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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붐 세대 탐구 생활/어린시절 이야기

또순이 어렸을 적에 37 - 아프리카 입술이 되었다.

by 영숙이 2019. 9.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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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 아프리카 입술이 되었다. <김기남 글>

      바야흐로 벌초 철
      한가위 전까지 세 번의 휴일이 남아 있으니 9월 1일은 피크가 되리라.
      그런데 제15호 태풍 루사가 훼방을 놓고 있어.
      날 잡아 놓은 분들의 마음을 상하게 하고 있다.
      하지만 어쩌랴, 본인은 이틀 간은 해야하는 처지이니 비가 오더라도 강행해야 한다.

      오늘의 이야기는 지난해 벌초 때의 땅벌 사건이다.
     
      마침 집안 형제들과 일정이 맞지 않아 아내, 그리고 대학생인 큰애와 셋이서 하게 되었다.
      그 날 해야 될 봉분은 모두 여섯 분상으로  아침 일찍부터 시작했다.

      세월이 흐르면서 관리해야 할 묘소는 늘어가고관리에 참여하는 자손들은 줄어 들고 ......
      불손하지만 어쩔 수 없이 우리도 기계(예취기)를 사용하고 있다
      예취기는 매우 힘이 들고 위험하여 다뤄 보지 않은 사람에게는 맡기기가 여간 조심스럽지 않다.
      그래서 예취기는 항상 내 차지다.

      그 날도 날씨가 더웠지만 나는 완전 무장을 했다.
      두툼한 청바지에 긴 티셔쓰를 입고는 등산화를 신고 모자를 썼다.
      거기에다 가끔 여행 때나 사용하는 짙은 색 썬그러스를 썼다.
      빠르게 돌아가는 예취기 날에 풀과 돌이 날아 와 얼굴이며 눈을 사정 없이 때리기 때문이다.

      먼저,  가장 윗대인 11대조부터 시작했다.
      내외 합장분이고 벼슬을 하신 분의 묘서라서 그런지 봉분도 크고 면적도 넓었다.
      아내와 아들은 낫과 갈퀴로 작업을 거들고, 나는 예취기 날에 온 신경을 모으고 있었다.
      예취기를 갚이 대면 땅을 파게 되어 회전 속도가 줄어 들면서 흙이 튀게 되고, 너무 얕게 대면 처삼촌 벌초 하듯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기를 한참,
      예감이랄까 ......
      고개를 들어보니,
      내 주변으로 먼지가 자욱하게 보였다.
        " 어 ~ 먼지 어지간히 이는군! "
      속으로 생각하며 작업을 계속하는데,
      갑자기 코 밑이 따끔했다.

         "  앗 따거!  "
      하면서 앞을 자세히 보니,
      좀전에 먼지로 보였던 것들이 모두 땅벌 떼 였다.
      그 놈의 짙은 색 썬그라스 때문에 벌떼가 먼지로 보였던 것이다.

      앞, 뒤 안 가리고  시동이 걸려  있는 예취기를 내팽개치고는 36계 줄행랑은 놓았다.
      그 놈 들은 쫓아 오면서 쏘아댔다.
       뛰어 가는데도 팔과 다리에 각1방을 쏘였다.

      한참을 도망가다 돌아보니,
      그때까지 아내와 아이는 영문을 모른채 멍하니 서 있는게 아닌가!
          "  땅벌이야 ! 땅벌 ! 빨리 빨리 와! "
       하니까 그제서야 둘이서 정신없이 뛰어 왔다.
       아내는 모자를 썼는데도,
        머리카락 속을 파고들어 머리에 2방, 다리애 1방을 쏘였고, 아이도 허벅지에 1방을 쏘였다.

        시련이 시작 되었다.
        하필,
        인중 한가운데를 쏘여 윗입술이 금새 퉁퉁 부어 올랐다.
        입술 커다란 아프리카 모 부족의 입술보다 더 커지고 있었다.
        거기에다 아내의 구박은 나를 의붓아비로 만들었다.
           " 어떻게 처자식을 냐버리고 혼자만 살겠다고 도망을 쳤느냐"
         는 것이다.

      거기애다 TV에서 강연한 모 박사의 말도 안용했다.
           - 전쟁 중 일가족이 피난을 가는데, 포탄이 가족을 향하여 날아오고 있었다.
        아버지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뛰어 도망갔고
        포탄이 터지자 그재서야 뒤돌아보며
            " 빨리  빨리 외 !  "
         하더라나. 그런데 어머니는 그 순간 두 아이를  가슴에  끌어안고  땅에 엎드려 있더라고.

       으이~ 그으~
       그날 난 벌 쏘이고,
       완전 개망신 당했다.

       부아가 오를대로 오른 나는 땅벌집을 초토화 시켰다.

       집으로  돌아와 약을 사먹었는데 다음 날 아침까지 부기는 여전했다.
       방법이 없었다.
       마스크를 쓰고 출근을 했다.

       벌초하사는 분들!
       땅벌 조심하셔요. ~~~~~~!

        2002년 8월 31일 12시12분
        글쓴이 : 김기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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