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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붐 세대 탐구 생활/어린시절 이야기

또순이 어렸을 적에 38 - 구사일생

by 영숙이 2019. 9.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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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 구사일생 - 기남이 글임
       유난히도 끈질기게 내리던 비가 그치면서 모처럼 청량하고 여유가 있는 휴일이다.
       무엇을 할까 고민하다 피래미( 피라미)와의 한판 머리싸움을 벌이기로 했다.

       간단한 점심거리를 챙겨 냇가 물 맑은 여울을 찾았다.

       1시간 정도를 달려간 냇가는 벌겋게 넘실대던 황톳물이 빠지고 아기자기한 자갈돌과 한가로이 입질을 하며 놀고 있는 피래미( 피라미)가 투명하다.

      도착 하자 마자 그동안 쌓아 온 피래미 잡는 노하우를 발휘했다.
      장비는 대낚에 파리낚시 바늘, 미끼는 구더기를 썼다.

      이 ~~~히!
      흘러가는 여울물에 낚시를 던지자 마자 낚시대가 휘청하며 한놈이 걸려 들었다.
       옆면이 파랗고 빨간색을 띠어 보기에도 예쁜 간다리다.( 일명 ' 갈라리 ' 라고도 하며 표준말은 ' 불거지 ' 라 했다.)

       놈을 망태에 담고는 또 던졌다.
       몇 번 낚시대를 늘였다 당기니 이젠 암놈이 걸려 들었다.( 내외 지간에 놀다가 눈치없이물었나? ...)
       서서히 물 속에서 끌어 당기며 손으로 고기를 잡는 순간, 놈이 후다닥 튀면서 낚시에서 떨어져 나갔다.
      아이구우 ~~~ 아까워라 ~~!, 허 ~~ 고놈!

      낚시밥을 다시 꿰고 놈들을 열심히 유인 하기를 10여분.
      전혀 입질이 없다.
      마침 때가 한낮이고
         " 아마도 떨어져 나간 놈이 앰프에 대고 방송을 했나보다. "
      생각하며, 낚시질을 중단하고 어항으로 승부를 걸기로 했다.

      어항은 비닐 어항이 2개, 유리어항이 2개로 모두 4개를 놓았다.
      어항은 센 물살에 떠내려 가지 않도록 돌로 방호벽을 친 다음 놓아야 하는데 ,
      방호벽도 물 위로 솟아 오르게 설치 하여야 한다.
      그래야만, 혹여 사람들이 어항을 밟는 안전 사고도 예방할 수 있고,
      가까이 다가가지 않아 고기들이 도망가는 것도 방지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비닐 어항은 입구에 떡밥을 붙여 놓도록 되어 있어
      놈들이 맛있는 떡밥을 정신없이 떼어 먹다가 지옥인지도 모르고 저도 모르게 어항 속으로 들어가게 되고,
       유리 어항은 비닐 어항과는 달리 떡밥을 어항 속에 넣어 물고기를 유인하는 것이다.
       놈들이 한번 들어가면 빠져 나오려고 갖은 노력을 다해 보지만,
       습성상 머리로 어항 벽만 열심히 들이 받을 뿐 들어간 입구를 영영 찾지 못하는 것이다.

       어항을 설치하고 나니 배가 고프다.
       점심 때가 훨씬 지나 있었다.
       라면을 끓여 대충 요기를 한후 어항 놓은 순서대로 거두었다.
       물고기는 다양하게 들어가 있었다.
       피라미를 비롯해서 가물치 새끼, 꺽지 새끼, 등미리( 돌고기), 각시붕어등 ......
       어항이 4개이다 보니 놓고 거두기에도 바빠 낚시질은 뒤로 밀렸다.

       아쉬움에 손끝이 저려 온다.
       놈들이 낚시를 물고 파닥 거리는 짜릿함을 맛봐야 하는데 ......
       한참을 놓고 떼기를 반복하다 보니 해가 설핏 기울었다.
       피라미들이 저녁식사 할때가 된 것이다.

      어항은 어찌되던 내버려 놓고 낚시질을 사작했다.
      허 ~ 어 이놈들 역시 압질이 영 시원찮다.
         " 그래! 요놈들! 이제부터는 머리 싸움이다. "
      낚시밥을 수시로 갈아 끼워 구더기가 항상 살아 있도록 하면서,
      고소한 냄새가 진동하는 깻묵을 물 위로 살살 뿌렸다.
      놈들을 낚시가 있는 곳으로 유인 하는 것이다.

      헌데도 날이 어둑 어둑해 질때 까지 서너 마리 밖에 잡지를 못했다.
         " 으이그! 다른 때 같으면 무쟈게 잡았을텐데, 오늘은 안되는구만! "
         " 그래! 내가 졌다. 허기야 너희들은 죽느냐 사느냐, 생명을 담보로 한 싸움이고, 난 너희들이 아니라도 양식 걱정은 없으니 오늘은 물러나 주마. "

       어항을 거두고는 잡은 물고기 배를 따기 시적했다.
       그런데, 배를 따려는 순간 손에서 미끄러진 두 놈을 놓쳐 버리고 말았다.
         " 어머나 ! ~~ 날 살려라 ! ~~ "
      하면서 놈들이 줄행랑을 놓아 버린 것이다.
         " 아까운 것. 후후 ....... 너희 놈,
염라대왕 앞에서 살아 왔다고 가슴을 쓸어 내리겠지! "
 
       < 낚시질 - 2002년 8월 25일, 글  - 2002년 8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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