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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붐 세대 탐구 생활/어린시절 이야기

또순이 어렸을 적에 7 - 외갓집

by 영숙이 2019. 8.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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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외 갓 집

   

   옥천군 마암리 대문 집이 외갓집 주소이다.


   마을 입구를 조금만 들어 가면 동네 유일한 우물이 있고 우물 바로 옆에 마을에서 유일하게 커다란 나무 대문이 있는 집이다. 


  우물물을 퍼서 버리면 흘러 가는 수로가 점점  넓어지면서 부채꼴로 퍼지고 거기에 외할아버지는 미나리를 심어서 키웠다. 


   그 수로 라인에는  외양간이 있고 푸세식 변소가 있었고 ㄴ자로 꺾여서 대문 옆으로 짚을 쌓아 두는 헛간이 있었다. 


   옆에는 텃밭이 있었고 각종 채소, 토마토, 고추,  오이가 자라고 있었다. 


   새벽마다 할아버지가 대나무 빗자루로 비질을 해서 항상 정갈하게 쓸려져 있는 제법 큰 앞마당이 있었고 일자형 기와집이 대문에서 왼쪽 편부터 부엌, 큰방, 작은  순서로 놓여 있었다. 


   동네에서 유일한 대문 집이라서 지나가던 과객이 자주 들리는 집이었다.


   위로  넷에 막내 아들

   원래는 아들이 위로 2  있었는데 외할머니가 감기 걸렸다고 항생제를 과다 복용 시켜서 막내만 남았다고 또순이 엄마가 가끔  무식한 외할머리라고 욕하는 소리를 들었다.

 

 

20. 학교 오가는 길

    

    동네 어귀를 나서면 자동차가 다닐 수 있는 포장 안된 1차선(경운기나 리어카가 다니는 길) 신작로를 따라 40분 정도 걸어가면 담배 만드는 공장(연초제조창)이 나온다.

    측백나무가 심어진 공장 담을 따라 15분 더 걸으면 정미소 앞이고 그 옆에  철도 건널목이 나온다. 

    철도를 건너 2차선 포장 도로로 20분 정도 걸으면 옥천군  삼양리 삼양 초등학교가 나온다. 


    처음에는 만들어진 길을 따라 학교를 오고 가다  다른 아이들처럼 지름길로 다니게 되었다.


   옥천역 옆쪽에 있는 철도를 건너 자동차가 다닐 수 없는 리어카 길을 따라 철도 옆 동네가 있는 끝까지 와서 작은 하천을 건너 논둑길로 걷는 것이다.


   논둑 길은 사람들이 많이 다녀서 어느 정도 길로써 자리가 잡혀 있었고 논 모양에 따라 꼬불꼬불하였다. 
   때로는 길로 되어 있는 논둑 길로 가지 않고 이리저리 논둑 길을 헤매며  걷기도 하였다.


   농사짓는 사람들은 보이지 않아도,

   논에는 써래질부터 시작해서 모심기가 끝나면 ,

   벼가 파릇파릇 자라나고,

   개구리 울음 소리에,

   하얀  학 한 마리가 한쪽 다리로 혼자 서서 가끔씩 우렁이를 잡아먹는 모습이 보이고,

   벼 이삭에 나락이 있는,

   매일매일이 똑같은 풍경 같지만,

   매일매일이 달라지는 풍경이 있었다.

 

21. 뚱땡이 이모

   

    이모는 외 할아버지처럼 키가 커서 175가 넘었다. 게다가 체격이 좋아서 뚱땡이 이모라는 별칭으로 불렸었다.  


    체격이 크다 보니, 섬세한 면은 적고 손이 커서, 소풍이라고 커다란 사탕  봉지를 사온 것이다.


   어느 여름 날 밤.

   이모가 마실 나갔다가 새벽녘이 되어서야  돌아왔다. 
   외 할아버지는 헛간에서 지게 작대기 들고 나와 휘두르면서 이모한테 천둥소리 같은 목소리로 소리소리 질러댔다.  

     

     " 어디 가서 무슨 짓을 하고 돌아 댕긴겨? 다리 몽댕이를  뿌려 뜨려 놓을테니께 "

     " 대문 밖에 못 댕기게 머리 빡빡 깎아 놓을껴! " 

     " 아이구, 아버지  못했어유! 다시는  그럴께유! 복숭아 과수원밖에 안 갔다 왔어유! "


   자다가  또순이는 마당에서 벌어지는 난리 통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정말 때릴  같았던 외할아버지는 다시는  그러겠다는 약속을 여러번 듣고서야 이모를 놓아 주었다


   방에 들어온 이모는 연분홍빛 커다란 복숭아 한 개를 또순이에게 내밀었다.  

     

    "껍질 벗겨서 먹어!"

  

  물이 뚝뚝 떨어지는  커다란 복숭아는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었다. 

  세상에서 정말 그렇게 맛있는 복숭아는 처음 먹어 보는 것이었다. 
  복숭아에서 벌레가 나왔다니까 이모는 

   

  "벌레도 맛있는 복숭아를  알아보는 게야! 벌레 나오는 복숭아가 젤루 맛있는 복숭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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