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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붐 세대 탐구 생활/어린시절 이야기

또순이 어렸을 적에 32 - 군서 초등 학교 가는 길

by 영숙이 2019. 9.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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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 군서 초등 학교 가는 길

     

     새벽 6시에 학교 가기 위해  신작로를 걸어가면  산 기슭을 따라 안개가 신작로까지 내려와 있다가 새벽 빛에 쫓기듯 밀려 나기 시작했다.

     또순이는 아무도 없는 신작로를 부지런히 걸어서 아래 동네 영순이와 차숙이를 만나서 함께 학교를 갔었다.

 

     야트막한 산 기슭 끝을 돌아서면 아래 동네가 보이는데 그곳에 신작로 아래 쪽으로 강을 막은 보가 시멘트로 사람이 다닐 수 있을 정도의 넓이로 만들어져 있어서 종종 그리로 다녔었다.

     어느 날 아침 역시 그리로 가다가 혼자 생각에 

       ' 이길로 가는 게 편하지만 중학교 합격할 때 까지 안 다녀야지. 중학교 합격하면 다닐래! '

 

     

     중학교 합격 발표가 나고 드디어 그길로 가면서 생각했다.

       ' 중학교 합격 했구나! 합격해서 이길로 가니까 참 좋다 . '

     일종의 자기 암시 일 수도 있고 나름의 간절한 기도하고 할 수도 있겠다.

 

 

87. 영순이 아버지.

      학교 수업이 늦게 끝나면 캄캄해진 신작로를 아래동네 까지는 영순이와 차숙이랑 함께 오니까 괜찮지만 아래 동네가 마지막으로 보이는 야트막한 산 이 있는 곳에 도착하면 무서웠다.

      늑대 소리가 우~ 우   들리고 신작로에 불빛이 하나도 없어서 정말 캄캄했다. 그나마 달빛이 있으면 달빛 자락을 밟고 먼곳 까지 보이는 걸 위로로 삼아 달빛 사이로 뛰기라도 하련만 

 

     무서워서 혼자 못 가겠다고 영순이네 집까지 따라가서 삐죽 거리고 서 있으면 영순이 아버지가 영순이 동생을 등에 업고 우리 동네가 보이는 야트막한 산 기슭이 있는 곳까지 바래다 주었다.

    영순이 아버지가 산기슭 끝에 서서

       "여기 서 있을 테니 어서 가라! "

    고 하면  영순이 아버지가 뒤에서 바라보고 있다는 생각 때문에 무섭지 않았다. 

    한약 건재상을 하시는 영순이 아버지는  나이 차이가 많아서 이제 2살된 여동생을 업고 바래다 주시고는 하셨다.

    별 말씀이 없으셨지만 그냥 앞장 서서 걷는 뒤를 따라가기만 하는데도 따뜻한 느낌을 주시는 분이셨다.

     ' 우리 아버지는 엄청 무섭기만 한데 이렇게 따뜻한 아버지도 계시구나! '

 

88. 학교 운동장 영화 상영

     

     달빛은 투명한 얼굴로 맑은 숨결을 내뿜고 있어서 밝기만 한 달빛의 결이 보일 정도였다.

     신작로 옆에 서 있는 플라타나스는 자기 키보다 긴 나무 그림자를 길게 길게 끌고 서 있었다.

     아래 동네 올 때 까지만 해도 달빛이 얼마나 밝은지 아름다운 달빛 때문에 가슴에 달빛이 켜켜이 쌓이면서 아름다움이라는 눈물샘을 자극하고 있었다.

     지붕 지붕 마다 소복히 쌓여 있는 달빛 때문에 새로운 추억으로 사진처럼 찍힐 것 같은 밤 이었다.

 

     또순이는 영순이와 차숙이와 헤어져서 아래 동네가 보이는 산 기슭 근처까지 왔다.

    앞쪽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리더니 같은 동네에 사는 또순이보다 한두살 많은 남자애들이 5~6명 보였다.

 

     " 어디 가? "

    " 학교 운동장에서 영화 한다고 해서 영화 보러 가! "

    " 그래? 나 무서워서 못가고 여기 서 있는데 동네 까지 같이 가주면 안돼? "

    "뭐가 무섭다고 그래? 그냥 가! "

    " 무섭다구! 엉 엉 엉! "

  미류나무 밑에 붙어 서서 울고 있었다. 

    " 아 참  어짜까? 야 봐주자! 우리 여기 서 있을 테니까 빨리가!  "

    " 고마워! 저 산 끝까지 갈때까지만 서  있어줘! "

     

   동네 애들은 산 기슭이 시작 되는 또순이네 동네가 보이는 곳까지 갈때까지 한참을 서 있었다.

   뒤에서 부르는 동네 애들의 노래 소리를 들으면서 또순이는 있는 힘껏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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