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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붐 세대 탐구 생활

칼국수 산책

by 영숙이 2020. 5.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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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요일이나 휴일 오후가 되면 아침은 간단한 걸로 속을 달래고 점심은 거하게 잘 먹고  저녁은 잔치국수나 칼국수로 먹게 된다. 

  그러다 보니 동네에 칼국숫집이나 잔치 국수 집이 여기저기 있는 것도 아니고 이 집 아니면 저 집에 가게 된다.

  단골로 다니는 집은 없지만 비슷한 지역으로 돌게 된다.

 

  주일 오전에 예배를 드리고 남편은 핼스와 사우나 다녀오는데 오늘은 오후에 같이 가자고 말해서 기다리고 있었다.

  지난 주에 야음 시장에서 일부러 사온 새파랗게 두껍고 억센 상추를 씻고 안동 간고등어 두 개를 전기 그릴에 굽고 씻는 김에 방울 토마토 씻어 놓고 실패해서 짜게 조려진 마늘종 꺼내놓는다.

  양념 된장을 만들려고 된장과 고추장을 섞으면서 짠맛을 줄이려고 파와 양파를 잘게 썰어 넣고 마늘을 넣으려니까 냉동실에 까서 다져놓은 것을 다 먹어서 마늘을 썬다는게 마늘을 손에 쥔 채 된장과 고추장을 섞고는 마늘 넣는 거 포기한다. 참기름을 다 먹어서 들기름을 양념 된장 한 옆으로 넣어서 섞어 준다.   

 

  상추 사이즈가 좀 작지만 손안에 잔뜩 올려 놓고 조금 남아 있던 쑥갓도 좀 올리고 고등어 구운 것을 올리고 밥을 한수저 떠서 올린 다음 양념된장을 올린 다음 싸서 입안으로 직행한다.

  한번에 다 못 먹어서 두 번 잘라서 먹고 나면 입안에 들기름 된장 맛과 밥과 고등어 맛에 쌉싸름한 상추 맛이 정말 일품이다. 

  배부르게 먹었는데 남편은 한술 더 뜨러 간다.  ~ 후훗.

  다 먹고 커피를 타오는 남편 커피 컵에서 진 셈 컵에 뜨거운 물을 받아와 색깔만 낼 정도로 조금 따르고 마시면서 방울토마토 후식을 먹으면 ~ perfect lunch

  perfect lunch후에는 역시 낮잠 마무리.

  어제 저녁부터 쓸데없는 일 하느라 밤새워 한 시간만 잔다는 게 같이 가자고 해놓고는 남편이 가자고 하는데도 일어나지 못해서 혼자 가라고 했다. 

  잠에서 깨어나 비몽사몽 왔다갔다 하는 사이에 전화가 와서 내려갔다. 

  칼국수 ~ 벌써 저녁 때인가?

 

  문수사 아래쪽 동네에 있는 칼국수 집으로 가니까 뜰에 사람이 가득해서 번호표 받아서 기다리다가 뜰에 있는 나무 밑 자리에 앉아 맑은 칼국수 2그릇과 묵무침을 시켰다. 

  얼마 전 4월 말에 왔을 때만 해도 코로나 때문에 한 팀 밖에 없던 칼국수 집에 날씨가 풀리면서 실내에서 벗어나 전부 밖에 있는 나무 아래 뜰에 자리를 잡고 앉아서 5월의 하늘과 산을 보면서 먹고 있다.

 

  이번에 코로나를 거치면서 진쌤 역시 확 ~ 찐자가 되어서 체중이 2~3킬로 불면서 줄지를 않는다.

  조심해도 체중이 그대로다.

  저녁을 굶으라는데 쉽지가 않다.

  며칠만 안 먹으면 2~3킬로는 금방 줄일 수 있을 텐데, 이번엔 쉽지가 않다.

 

  저녁을 먹고 마을을 한 바퀴 돌기로 했다.

  지난번 저 위 올케 국숫집에서 잔치 국수를 먹었을 때 마을을 한 바퀴 돌았었다.

  같은 길을 이쪽 아래 무라카네 칼국수 집에서 시작해서 다시 이곳으로 오는 산책 길. 

  왼쪽에 있는 밭에는 측백나무가 심겨 있다.

  밭일하는 분과 부부가 한참을 서서 이야기한다.

  여자분의 머리가 많이 하얀 것을 보니 60은 넘은 거 같은데, 심각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지난번에는 밭에 있는 풀을 여러 사람이 뽑으면서 고추 모종을 심었더랬는데 지금 보니까 고추 모종은 서너 고랑밖에 안된다.

  부부가 떠나고 밭에 있던 남자한테 말을 걸었다.

 

  " 측백나무가 비실비실해요."

  " 오늘 심었어요. "

  " 이쪽부터 저쪽까지의 밭주인인가 봐요? "

  " 밭주인은 따로 있고 저는 일하러 온 일군입니다. "

 

  아까 보았던 부부가 주인인가 보다.

  밭을 놀려 두면 벌금을 내야 하니까 측백나무를 심으라고 일하는 분을 불렀나 보다. 

 

  심어 놓은 감자가 웃자라서 감자꽃이 피어 있다.

  옆에 있는 작은 세모난 밭에는 펜스를 설치해 놓았다. 설치한 팬스 안쪽으로 콩을 심어 놓았다. 팬스를 타고 올라가는 덩굴 콩일까?

  파를 미쳐 뽑지 못해서 파꽃이 피어서 씨가 맺혀 있다.

  상추도 심겨 있다.

 

  농사짓기가 보기는 좋지만 막상 하려면 정말 힘들 것이다.

  심긴 양파가 뽑을 때가 지난 것 같은데 그냥 널브러져 있다.

  조금 더 가니까 장미덩굴이 펜스에 피어 있고 빨간 장미꽃이 조르르 달려 있다.

 

  " 장미꽃 색깔이 참 예쁘네? "

  " 난 자기 볼록 배가 더 예쁜데? "

  " ㅋㅋㅋ "

 

  작은 개울 건너편에 파아란 색 잔디를 잘 키워 놓았다.

  끝에는 작은 컨테이너를 끌어다 놓았다.

  저렇게 키우려면 보통 정성이 아닐 것이다.

  지나면서 보니까 작은 터 안에 작은 집을 지어 놓았는데 마당에 차가 3대나 된다.

  밭 하나는 밭메기가 힘들고 풀 뽑기도 힘드니까 작은 트랙터를 사서 하는지 밭 한옆에 놓여 있다.

  밭에는 한 줄은 가지 두 줄은 고추모종 한줄은 가지 두줄은 고추 모종을 심어 놓았다.

  만약 진심이 농사를 짓는다면 정말 손바닥만큼 작은 딱 아파트 앞 베란다 절반 크기만큼의 땅에 짓는다면 손으로 풀을 뽑고 상추 심고 고추 심어서 점심때 따먹을 만큼만 키울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굳이 땅에다 심을 것 없이 플라스틱 화분에 심어도 좋을 듯.

  진샘은 앞 베란다에 심을 네모난 화분을 고려해본다. 

 

  요렇게 저렇게 밭을 사놓고 뭔가를 심고 가꾸고 농기구 보관용 창고를 지어 놓는 것은 또 다른 구속이다.

  밭에 매여서 때가 되면 물 주고 풀 뽑아주고 파종하고 그런 것에 매이는 것이다.

  재미로 한다고?

  새벽에 일어나서?

  한낮의 따가운 햇볕에서?

  해지는 저녁녘에?

  밭에 매이는 인생. 

  언제인가 땅값이 올라서 돈이 된다고?

  지금도 비싸다고? 

 

  주식이나 부동산이나 오를 때는 계속 오를 것 같아서 못 팔고 떨어질 때는 사는 사람이 없어서 또 떨어진 게 아까워서 못 팔고 들고 있게 된다. 

  욕심이 못 팔게 막는 것이다. 

  살 때는 대출을 안고 사서 제때 못 팔면 계속 대출금과 이자를 갚으면서 끌어안고 있는 것이다. 

  제때 사고 제때 팔수만 있었다면 모두들 갑부가 되어 있을 것이다. 

  모든 것은 타이밍인데 그 타이밍을 맞추기가 쉽지가 않은 것이다. 

  인생은 타이밍.

  타이밍만 잘 맞춰도 ~ happy.

 

  지난번 올케 국숫집에서 올라와서 내려왔던 오솔길을 찾아 이번에는 반대로 올라간다.

  가는 길 중간에 있는 허름하지만 깨끗하게 청소가 된 집에 사시는 할머니가 집 아래에 있는 밭에서 일하고 계신다.

  호박이 동그랗게 7개씩 심겨서 막 자라고 있다.

 

  " 호박을 왜 동그랗게 심으셨어요? "
  " 모종을 심은 게 아니고 씨를 심었더니 지금 나와서 자라고 있는가. 나중에 좀 솎아내 줘야 혀 "

  " 뭐하고 계셔요? "

  " 참깨를 심었더니 너무 많이 나와서 원래 서너 개 심어야 하는데 너무 많으면 죽거든. 좀 뽑아주고 있는 거지. "

  " 양파 뽑을 때 안됐어요?"

  " 지났지. 양파가 씨 맺는 대가 나오면 양파 가운데에 심이 생겨서 못 먹거든. 뽑아서 버려야 하는데 혹시 괜찮으면 가져다 먹을 거여요? "

  " 아이고 감사합니다. "
  " 마늘도 뽑을 때가 지나서 누렇게 말라죽으려고 하네. "

  " 혼자 심심하지 않으세요? "   

 

  " 심심하지. 하루 종일  말할 사람이 없어. 말 걸어 주니까 고맙네. "   

 

 

  " 맞아요. 말이 고프지요? 저도 집에 하루종일 있으면 말하는 사람이 없어서 말이 고파요." 

  " 저기에 상추가 작년에 심었던 게 저절로 씨가 떨어져서 저렇게 자라 있네. "   

 

 

  심 있는 양파 서너 개를 들고 언덕을 올라 올케 국숫집 옆으로 내려가니까 벌써 가서 그곳에서 폰이랑 놀고 있는 남편이랑 다시 천천히 길을 따라 내려왔다.   

 

 

   " 저 집 잘 지어져 있네. 돈 좀 있는가부지? "   

 

 

   " 시내에 있는 수익성 있는 집하고 저 집하고 가지라면 어떤 거 가질 거예요? " 

 

   " 그야 시내에 있는 집이지. 저 집은 현금이 안 나오잖아. 그냥 내가 산다는 거 하고 가지고 있다는 것뿐이지. " 

   " 전원주택이라는 건 보기도 좋고 한가해 보여서 그런 곳에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만 뭐 하나 필요해서 살려고 해도 차 타고 나가야 하고 불편해요. 그리고 시골집이라는 게 잘 안 가꾸면 마당에 풀이 수북이 올라오고 아무리 단속해도 집안에 파리가 날아다니고  주택이란 건 늘 가꾸고 손질을 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으면 상태가 심각해지잖아요." 

  " 그러니까 집과 사람은 가꾸기 나름이라는 거겠지. "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 실려 있는 양파 냄새가 보통이 아니다.

  그래도 하루를 마감하는 산책이 정말 좋다.

  운동이 조금 모자라서 대공원에 내려 달래서 한 바퀴 더 돌았다.

  대공원에는 정말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코로나 이전의 사람들로 회복되어 있었는데 한 달 동안 떠나 있는 동안에 나무들이 초록 초록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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