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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붐 세대 탐구 생활/어린시절 이야기

또순이 어렸을 적에 14 - 과수원

by 영숙이 2019. 8.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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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소시장

   

     외할아버지가 암소를 팔고 송아지로 바꾼다 하여 똑순이도 따라 갔다.

 

    옥천 장에는 소를 사고 파는    시장이 따로 있었다.

    커다란 황소, 암소들 사이사이에 송아지들까지 100여마리 넘게 커다란 눈망울로 이리저리 둘러보며 불안한 모습으로 말뚝에 매여 있었다.

    외할아버지는 암소를 가까운  말뚝에 매어 놓고, 모여서 담배를 피우며 잡담하는 아저씨들 옆으로 갔다.

 

    똑순이는 이렇게 많은 소들을 처음 봤다. 좋은 가격을 받으려고 깨끗하게 단장하고 팔려가길 기다리고 있었다.

   책에서만 보았던 노예들의 모습이 저랬을까?

 

   외할아버지 뒤를 따라 오면서 슬퍼 보이는 암소의 눈망울 때문

 외할아버지네 암소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내내 생각했었다.

 

     ‘ 할아버지 소는 무슨 생각을 해요? ’

     ‘ 소는 생각할  몰라. 아무 생각  . ’

  

     ‘ 정말 그럴까? 새끼도 기억 못할까?  저렇게 슬퍼 보이지?  ’

     ‘ 송아지로 와서 저렇게 커다란 소가 되었는데 기억을 하나도 못한다니 말도 안돼. ’

 

   할아버지는 아저씨들에게  가격을 물어 보고 흥정하여 가장 좋은 값을 매기는 사람에게 만원짜리를 다발로 묶은 돈을 받고 암소를 팔았다.

 

    송아지를 사기 위해서 다리가 튼실한지 잇빨이 튼튼한지 이리 저리 들여다보던 할아버지는 맘에  드는지 송아지는 다음 장에 사기로 했다.

    외할아버지는 시장으로 가서 국밥을  그릇을 시키고 막걸리를 한잔 걸친  기분 좋게 집으로 향했다.

 

    맛있는 국밥. 맛있는 국밥.

 

    외양간은 비어 있었다. 외할아버지는 커다란 곰방대로 담배를 뻑뻑 피우면서 매일 매일 비인 외양간을 바라 보았다.

 

    몇 번의 장이 서고 어느  비인 외양간에 튼튼한 황소가  송아지 한마리가 들어와 있었다.

 

41. 친구 명자2

   명자의 얼굴은 까무잡잡한 귀염상에 행동은 빠릿빠릿하고
눈치도 있고 해서 어른들의 눈을 벗어나지 않는 아이였다. 


   반면 똑순이는 눈치도 없고 생각은 많고 행동은 어리어리한 데다 귀여운데 가 없어서 어른들이 이뻐하는 스타일은 아니었다.


   둘은 또래이기도 하고 서로 반대 스타일이어서 자연스럽게 어울리게 되었지만 명자가 바빠서 놀 시간이 없기 때문에 자주 놀지는 못하였다.

 
   하루는 외할머니가 똑순이에게 투덜거렸다.
     " 명순이는 부지런하게 머리도 매일 감고 깨끗하게 하고 다니는데, 응? "


   그럼 똑순이는 부지런하지도 않고 머리도 매일 안 감고 깨끗하게 하고 다니지도 않는다는 이야기인데 ......


   그 후 오랫동안 외할머니의 그 말이 잊히지 않았다. 
   똑순이는 ......


   ㅎㅎㅎ 그런데 지금도 사실은 그렇다.

   부지런하지도 않고

   머리도 매일 안 감고

   깨끗하게 하고 다니지 않는다.

 
   ' 부지런하다고 다 잘 사나?

     머리는 이틀에 한번 감는 게 더 좋대! 다른 사람에게 불쾌감만 안 주면 될 정도로 깨끗하면 되지 머!

     깔끔이는 다른 사람 피곤하게 해요! '


     오랜 세월이 지난 후 여전한 똑순이에 대한 변명이다.

 

42. 과수원

    

   학교 오가는 지름 길에 동네 가까이 오면 자두나무 과수원이 있었다. 


   옥천역 철도를 건너고 

   동네 옆으로 리어카 길을 따라서 오다가 

   개울을 건너고 

   오른쪽 논 멀리 공동묘지가 있는 산이 있고 

   왼쪽에는 논 멀리 측백나무로 울타리가 만들어진 연초공장이 있는 

   삐뚤 삐뚤한 논둑으로 가득 차 있는 너른  벌판을 지나오면 

   자두나무 과수원 옆에 있는 오솔길을 가게 된다.


    과수원을 따라서 걷다 보면 저절로 입안에 침이 가득 고였다. 

    아직  익었을 때는  익은 대로 입안에 신맛이 돌고 빨갛게 익었을 때는 빨간 대로 입안에 신맛이 돌았다.


    지나가면서 파란 열매  때는 어쩔  없지만 빨강 빛이 보이면  두어 개씩 따서 깨물었다.

    빨간 열매라도 새콤했다. 

    달콤한 자두를 먹어 본 적이 없었다. 
      " 며칠 있으면 정말 달콤한 자두가 되겠는걸? "


   새콤한 자두를 먹으면서 빨갛고 맛있게  익은 달콤한 자두를  상상을 하고는 하였.
     " 먹으면 배 아플 텐데! "
   어른들의 말에도 끄떡 없이 잘 익을 며칠을 기다리면서 아직도 새콤하고 싱싱한 자두를 2-3개씩 따서 먹고 다녔다.

   원두막에 사람이 있을 때도 있었지만 별로 상관하지 않고 따서 먹었었다. 
  

     ‘ 이젠 정말 맛있을 거야!   
   맛있는 상상으로 가득 차서 하교하는 , 

   그날에는 과수원에 자두가  한 개도 없었다.

   과수원 주인이  익은 자두를 팔려고 모두 딴 것이다.

  
   똑순이의 기억에는 자두란 언제나 

     ‘ 단맛은 없는 새콤한 과일  

   이었다.
  

43. 원피스 아가씨 
   

    봄빛이 찬란한 초록색 여름 옷으로 갈아입기 시작할 무렵. 


      사잇길로 깡충깡충 룰루랄라  

    동네가 보이고 과수원이 보이는데 까지 왔었다. 


     앞쪽 작은 산 모퉁이 길로 들어 가는  사잇길에 웬 낯선 아가씨가   걸어가고 있었다. 


    또순이 눈에 특이하게 비친 것은  아가씨가 몸에 바싹 밀착된 원피스를 입고 있었는데 배가 볼록했다. 


   원피스는 화려하고 커다란 꽃이 그려진  원피스라  아가씨 몸매가 이상한 것이었다.
     ‘ 배가  저렇게 뽈록할까? 밥을 많이 먹어서 일까? ’
     ‘ 옷은 쁜데 뽈록한 배 때문에 정말 보기 싫어! 


   아가씨가 또순이한테 아는 척하면서 말을 걸었다.
     “ 학교 갔다 오니? 
     “ 네
     ‘ 누구지? 


    이제 생각해보면 다른 것으로도 얼마든지 사람 배는 나올 수 
있었는데도 

    어린 또순이한테 사람이 배가 나오는 것은 밥을 많이 먹었을 때뿐이고 다른 것은 상상할  있는 나이가 아니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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