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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붐 세대 탐구 생활/어린시절 이야기

또순이 어렸을 적에 63 - 가죽 나물

by 영숙이 2019. 10.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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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3. 가죽 나물 

       

 또순이 엄마는 나물 반찬을 많이 만드셨다.

 우리 어렸을 적에는 고기 국은 명절이나 추석에나 먹고 그나마 그냥 고기만 먹은 일은 기억에 없다.

 대부분이 양을 늘리기 위해 소고기 국으로 아니면 돼지 국밥으로  만들어 먹었다.

 소고기에는 무나 토란 줄기나 고사리 등을 넣고 대파와 양파를 많이 넣어서 국을 끓였다.

 돼지고기는 충청도에서는 감자를 돼지고기보다 많이 넣고 고추장에 역시 파와 양파를 많이 넣어 끓여서 돼지 국밥에다 밥을 말아 먹었었다.

 지금처럼 돼지고기만 굽는다든지, 소고기만 구워서 상추랑 싸서 먹는 일은 없었다.

 

 생선은 옥천에 살았었을 때는 한 달에 한번 정도 아버지가 월급 타 오시면 꽁치를 사서 무를 많이 넣고 조려서 먹었었다.

 군서면 상지리로 이사 오고 나서는 꽁치 먹을 일이 진짜 드물었다.

 시골에서는 생선 구하는 일이 정말 어려워서 이다.

 아버지가 조기를 좋아하셨어도 조기 굽는 일도 거의 없었던 거 같다.

 김은 아주 귀한 손님이 오셨거나 명절에만 구워서 자른 구운 김 몇장만 먹어도 대단한 반찬이 되던 때였다..

 

 아버지가 좋아하는 음식 중에 가죽 나물이 있었다.

 봄이 되면 가죽나무에서 가죽을 따서 줄기는 떼고 살짝 삶아 바싹 말려서 보관해 두고 먹을 때마다 기름에 볶아 깨소금을 뿌려 아버지 상에 올려 드리고는 하였다.

 

 또 하나 가죽 나물로 만드는 것이 있었는데 밀가루에 고추장을 되직하게 넣어 반죽하여서 가죽 나물을 줄기 채로 넣고 고추장을 잘 바른 다음 마당에 있는 빨랫줄에 말리셨다.

 

 햇볕이 좋은 봄날 학교 끝나고 집에 오면 마당에 있는 빨래 줄에 가죽 나물이 일렬로 죽 걸려 있었다.

 또순이는 꾸덕꾸덕 말라가는 고추장 묻힌 가죽 나물을 걷어서 고추장이 묻어 있는 가죽 나물에서 줄기는 떼어 내고 고추장 묻은 이파리 부분을 입어 넣어 씹으면 그렇게나 맛이 있었다.

       

 질겅질겅

 찹쌀로 해야 하지만 귀하니까 밀가루 넣어서  적당히 마른 고추장 가죽 나물은 또순이에게는 세상에 다시없을 맛있고 귀한 먹거리였다.

 봄볕에 고추장에 딱딱하게 잘 말린 가죽나물을 보관해 두었다가 역시 적당한 크기로 잘라 프라이팬에 볶아 밥상 위에 놓으면 귀하고 맛있는 반찬이 되었다.

       

 충청도에서는 봄이면 반드시 만들어 먹던 가죽 나물을 경상도에 오니까 반찬으로 만들지 않는 게 참 신기했다.

 

 

134. 방구쟁이 순이

     

 순이네 집은 또순이네 집 바로 앞이었다.

 또순이네 도로 쪽으로 난 담 바로 앞에 도로 쪽으로 더 바짝 붙어 있는 작은 초가집이었다. 

 방하나 부엌 하나 그리고 방 앞에 작은 마루가 전부였다.

 초가지붕은 언제 지붕을 해서 올렸는지 노란색 짚 지붕이 아니라 완전한 회색 짚 지붕이었다.

 아마도 몇 년 동안이나 지붕을 바꾸지 않아서 일 것이다.

       

 바로 앞이었지만 또순이는 순이네 집에 두 번 가봤다.

 

 순이가 또순이 여동생하고 같은 나이 또래여서 여동생이 순이네 집에 자주 놀러 가기 때문에 여동생한테 밥 먹으라고 부르러 간 적이 있었다.

       

 이른 저녁 무렵이었는데 집에는 순이 밖에 없었다.                                     

 위로 오빠가 2명이 있는데 오빠들은 대처로 나가서 일을 하고 있고 집에는 망내인 순이만 있다고 하였다.  

 어른들은 일을 나가서 아직 안 오셨다고 하였다.

 남의 집 농사일을 거들러 가서 일이 끝나야 오시는가 보았다. 

       

 방 안으로 들어 오래서 들어가는데 처마가 너무 낮고 방문도 너무 작아 작은 키의 또순이도 허리를 숙이고 들어가야 했다.

 방안에는 정말 아무것도 없었다. 

 그냥 작은 방일 뿐이었다. 

 벽에 있는 못에 옷가지 두어 개가 걸려 있고                                             

 방 한구석에 작은 궤가 놓여 있는데 이불 한 채가 올려져 있었다.

       

 뒤뜰에는 무언가가 있었을까? 

 일부러 들여다보지 않아서 기억이 안 난다. 

 우리 집에서 보이는 뒤뜰에는 작은 장독대와 맨드라미 꽃이 피어있는 것이 전부였다.   

 

  낮에 한번 여동생을 데리러 간 적이 있었는데 순이네 엄마는 방안에 있다가 또순이가 오니까 얼른 자리를 비켜서 마실을 가셨다.

  낮에도 밝지 않은 방안에 순이와 여동생은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때 여동생이 하는 이야기가 순이는 방귀를 엄청 잘 뀐다는 것이었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방귀가 나온다는 것.                                             

  생각해보면 보리밥을 먹으면 방귀가 잘 나오는 것을. 

  여동생도 그게 신기해서 따라 하다가

  방귀 대신 똥을 지렸다고 했다.

  그 때문에 여동생 방구 이야기와 순이 방귀 이야기는 오랫동안 또순이네 가족 사이에서 이야깃거리와 놀림거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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