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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붐 세대 탐구 생활/또순이 어렸을 적에

또순이 어렸을 적에 104 - 참 고은 언니

by 영숙이 2019. 12.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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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7. 마리아 상

     

      성당으로 올라 가는 길은 매우 가파라서 40도 가까운 각도의 계단을 200개 이상 올라가면 바로 정면에 마리아 상이 서 있었다.

     

      사람들은 계단을 벅차게 올라가서 마리아 상 앞에 서면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성호를 긋고 그 앞을 지나서 이번에는 비스듬히 시멘트로 이루어진 길을 따라 올라 갔다.

 

     마리아상 옆쪽 둔덕에는 잔듸가 잘 가꾸어져 있고 그 앞 시멘트 길 옆으로는 무궁화 꽃이 잘 심겨져 무궁화 꽃이 사시사철 피고 지고, 피고 지고, 피고 지고 ......

 

    시멘트 길이 끝나는 곳에서 본당에 들어가는 입구로 가던지 아니면 아래쪽 화단으로 가는 길이 있는데 그 화단 한가운데에 작은 마리아 상이 있었다.

 

    고등학교 때 단체 영화를 갔는데 영화의 한 장면에 여주인공이 마리아상을 눈물로 문지르며 기도하는 장면이 나오고, 기도대로 이루어지는 장면도 나온다.

 

    아버지한테 대들고 성당으로 올라와 그 화단에서 가정 선생님이 여학생은 손수건을 가지고 다녀야 한다고 수업시간에 말하신 선생님 말씀대로 손수건을 사서 주머니에 넣고 다녔는데 울면서 주머니에 손을 넣으니까 손수건이 잡히길레 그 손수건으로 눈물을 찍어서 마리아 상에 있는 이끼를 닦아 내면서 태어나서 처음으로 정말 절실하게 기도를 했었다.

 

       " 저 집에  들어가게 해 주세요! "

 

    집에 도착하니까 왠일인지 집안이 환하게 보였었다.

    도끼 자루도 치워져 있었고 아버지도 더 이상 그 문제에 대해 말을 안하셨다.

 

    이후로 경외심을 가지고 마리아 상을 바라 본 것 같다.

    그냥 지나치는 의미없는 동상이 아닌 뭔가 모르지만 바라볼 때 마다 더 큰 눈부심이 생겼다고나 할까? 

    사람들의 마음을 비우고 영혼을 정화 시켜주는 마리아 상은 좋은 의미의 동상임에 틀림 없었다.

 

188. 미사보

 

     방과 후에 또순이는 하릴없이 성당 안을 돌아 다녔다.

     

     이리 기웃, 저리 기웃 하다가 본당 의자에 미사보를 쓴 사람들이 앉아 있는 뒷 모습을 성당 문 근처에서 바라 보고는 하였다.

  

     성당 안은 먼지 떨어지는 소리도 들릴 것처럼 조용하였고

     약간 어슴프레한 실내에서 다들 미사보를 머리에 쓰고 고개 숙이고 앉아 있었다.

     

     하얀 미사보를 얹은 고요한 얼굴이 어스름 빛 속에서 떠오르는 모습이 너무도 아름다워 보였다.

     

     또순이도 거기 가서 앉고 싶었지만 미사보가 있어야 하는가부다 생각하면서 미사보가 있었으면 하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산림조합 사택 살 때 도로 건너편에 빵집 총각하고 연애하던 시장 도매상 딸이 성당에 다녔는데 물어 보니까 미사보가 비싸다고 하였다.

     

     언젠가 돈이 생기면 꼭 미사보를 사야지 생각했지만 돈도 쉽게 생기지도 않았고 미사보도 쉽게 사지지 않았다.

 

     일요일 날이면 사람들이 성당에 모여 들고 모인 사람들은 문에 서있는 검은 사제복을 입은 신부님과 웃으면서 인사를 나누고 성당 안으로 들어 갔다.

 

     또순이는 성당에 들어 가려면 미사보가 있어야 하는데 미사보가 없으니까 못들어 간다고 생각하면서 그 광경을 신기한듯이 바라보고는 하였다.

 

    그렇게 또순이는 한번도 성당 건물 안이나  본당 안에 들어 가 본적이 없었다.

 

 

189. 처음 밥 짓던 날

 

      성당 사택에 살 때

      또순이 엄마가 무슨 일인지 출타하셨고 밥 때가 되어서 또순이가 밥을 하게 되었다.

 

      외갓집에서 외할머니가 쌀 씻어 오래서 대문 밖에 있는 우물에서 물을 길어 쌀을 씻는데 박박 문대면서 나름 열심히 씼었다.

      한참 씻다가 외갓집 먼 친척벌이라는 명돌이 엄마한테

        " 쌀 이렇게 씻으면 되요? "

      하고 물었더니

      대답대신 어이 없다는 얼굴로 비웃던 기억이 난다.

 

      태어나서 정식으로 엄마 없이 혼자 밥을 짓는 날이었다.

      쌀을 씻어서 작은 솥에 담고 손을 담가 손가락 사이로 약간 올라오게 물을 넣고 석유곤로에 불을 붙여서 솥단지를 올려 놓았다. 

      부글부글 끓을 때 석유곤로 불을 약하게 해서 뜸을 드렸는데 밥이 참 맛있게 되었다.

      엄마가 집에 오셔서 순이는 자랑스럽게 밥한 것을 이야기 하니까 잘했다고 칭찬해줘서 으쓱했던 생각이 난다.

   

      참 늦게도 밥하는걸 배웠다.

     

      중3때 그렇게 해보고는 고등학교 때에도 거의 밥을 해본 적이 없는데 대학 다닐 때 또순이 엄마가 아파서 이주 동안 주방 일을 혼자 도맡아서 했었고그외에는 주방에 들어갈 일도 잘 없었다.

 

      주방 일을 전혀 모르고 그저 학교 가서 선생님을 하다가 결혼 했으니 주방일 하는게 완전 서투를 수 밖에, 지금도 주방일은 잘 못한다.

     

      카페에 오신 아줌마 손님들이 정말 손도 늦고 일도 할줄 모른다고 흉들을 본다 

 

      태어 나면서 부터 일을 배워 가지고 태어난 사람이 있을까? 

      지금부터 배우면 되지만, 문제는 그렇게 열심히 배울 생각이 없어서인데 

그래도 조금씩 익숙해져 가고 있다.

 

190. 참 고은 언니.

 

     성당 사택에는 건물 옆으로 붙어 있는 옆채에 또순이 네가 살고 있었고, 가족들은 서울에 살고 있는 의사 선생님이 안채에 혼자 계셨고 그 옆 바깥채에는  성당 관리하시는 분 이렇게 3가족이 살고 있었다.

 

    바깥채에는 그때 흔한 집 모양대로 방앞에 넓다란 네모 마루가 붙어 있었으며 그 네모 마루 밑에 부엌이 있었다.

 

    사택 마당에 우물이 있었는데 그것을 끌어 올려 쓰는 수도꼭지가 달려 있어서 가끔 엄마가 걸래를 빨아 오라고 시키면  마당에 있는  우물로 갔었다.

 

   그 네모 마루에 세상에는 그런 얼굴이 없을 만큼 맑은 피부와 맑은 눈을 한 언니가 물끄러미 또순이를 바라 보았다.

   

   누구한테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 거기에 말못하는 벙어리 언니가 산다고! "

 

  정말 이쁜 언니였고 물끄러미 바라보는 언니 표정도 정말 이뻐서 말을 걸어 보고 싶었지만 할말도 없고 무슨 말을 걸어야 할지 몰라 가만히 쳐다 보기만 했었다.

 

  하루종일 집안에 있다가 나오는게 바로 방앞에 있는 마루까지가 전부인거 같았다.

 

  갑갑하지 않을까?

  심심하겠다.

  무슨 생각하며 사는거지?

 

  눈도 깜박이지 않고 쳐다보는 커다란 눈을 가진 언니는 눈으로 많은 말을 하는 것 같았지만 또순이는 읽을 수 있는 아이도, 나이도 아니었다.

 

  안됐구나!

  답답하겠네!

 

  언니는 햇볕이 살랑이는 봄철부터 볕만 따스이 하면 마루로 나와 앉아 있어서 종종 만났지만 결국 또순이는 언니랑 말 한마디 나누어 보지 못했다.

 

  그냥

    ' 참 이쁜 언니구나! '

    ' 이 세상 사람 같지 않아! '

    ' 천국에 사는 천사처럼 보이네! '

  라고 생각했다.

 

 

  생각해보면 책을 읽을 수도 있고, 자수를 놓을 수도 있었고, 무언가를 만들 수도 있었는데, 언니는 아무 것도 안하고 그냥 앉아서 봉선화가 피어 있는 마당을 졸지도 않고 물끄러미 바라보거나 또순이를 마냥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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