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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붐 세대 탐구 생활/어린시절 이야기

또순이 어렸을 적에 15 - 창호지 유리창과 꽃

by 영숙이 2019. 8.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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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연못 마름 캐기

   

    가뭄으로 연못 물이 빠져서 바닥에 진흙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아이들이 연못으로 몰려 갔고

    또순이도 아이들을 따라 진흙이 드러난 연못으로 들어갔다. 


    흙탕물이 허리 까지 오는 연못 바닥에서 까만 마름 열매를 건져내었다.

    양쪽에 뿔같은 것이 달린 까만 마름 열매를 까면 하얀 가루가 맛있었다.

 
     배꼽까지 차는 흙탕물 속에서 첨벙 거리며 많은 동네 아이들이 진흙을 파헤치고 마름열매를 캐고 헤엄치면서 놀았다.

 
     한참을 놀고 있는데 동네 어른이 지나가면서 연못에서  나오라고 소리소리를 질렀다.

 
      또순이도 아이들과 같이 연못 진흙탕  속에서 나와 연못 옆에 우물이 있는 집으로 씻으러 갔다. 


      또순이는 아래 쪽이 가려워서 걸어가면서 손가락을 집어 넣어 긁었는데 거기에서 까만 거머리가 잡혀 나왔다.
        ‘ 으아, 무서워, 피가 나네! 


      혼자 놀라서 거머리를 뿌리치고 있는데 

      옆에서 같이 걷고 있던 여자 아이가 

      연못 맞은  가까이 붙어 있는 깔끔한 양옥집을 가르키며 말하였
        “  집은 여자 혼자 사는 집인데 가면 안된대! " 

        " 한번은 어떤 사람이 저 집에 가서 부르니까 여자가 도끼를 들고 나오더래! 


      도끼를 들고 나오는 무서운 여자가 산다는 것보다 

      여자 혼자 산다는   이상하게 들리는 또순이. 
      여자 혼자 산다는 . 
      연못가 외딴 집에서 혼자 사는 여자. 
      어린 또순이 마음에 외딴집에서 여자 혼자 사는 것은 얼마나 무서울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연못 오른 쪽에 있는  나무 울타리를 지나 싸리문 안에 있는 우물가에서
     옷에 진흙을 씻어내고 세수하고 마름 열매를 씻었다. 


     마름. 
     마름 열매. 
     까만 마름 열매.
     안에 하얀 녹말가루가 나오는 마름.


     오랜 세월 후에 아버지가 위암으로 위 수술을 하셨을 때 위암에 좋다고 하여 대구 약전시장에서 한자루 사서 친정에 보냈었다.

 

45. 창호지유리창과 

    마당에서 타작을 하고 (봄에는 커다란 나무둥치에 보리를 두드려서 털었는데) 가을에는 기계를 빌려와서 발로 기계를 돌려 볏단을 털었다. 


    추수 일이 바빠서 가을걷이를 도와주는 사람을 한사람 두었다.

 
    콩을 도리깨로 털어내던 마당에 수북하게 낟알이 쌓이고 걸 가마니에 담고 볏가마니를 창고에 쌓아놓고 ...... 

    그렇게 풍성한가을이 시끌벅적하게 지나가고...... 

    추운 겨울을 대비하여 방문마다 창호지 문을 바르기 시작하였다. 


    햇볕이 좋은 날을 골라 방문 들어내어 창호지를 전부 떼어내고 물로 깨끗이 닦아 낸 다음 문종이에 밀가루로 쑨 풀을 발라붙였다.

 
    방문에는 뽀얗고 새하얀 문종이가 붙여져 집안이 훤해졌다. 


    할아버지는 그중에서도 겨울에 밖에 나가지 않고 방 안에서 소의 상태를 살피기 위하여 

    외 할아버지가 곰방대에 담배를 담아 피우는 자리 눈높이에 맞추어 딱 작은 수첩 크기의 유리를 잘라 창호지 방문에 붙여 자그마한 유리창을 만들어 놓았다. 


     작은 방문 유리창으로 내다 봐도 마당과 외양간 상태가  보였다. 

    집안으로 들락이는 사람들과 대문간의 형편도 보여서 또순이도 종종 이용하였다.

     가끔 입김을 호호 불어서 유리창을 닦아내었다. 

 

     방문 손잡이 옆에는 작은 민들레 꽃을 말려서 문종이 위에 붙이고  위를 문종이로 네모지게  크기만큼 오려 붙였다. 


      작은 꽃이 얼마나 위로가 되던지……

     정말 예쁘고(실은 그다지  이쁠지도 모르지만)...... 

     또순이 마음에는 엄청 이쁜 꽃으로 비쳤. 


     거기에 선택되어 말려져서 붙여져 있다는 것 ..... 

     인테리어라고는 상상할  없는 외갓집에 꽃을 장식 한다는 게 너무 멋있고 좋았다. 


     그렇게 외갓집은 ...... 

     또순이의 어린 시절의 문창호지 문에 붙여져서 이쁘게 보이고 마음에 여유를 갖게 하고 상상을 풍성하게 해주던  꽃처럼 ...... 

     또순이의 마음에 자리를 잡았다.


     50여 년이 지난 지금도 또순이 마음 어느 귀퉁이에는 

     어린 시절 보았던  문 창호지에 붙여져 있던 노오란 민들레 꽃처럼 남아 있는 외갓집의 모습이다. 

 

46. 부치는

 

      외갓집에 고소한 기름 냄새가 폴폴 나고 또순이는 냄새를 따라 부엌으로 들어 외할머니가 뚜껑을 뒤집어서 부치고 있는 앞에 쪼그리고 앉아 바라보고 있었다.

 

      제사 지내는 날이다.

 

     돼지비계를 가로 문지르면 기름이 지글지글 소리를 내면서  가운데로 모여들고 외할머니는 밀가루 것을 국자로 떠서 얹고 위에 배추 잎을 두어 깔고 적당히 익으면 뒤집는다.

     이제나 주려나 저제나 주려나 보고 있으면 할머니가 부친 전을 찢어서 또순이 손에 쥐어 준다.

       ‘ 정말 맛있는 , 정말 맛있는 … ’

    후딱 먹고 기다리지만 외할머니는 제사 지내야 한다면서 주지는 않았다.

…….

 

      밤중에 자고 있는데 외할머니가 깨운다. 제사 지내야 하니까 윗방으로 올라가라고.

    비몽사몽 윗방으로 옮기고 나면 잠이 깬다.

    아랫방과의 사이에 있는 미닫이를 살짝 열고 아랫방을 들여다 보았다.

 

    대낮처럼 불을 환하게 놓았는데 제사상이 차려져 있고 낮에는 보았던 떡에 전에 과일에 생선이 차려져 있고 외할아버지는 장신에 하얀 도포를 떨쳐 입고 제사장에 술을 올리고 절을 한다.

   ‘ 제사 지내는 구나! ’

 

   그러다가 어느 사이 다시 잠이 들었었다.

 

47. 돼지 잡는

 

     잔치를 한다고 기르던 돼지를 잡는단다.

     마을 회관에서 놀다가 돼지 잡는다는 소리에 외갓집으로 달려 갔다.

 

    마당 한쪽에는 커다란 가마솥을 걸어서 불을 피우고 있었고 외갓집에서 키우던 돼지가 다리가 묶여서

     ‘  ~ ~ ~ ’

 

    이제껏 그렇게 울부짖는 소리를 들어 본적 없는 같다.

    죽을 아는 건지 동네가 떠나가라고 꽥꽥꽥 거리고 있었다.

 

    남자 어른들 분이

      ‘ 애들은 저리 가라! ’

 

    했지만 어른들 뒤에서 지켜 보고 있었다.

 

    칼로 돼지 목을 따고 흐르는 피를 바케쓰에 담는데 김이 오른다.

    돼지 잡으면 내장에다 피를 넣어서 순대를 만든다고 하였다.

    외할아버지가 닭을 잡는 것은 여러 보았지만 돼지 잡는 것을 보는 것은 처음 이었다.

 

    닭은 모가지를 비틀어서 숨이 끊어지면 바로 끓는 물에 집어 넣었었다.

    그렇게 울부짖던 돼지가 순식간에 조용해 지는 것을 보면서 너무나 충격적이었는지, 대문 밖으로 나갔었는지, 다음 장면은 전혀 기억이 난다.

 

 46. 전 부치는 날 2

 

    마실을 다녀오니 집안에 고소한 냄새가 가득하였다. 

    부엌으로 가니 외할머니가 솥뚜껑을 뒤집어 놓고 김치전을 부치고 계셨다. 


    돼지고기 기름을 두루고 밀가루를 국자로 떠서 돌린 다음 그 위에 김치를 나란히 나란히 놓고 김치 위에 밀가루를 한 번 더 올린 다음 익으면 뒤집고 ......


    고소하고 맛있는 김치 전.


    이제나저제나 주시려나 외할머니 얼굴과 김치전을 집중해서 보고 있으면 외할머니가 대나무 채반에서 방금 부친 김치전을 주셨다. 

    김치전을 손에 받아 들고 죽죽 찢어서 입에 넣으면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었다. 
  

    고소하고 맛있는 김치전.


    때로는 팥 시루떡을 찌기도 하였다. 


    부엌에 있는 솥에 물을 담고 시루를 얹은 다음 밀가루 반죽을 해서 틈이 생겨 김이 새어 나가지 않도록 단단히 붙여 주었다. 
   시루에 쌀가루를 얹고 익은 팥을 올리고 또 쌀가루를 얹고 또 익은 팥을 올리고 이렇게 겹겹이 얹은 다음 맛있게 익은 냄새가 날 때까지 쪘다. 


    맛있게 익은 팥 시루떡 


    떡 한 모퉁이 받아 들고 단맛과 소금 간이 약간 있는 팥 시루떡을 입에 넣으면 그렇게 맛있는 떡이 이 세상에 더 있을 것 같지 않았다. 


    더 못 먹는 거 아쉬워하면서 다음 날 학교 다녀와서  먹을 거 찾아 온 집안을 다 뒤져도 더 이상 어제 먹던 그 맛있는 먹거리들은 보이지 않았다. 


    벽장 속에도, 찬장 속에도 없었는데 외할머니가 동네 사람들을 불러 모아 놓고 다 먹었기 때문이었다.

 
    맛있는 전.
    맛있는 떡.
   

    그때그때 먹지 않으면 없어지는 정말 맛있는 것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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