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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붐 세대 탐구 생활/어린시절 이야기

또순이 어렸을 적에 12 - 대보름 농악대

by 영숙이 2019. 8.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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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암소

   

   외 할아버지가 송아지를 샀는데 암소였다.

   

   정말 지극정성으로 돌보아서 커다란 암소가 되었다. 

   당시 시골에서 유일하게 쉽게 현금을 만들  있는 것이 소였고 그만큼  재산이어서 애지중지.


   사실 암소는 송아지를 낳는다는  외에는 고랑을 판다든지 논에 써래질을 한다든지 하는 것이 황소보다 못하기 때문에  모험이었다.


   드뎌 송아지를 낳기 위하여 동네 마을 회관 마당에서 황소와 만나기로 하였다. 

   

   날짜와 시간을 잡아 사람들이 모여들고 똑순이 눈에는 태산같이 커다란 부리부리 황소와 크기만 하지 여리여리 꿈벅꿈벅 외 할아버지네 암소가 회관 마당에  있었다. 


   지금은  가축병원에서 해결하겠지만  당시는 정말 소들의 구식 결혼식이었다. 

   

   모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커다란 부리부리 황소가 도망만 다니던 여리여리 꿈벅꿈벅 외할아버지 암소 등에 올라탔다. 
    암소는 가만히 서서 자기 등에 올라탄 황소를 무슨 일인가 하면서   눈망울을 이리저리 또르륵또르륵 소리가 나도록 바라보려고 애썼.

 
    소식이 없으면 다시 날자 잡기로 했는데 다행히 새끼를 뱄지만 초산이었던  암소는 사산에 가까운 출산을 하고 말았다. 
    

    외 할아버지는  충격으로 암소를 내다 팔고 송아지를 사 왔는데 다시는암소를 사지 않았다.

 

 

35. 대보름 농악대

    

    마을 회관 뒤쪽에 무덤이 있고 무덤 위쪽으로 명돌이네 집이고 

    무덤과 명돌이네  사이에 있는 리어카가 다닐  있는 길을 따라 걸어 들어가면 

    명자네 집으로   보이던 포도밭 주인집이 있고 

    그 집 담을 따라서 10여 미터  걸어가면 사방이 집으로 둘러싸인 마당이 나온다.


    마당과 연결된 집이 기남이네 집인데  집도 대문 집이다. 

   

    마당 위쪽으로는 층이 있는  위에 대부분의 집들처럼 싸리나무 울타리가 쳐진 집들이 있고

    마당 앞쪽으로는 학교 가는 길과 논들과  과수원이 훤히 내려다 보인다. 


    기남이네  사랑채엔 각종 풍물이 보관되어 있었다. 

   

    마을 어른들이 모여서 빨강과 하양 종이 꽃이 달린 종이 모자를 쓰고 

    풍물 할  입는 빨갛고 하얗고 파랑으로 울긋불긋한 옷을 입고 

    징, 꽹과리, 장고 등을 들고 마당에 나와 

    열을 지어 마을을 돌아다닐 채비를 한다. 


    드뎌 풍물패들이 꽹과리를 치고 장고와 징을 치면서 신나게 사모를 돌려대며 동네를 돌기 시작한다.


    맨날 히끄무레한 옷에 걸음도 천천히 점잖게 다니던 동네 어른들이 알록달록한 종이모자 울긋불긋한 옷에 신나게 장고와 꽹과리와 징을 치면서 일렬로 줄을 지어 돌아다니는 것은  정말 신기방기.

   

    그냥 신기방기.

 

 

36. 개떡

   

   무덤 위쪽에 리어카 길을 건너면 명돌이네 집이다. 

   

   외 할아버지하고  친척 뻘이라는데 어떻게 친척이 되는지는순이가     없었다. 


   친척네인지  모르겠지만 외갓집하고 거의 왕래를 하지 않았고  집에 명돌이는 명순이 오빠이고 명순이는순이 또래여서 자주 놀러 갔었다. 


   명돌이 오빠는 거의 집에 있었다. 

   

   딱히 농사를 짓는  같지도 않고, 학교를 다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아주 빈둥빈둥 노는  같지도 않았다.
   명순이가 점심이라면서 똑순이한테 먹어 보라고 까맣게 뭉쳐 익힌 것을 주었다.
     

   "이게 뭐야?"
   "개떡이야!" 
   "개떡!"


   개떡이라는 소리를 많이 듣기는 하였지만순이는 태어나서 처음 보는 거였. 

   진짜 까맣다. 

   

   개떡을 입에 물으니 꺼실까실하다. 

   당원을 넣어서 쪘는지 단맛은 있었지만 부드럽고 맛 좋은 떡은 아니었다.
 

   "명순이네는 점심으로 개떡을 먹고 사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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