 

   또순이 가슴에 달린 뺏지가 어느 학교냐고 물었던 남학생은 대구보다 부산이 구경할게 훨씬 많다면서 부산으로 놀러 가자고 말했지만 기차표가 대구라서 대구에서 내린다니까 많이 아쉬워 하면서 주소를 적어 주었다.
   서로 팬팔을 하기로 약속하고 대구 역에 내렸는데 기차 창문으로 몸을 반쯤 내밀고 내다 보면서 열렬하게 팔을 흔들어 주고 우리도 아쉬운 마음으로 플랫 홈에서 손을 흔들어 주었었다.

 

   적어 준 주소로 편지를 보냈고 답장도 오고 그렇게 편지를 주고 받았는데 어느 날 대전으로 놀러 온다고 하여서 답장을 안보내고 그걸로 펜팔도 끝났다.

 

 

   여기는 인천 테크노파크 지하철 역.

   현대 아울렛 트리플 스트리트 선식당 예약 후 대기중임

   지금 12시 33분

   12시에 만나서 식당가 찾느라고 헤맸다.

 

   대기중 의자가 2개 뿐이라서 남의 식당 앞에 있는 대기 의자에 앉을 수 없어 찾아 다니다 트리플 스트리트 의자를 찾아서 앉음.

 

   생각해 보니 지금 세대의 아이들이 아는 시장이나 식당은 이런 데가 아닐까?

 

   탄천에 초록색 물을 보고 지금의 아이들이 보는 물이 지금의 아이들이 아는 물인 것처럼 우리에게는 낯선 이곳이 아이들에게는 익숙한 곳이다.

   

   우리가 뛰어 놀고 이빨 닦고 입 휑구고 때때로 마시기도 했던 강물이나 시냇물이나 산골짝 물을 지금 아이들이 모르는 것처럼 지금 태어 나는 아이들에게 5일장은 모르는 곳이 될 것이다.

 

   우리가 배우지 않으면 성장하지 않는다.

   옛날 5일장에 묶여서 아직도 장터를 헤매고 있는 어린 아이로 살 것이다.

 

   오늘 우리는 인천 테크노파크 지하철역 현대 아울렛 트리플 스트리트를 배우고 있다.

 

   

   또순이는 그날 수경이와 보영이와 대구에 있는 달성 공원을 갔다. 

   동물들이 있었지만 수경이나 보영이는 관심이 없었고 또순이도 아무 생각 없이 수경이나 보영이를 따라 다니고 있었다.

   가다 보니까 기타를 든 남학생 한명과 그 친구 2명이 앞에 가고 있었다.

   수경이가 웃으면서

   

      " 우리 저애들 따라가자. "

 

   그 남학생들 뒤를 따라서 천천히 움직였지만 전혀 관심이 없었고 우리가 뒤에 있는지도 모르는 것 같았다. 

   공원 중간 쯤까지 따라 가다가 돌아서서 공원을 나왔다.

   팔공산 가자고 계획을 바꿔서 버스를 타러 버스정류장으로 갔다.

 

   버스 정류장에 서 있는데 버스가 자주 다니는 정류장이 아니라서 그런 지 버스가 한대도 안 지나갔다.

   분명히  팔공산이라고 써 있는데 오겠지 하면서 기다리는데 진한 자주색 양복을 입은 청년 한명과 친구 인듯한 특전대 군복을 입은 청년 한명이 버스 정류장으로 와 섰다.

   양복입은 청년이 경상도 사투리로 우리에게 물었다.

 

      " 어디 가십니꺼? "

      " 팔공산에요 "

      " 지금예? 너무 늦었어예, 지금 들어가면 오늘 못나와예 버스가 자주 없어서 언제 올른지도 몰라예 "

      " 그라지 말고 우리랑 중앙공원이나 가예 "

 

   꼭 팔공산 갈 이유가 없어서 우리가 망설이는 눈치를 보이자 적극적으로 나섰다.

 

         " 군대에 있는 제 친구가 휴가 나왔어예. 우리가 공원에 모시고 갈께예. 같이 가입시더 "

 

   우리는 양복에 달려 있는 계명대 뺏지를 힐끗 보고 서로 얼굴을 바라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다 같이 달성 시내에 있는 중앙 공원으로 갔다.

   공원 중간에 작은 정자가 있는 작은 공원이어서 들어 가서 몇걸음 걸으니까 더 갈 곳이 없었다.

   그 사이에 서로에 대한 소개를 하였다.

 

       " 저는예 계명대 4학년 졸업반 배한국이구예. 이친구는 어릴적 배꼽 친구신현탁이라예. 죽마고우입니더. 이친구가 특전대에 갔어예. 오늘 휴가 왔는데 야 별명이 뭔지 알아예? 재봉틀이라예. 여자 앞에만 서면 덜덜덜 떤다고 해서예 "

       " 우리는 대전에서 왔구요. 저는 간호학교 다니는 설영이라고 해요. "

 

   또순이 이름이 서설영이 되었다.

   신현탁이라는 친구는 정말 말이 없었다.

   친구가 떠들면 잘생긴 얼굴로 말없이 듣기만 했다.

 

   아직 시간이 오후 3시여서 같이 버스를 타고 시외로 나갔다.

   사과 밭에 도착해서 5명이 걷는데 아직 사과 꽃도 피어 있지 않았지만 봄볕이 따스하게 사과 밭에 비치고 있었다.

   밝은 봄볕 사이로 짧은 미니스커트가 유행이었기 때문에 빨간 미니스커트을 입은 또순이는 역시 미니스커트를 입고 있는 친구들과 양복입은 청년과 특전대 청년과 같이 아직 꽃이 피지 않은 사과 밭을 걸었다.

 

   사과밭을 걷고 나니 더 갈 곳이 없었다.

   다시 버스를 타고 시내로 돌아 왔다.

   배한국씨가 시내 레스토랑으로 데리고 갔는데 학생들이 많이 있었고 거기서 여학생 한명이 배한국씨랑 잘 아는지 오랫만이라고 인사를 하고 요새 어찌 지내는지 나중에 학교에서 만나자면서 서로 친근하게 아는 척을 하였다. 

 

   이미 날도 캄캄해지고 시간도 늦어져서 약간 불안해 했는데 착실해 보이는 여학생하고 인사하는 배한국씨를 보니까 걱정은 안해도 되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우리는 이제 대전으로 가야겠다고, 기차를 타러 가야 겠다고, 대구역으로 간다고 하니까, 두사람도 같이 버스를 타고 대구역까지 와주었다.

   기차 앞에서 두사람은 대전에 꼭 놀러 온다고 하고, 우리는 꼭 놀러 오라하고, 플랫홈에 서서 기차 창으로 손을 흔드는 우리를 배웅하였다.

 

   기차 여행.

   여고를 졸업하고 처음으로 친구들과 떠났었던 기차 여행.

   계획도 없이 그냥 무작정 떠났었던 여행.

 

   행복한 19살.

   행복한 기차여행.

 

   

 

   현대 아울렛 트리플 스트리트 선식당에서 그릴스테이크 셀러드 하나와 소고기 마늘 볶음밥 하나를 시켜서 앞에 두고 둘이 앞접시에 덜어서 먹었다. 양이 많아서 결국 다 못 먹고 남겼다. 

 

   점심을 먹고  현대 아울렛과 트리플 스트리트와 장터를 둘러 보고 밖으로 나가서 송도 유원지가 있던 곳을 찾으니까 그 곳이 없어진지 오래됐고 놀이기구가 있던 곳은 창고 밖에 없다고 한다.

   44년전이니까 그럴만.

 

   송도 유원지.

   인천광역시 연수구 옥련동에 위치한 해수욕장이자 유원지. 1937년 개장하였으며 1961년에 국가지정관광지로 탈바꿈하였다. 그러나 2009년 부터 이용객이 급격히 감소하면서 2011년에 전면 폐장 및 폐쇄 되었다.

 

   또순이가 신현탁씨와 데이트 하러 송도 유원지를 왔을 때가 1976년이다.

   송도 유원지 앞은 그야말로 광활한 뻘이었다.

   어디가 끝인지도 모를 광활한 뻘에는 손톱만한 게가 들락 날락하며 어디가 끝인지도 모르게 펼쳐져 있었다.

 

   그 뻘이 전부 메꿔져서 송도국제도시(송도신도시)가 생겨났다.

   사람들이 15만명이나 살고 있는 빌딩 숲이다.

   송도 유원지에 가볼 생각을 접고 부슬 부슬 거리는 거리를 걷기 시작하였다.

 

   차로 한꺼번에 휙하고 이동할 수도 있고 지하철로 씽 갈 수도 있지만

   부슬 부슬 거리는 비속을 투명비닐 우산을 쓰고 친구는 방수가 되는 겨울파카에 달린 모자를 쓰고 천천히 아파트 사이에 있는 공원을 걸었다.

   

   날씨가 따스해서 겨울인데도 우산을 잡은 손이 차갑지 않았다.

   아파트 사이에 조성된 공원을 따라,  나무 사이에 있는  좁은 소로를 따라, 의식의 흐름에 따라, 부담없는 이야기들을 하면서 사람도 별로 보이지 않는 길을, 차도 많이 다니지 않는 길을 걸었다.

 

   횡단보도를 건너는데 친구가 말했다.

 

      " 예능을 하는 사람들이 뻥이 좀 있어요. "

      " 맞아. 미술이나 음악을 하는 사람들이 좀 뻥이 쎄지. "

      " 글쓰는 사람도 뻥이 있어요. 아니 그냥 단풍이 떨어지면 단풍이 떨어진다고 하면 되지, 어쩌구 저쩌구 뭐를 그렇게 갖다 붙여요? "

      " 우리 서로 디스전하고 있어요? 진짜 웃긴다. ㅎㅎㅎ "

 

   웃음을 멈출 수가 없었다. 이렇게 서로의 얼굴을 보면서 허물없이 서로에 대한 디스전을 하는 사이란게 너무 웃겼다.

 

   멀리 보이는 마천루들이,

   각양 각색의 고층 빌딩들이

   구름인지 안개인지 얹혀서 영화의 한 장면처럼 보인다.

   

   너무 멀고 너무 높아서 절대로 손이 닿지 않을 것 처럼 보인다.

   저걸 누군가가 만들었다는게 믿기지 않는다.

   저절로 생긴게 아니라면 분명 누군가가 저 건물들을 건설했다는게 맞다.

   저렇게 높은 건물들을 누가 만들었을까?

   누가?

 

   저 건물들에는 누가 살고 있을까?

   누가 저 건물에서 일하고 있을까?

 

 

 

   기차 여행을 갔다 온 일주일 후

   학교를 마치고 책을 가슴에 안고 하교 하려고 학교 건물을 막 나서는데

   우리 학교랑 붙어 있는 충남의대병원 건물 복도에서 누군가 또순이를 불렀다.

 

      " 설영씨예! "

     

    깜짝 놀라서 바라보니 그 곳에 배국한씨와 신현탁씨가 앉아서 바라보고 있었다.

 

     " 아니 왠일이예요? "

     " 현탁이가 휴가 끝나서 부대로 돌아 가야 하는데 꼭 한번 만나 보고 싶다케서 왔다 아입니까. "

     " 그런데 왜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요? "

     " 1학년 학생한테 설영씨좀 불러 달라 캤더니 그런 사람 없다 카데예. 그럴리가 없다카면서 수업 끝날때까지 기다리고 있다 아입니까. 여기서 기다리면 지나 갈테니까 만날 것 같아서예 "

     " 아, 가명을 대서 미안해요. 이름이 이쁘지 않아서 가명을 쓰거든요. "

 

   수경이와 보영이를 불러서 같이 저녁 먹고 대전에서 하루 묵고 내일 부대로 복귀한다해서 다방에서 떠들다가 배국한씨와 신현탁씨는 숙소를 잡고 우리는 주일인 다음날 아침에 다시 만나기로 하고 헤어졌다.

 

    모든 일은 순서대로 순순하게 흘러 가는 것은 아니었다.

    다음날 아침 집에서 나와 수경이와 보영이를 만나러 가는데, 열정씨가 전화가 없는 관계로 직접 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찾아 와서 집 근처에서 만나졌다.

    만나질까 걱정 했는데 이렇게 만나서 다행이라면서 지금 과외를 하고 있는데 오전에 과외가 끝나고 오후에 만나자고 하였다.

 

    또순이는 오후에 만날 상황이 아니었고 그날 일이 있어서 시간이 없다고 

열정씨를 못만나겠다고 말했다.

   

 

   수경이와 보영이와 만난 또순이는 배국한씨와 신현탁씨를 만나 점심을 먹고 대전 시내 홍명 상가에 있는 탁구장에 탁구를 치러 갔다.

   탁구를 치다가 자리에 앉아 있는 배국한씨와 신현탁씨 앞을 지나 가는데 두사람의 눈이 또순이 팔을 쳐다 보다가 또순이가 그런 두사람을 바라 보니까 얼른 시선을 돌리던 기억이 난다.

 

    5명이 시내를 돌아 다니면서 놀다가 서울에 있는 부대 귀가 시간에 맞춰서 고속버스터미널까지 배웅을 해주었다.   

 

 

   이런 저런 말들을 나누었겠지만 기억하는 말은 신현탁씨가 한 말 중에서

 

      " 저는 40살까지만 살겠습니다. 오래 살 생각 전혀 없습니다. "

 

   아마도 19살이니까,

   24살이니까 할 수 있었던 말이 아니었을까.

   지금 살아 있으면 68살이다.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다음 해 수경이가 숭전 대학교 미술학과에 입학해서 숭전 대학 축제 기간 동안에 수경이 축제 파트너로 배한국씨를 초대해서 대전에 왔었다.

   

   2학년 2학기 때 또순이는 서울 영등포 성모병원에서 간호 실습을 하는 학교교육과정 때문에 서울에서 약 8개월 동안 영등포에 있는 학교 기숙사에서 살았었다.

   기숙사라 해서 제대로 된 숙소가 아니고 병원 근처에 있는 여관을 얻어서 학생들이 숙소로 사용하였었다.

 

   서울에서 실습하는 동안 신현탁씨와 3번의 데이트를 했었다.

   한번은 서울역 앞에서 만나서 남산 타워를 갔고

   두번째는 경복궁을 갔고

   세번째로 간 곳이 바로 송도 유원지였었다.

   그때는 전화가 없으니까 모든 연락은 편지로 주고 받았었다..

 

 

 

   지금 5시 30분.

   영애를 12시에 만났으니까 몇시간이 흘러 간거임?

   부슬부슬.

   비가 오는 것도,

   안오는 것도 아닌

   부슬부슬.

 

   사람들이 다 건물 안에 들어 가 있어서 거리에 다니는 사람도 없는데

   참 많이도 걸어 다녔네.

   혼자라면 절대로 ~ 네버 ~ 돌아 다니지 않았을 것이다.

 

   마천루.

   어디가 끝인지 모르게 하늘을 높이 찌르면서 서 있는 마천루.

   저렇게 많은 건물들에

   저렇게 높은 건물들에

   사람이 하나도 없다면

   한 사람도 사는 사람이 없다면

   그것처럼 무서운 일도 없을 것 같다.

 

   인구절벽이니

   출생률 0% 시대니 하면서도

   저렇게 많은 건물을 짓는 이유가 무엇일까?

   

   집 값은 왜 또 그렇게 비싼지

   도대체 이유를 모르겠다.

   내가 모르는게 너무 많은 거 같고

   배워야 할 게 너무 많은거 같다.

 

   그래도 인생살이에 기본이 있을진저

   기본 베이스에 충실해야 하는 거 아닐까?

   모든 것의 근본은 사람사이의 사랑일 것이다.

 

   부슬거리는 비의 커텐 사이로

   저녁 어스름이 조용히 이중 커텐을 치고

   퇴근을 기뻐하는 사람들이 건물 밖으로 나서는 게 보인다. .

   

   너무 돌아 다녀서 다리도 아프고 배도 고프다.

   포스코 건물에 들어 가서 쉴 곳을 찾았지만 모두들 퇴근 중이다.

   꼭대기 층에 올라 가고 싶었지만 신분증이 있어야 통과 할 수 있다.

   포기.

   3층 휴게실에서 건물 전면에 있는 유리창을 통해 이렇게 비가 오지 않는 다른 맑은 날 서해의 낙조를 바라본다면 넘 멋질 것 같다.

 

   배가 고파서 코스트코에 가서 피자와 콜라를 실컷 마시고

   지하철을 타러 오는데

   누군가가 포스코 건물 앞에서 미친듯이 고함을 쳐댄다.

   

   우 ~ 와

   깜짝이야.

   얼마나 놀랐는지 가슴이 두근두근.

 

   얼마나 소리가 지르고 싶었을까?

   이제 남자들이 포효하는 시대는 갔지만

   아직 남자들의 가슴에는 포효가 감추어져 있는가부다.

   

   

   작별인사 ~ 오늘 저녁에는 기절해서 자겠네 ㅋㅋㅋ

   영애와 지하철에서 바이바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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