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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붐 세대 탐구 생활/어린시절 이야기

또순이 어렸을 적에 13 - 명돌이 오빠 결혼식

by 영숙이 2019. 8.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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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명돌이 오빠 결혼식

    

   마을 회관  아이들 놀이터 무덤 위에 있는 명순이네 명돌이 오빠가 장가를 간다고 한다. 


   동네에서 구식 결혼식을 하기 때문에 동네 관심사가 되었다.


   결혼식 전날 명돌이 오빠가 술에 취해  동네를 미친 듯이 뛰어다녔다. 

   
   작은 키에 까무잡잡한 작은 얼굴의 명돌이 오빠가 동네 길을 전속력으로 달리고 무너진 담을 훌쩍훌쩍 뛰어넘으며 괴성을 질러대자 마을 어른들이 한마디씩 했다.
      

   "아비 없이 커서 그래!"

   "내일 장가간다고 하니까 싱숭생숭 한가부네!"
   
    결혼식은  색시 집에서 구식으로 했다. 

    외갓집 맞은편 골목으로 들어가서 막다른 집이다.


     동네 사람들이 어른, 아이   없이  모여 있었다. 
    결혼식에 참석한 어른 들은 아래 위로 하얀 무명 한복을 떨쳐 입고 간밤에   때문에 처마에서 물기가 똑똑 떨어지는 근처에 서서 소매 속으로 두 팔을 끼고 바라보고 있었고 

     아이들은 우루르 몰려다녔다.  


     사랑방에서는 동네 아주머니들이 새색시 얼굴에 연지 곤지를 찍고 

     화려한 결혼식 옷을 입히고 

     머리에  비녀를 끼운 두레 머리로 장말 예쁘게 꾸몄다. 


     새색시가 양쪽에서 팔을 잡힌 체 방에서 나오고 

     신랑 옷으로 갈아입은 명돌이 오빠가 의젓하게 혼례  앞에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술잔이 오가고 

     상위에 수탉이 쌀을 쪼아 먹고 

     절을 세 번하고

     밝고 화창한 햇볕 아래 설명하는 이의 말에 따라 웃음소리가 오락가락하면서 결혼식이 끝났다. 


     따스한  햇볕이 아름답게 빛났고 

     동네 어르신들의 하얗게 차려입은 한복도 반짝였고 

     신부의 예쁘게 치장한 얼굴도 수줍게 빛이 나고 

     명돌이 오빠도 의젓하게 빛을 내고 

     마당 멍석 위에 차려진 혼례 상도 반짝반짝. 

     아이들의 눈도 반짝반짝.

 

 

38. 외할머니

    

   내가 아는 외할머니는 기억하는  항상 할머니였다. 


    하얗거나 또는 물을 들여 까만 머리를 머리 한가운데를 중심으로 양쪽으로 곱게 빗어서 머리 뒤에 감아 비녀를 꼽았던 할머니.


    이가 없어서  볼이  들어가 음식을 먹을 때면 오물오물.


     부엌에서 가마솥을 닦거나 물을 끓이거나 아궁이에 불을 지피던 할머니.


    외 할아버지를 따라서 논이나 밭에 가시지는 않았지만 밥때를 챙기던 ~  어디론가 갔다가 밥때가 되면 오시던 할머니.


    바쁜 농사철이면 아침 먹고 새참 챙기고 점심 먹고 새참 챙기고 저녁 먹고 하루 종일 부엌에서 벗어나지 못하시던 할머니.


    동네에 고물 장수가 오면 쌀을 퍼서 엿을 사먹고는 외 할아버지한테 혼나시던 할머니는 또 그렇게 외할아버지 몰래 쌀을 퍼서 화장품 장사가 오면 동동구리무(크림) 사셨다.


    웃을 때면  웃음이 감실거리던 할머니는 

    부엌  장독대에 나팔꽃을 심어서 아침에 일어나면 나팔꽃이 활짝 피어나 보랏빛 나팔을 부는 모습을 보게 해주셨다.

 
    텃밭에 토마토, 고추, 돼지감자, 상추, 가지, 오이를 심어서 밥때마다 상위에 반찬으로 올리셨던 할머니 

    고추장은  얼마나 빨갛던지 장독대에서  올리던  강렬한 빨간색 고추장이 지금도 눈앞에 아른아른.  

 

 

39. 외갓집에 오신 엄마

     

   아이들이 또순이를 찾았다.
     

   "너희 엄마 오셨어!"


   엄마가 오셨다는 소리에 외갓집으로 한달음에 달려갔다. 

 

   대문  큰비 때문에 무너진 낮은담으로 마루를 들여다보니 엄마가 마루에 앉아서 가져온 보따리를 풀어 놓고 이것저것 보여주고 계셨. 
     

   "엄마!"
   

   일단 엄마를 부르고 대문으로 한 발자국 들어가다 갑자기 부끄러운 마음에 대문 뒤로 숨었다. 
       

   "이리 와!  숨어? 부끄러워?"
     

   엄마가 오라고  번이나 손짓한 다음에야 마당으로 나서서 엄마가 앉아있는 마루로 다가갔다.


        "또순이 잘 있었어?"
     

    엄마가 가져온 물건은 크림 같은 화장품부터 속옷에서 머플러까지 다양하였다. 
      

    쉽게 접할  없었던 물건들이어서 무척이나 신기하였다. 

    그런 물건들을 가져온 엄마는  신기하였다. 
    엄마는 신기하였지만 낯이 설었다. 

    엄마도 안아 주지 않았지만순이도 엄마한테 안아 달라고 하지도 않았다. 

     

    그저 엄마가 가져온 물건이 신기하여서 구경하였고 그런 물건을 가져온 엄마가 신기하여서 자세히 구경하였다. 


      엄마가 말하는  모양, 

      화장한 모양, 

      마루에 펼쳐진 물건들, 

     

      엄마가 입은 때깔 나는 옷매무새. 

      자랑스레 물건들을 설명하는 엄마 모습.
      그렇게 물건을 풀어 놓으시던 자랑스러운 엄마는 

      그날  주무시지도 않고 오후에 바로 아버지가 근무하시는 청주 가셨다.


      "아버지가 내년에는 옥천 군청으로 전근하실 거야. 

       그때에는순이도 같이 살 테니까

       그때까지 외갓집에서 공부 열심히 하고 잘 지내고 있어?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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