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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붐 세대 탐구 생활/어린시절 이야기

또순이 어렸을 적에 18 - 교회

by 영숙이 2019. 8.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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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 크리스마스와 교회 

   

    크리스마스가 가까워 오는 어느 날 누구인가?

    주인 집 딸 들이었나?

    하여튼 크리스마스에 교회에 가면 노트와 공책을 선물로 준다고 하였다.

 

    또순이도 연필과 공책을 타기 위하여 산꼭대기에 있는 교회로 갔다.

 

    꽤 먼 거리로 산꼭대기에 외따로 서 있는 교회를 찾아가는 길은 쉽지 않았지만 시간이 늦어서 헉헉거리며 언덕을 올라 교회에 갔다.

 

    오래된 갈색 체크 양복을 입은

    영화나 소설 속에 주인공으로나 나올 법한

    마르고 초췌한 인텔리틱한 아저씨가 

    앞에 있는 나무 탁자 앞에 서서 

    아이들 이름을 부르면

    이름을 불린 아이들이 

    마룻바닥에 앉아 초롱초롱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 또순이와 아이들 사이에서 나가 

    노트와 연필을 받아 가지고 돌아와 앉았다.

 

    또순이 빼고는 전부 이름이 불리어 나가서 공책과 연필을 받았다. 

    또순이 이름은 불리지 않았다. 

    이제나 저제나 다 없어질 것 같던 연필과 공책도 다 주어서 하나도 남지 않았다.

   

    손을 들고 말했던가? 아마 그랬을 거 같다.

    이제나저제나 가만있지 않았을 거 같다.

      " 저는 안 주었는데요?  "

 

     지금도 그 얼굴이 선명하게 떠오른다. 괴로운 듯한 얼굴로 

       " 오늘 안 준 학생들은 다음 주에 나오면 줄게요! "

     크리스마스 선물은 교회에 잘 나오는 학생들을 위하여 준비한 것일 것일 게다.

 

      ---소설처럼 

         바람이 부는 산꼭대기에 

         하얀 나무 십자가를 달고 서 있었던 

        약간 낡은 듯한 빨간 벽돌 교회 ---

 

    ---소설 속에 나오는 아픈 주인공처럼

       마르고 창백한 얼굴로

       오래된 갈색 양복을 입고

       생각에 잠긴 맑은 눈으로 바라보던  멋있어 보이던  인텔리 전도사님 ---

 

       교회에 대해 기억하는 첫 번째 장면이다.

 

54. 교회

    선물을 주겠다고 했던 크리스마스 그 다음 주에 주인집 딸들과 교회를 갔다. 

    교회를 가는 길에  주인 집 딸들이 동전도 아니고 빳빳한 10원짜리 지폐를외국에 편지 보낼 때나 쓰는 주위에 빨간 줄이 사선으로 그어져 있는 네모난 편지 봉투를 열어 조금  보여 주면서 자랑스럽게 말했다.

 

      "이거 헌금할 돈이야!

      ' 동전도 아니고 10원짜리 종이돈을 교회에 낸다고?

 

   몇 년 후 시골인 군서로 이사 갔을 때 

   입안에 꽉 차게 커다란 빨갛고 하얗고 초록색 줄이 있는 알록달록한 눈깔사탕 한 개를 1원짜리 한 개로 살 수 있었던 시절이다. 

    콩나물 심부름을 갈 때마다 백동전 한 개 가지고 가서 거슬러 왔는데 .....

 

    교회에 가까이 가면서 보니까 교회 벽에 이렇게 쓰여있었다.   

 

      = 구하라 그러면 너희에게 주실 것이요. 찾으라 그러면 찾을 것이요 문을 두드리라 그러면 너희에게 열릴 것이니 =  (마태복음 7장 7절)

 

    글자는 읽었지만 무슨 뜻인지는 알 수 없었다.

 

    크리스마스 때처럼

    마룻바닥으로 되어 있는 일층으로 가지 않고

    밖에서 보면 일층이지만 교회 안에서는 지하인 곳으로 내려갔는데 제법 어른들이 많이 앉아 있었고 사이사이에 아이들도 있었다.

 

    이제나 저제나 선물을 줄까 기대하며

    예배 시간 내내 목사님 얼굴을 보았지만 끝날 때 까지 연필과 공책은 주지 않았다. 

 

    대신 기도라는 것을 알았다.   

    기도하면 하나님이 주신다고 목사님이 말씀하셨다. 

    저 벽에 씌어 있는 것처럼 

      = 구하라 그리하면 너희에게 주실 것이요 =

    라고 성경책에 씌어 있으니

    구한다는 것은 기도하는 것이고 기도하면 하나님께서  주실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헌금 바구니를 돌려서 헌금 걷는 것과

    주인 집 딸이 그 바구니에 돈 봉투 넣는 것을 보고 

       ' 교회 다니는 것은 돈이 드는구나! '

   

    그 다음 주부터 안 갔지만 벽에 쓰여 있던 성경 귀절과 그 귀절에 대한 목사님의 말씀은 잊히지 않았다.

    지금까지도.  

 

55. 셋집 2

 

    잘 지어진 한옥 집 문간방에서 다른 집으로 이사를 하였다. 

 

    이사를 하게 된 동기는

    한옥 집 뒤쪽으로 꽤 큰 앞 마당만 한 크기의 텃밭이 있었다.

    고추며 오이, 깻잎, 호박, 가지 등이 심어져 있어서 반찬거리가 되었는데 

    주인이 따서 반찬 하라고 했지만

    엄마는 남의 것이라고 들여다보지도 않았었다. 

 

    주인 집에서 자꾸 텃밭에 고추, 오이, 깻잎, 호박, 가지가 없어진다면서 

    누가 손을 댄다면서,

    또순이가 보일 때마다 이야기했고

    들은 이야기를 엄마한테 전했더니 이사해야겠다고 하셨다.

 

    이번에 이사한 집은 방 2칸에 부엌 한 칸으로 문간방 집하고 크게 다를 건 없지만 그래도 독립가옥이었다.

   

    차 다니는 도로가에 삼천리 자전거 점포가 있었고 바로 그 가게와 연결된 뒷집이었다.

    꽤 멀리 떨어진 예전 집 근처에 친구가 한명 있었는데 그 애를 만나고 돌아 올때는

   삼천리 자전거 점포를 찾아서 옆에 있는 대문으로 들어오면 또순이네 집이었다. 

 

    도로 건너편에 

    마당에 정원까지 가꾸어진 크고 나름 고풍스러운 한옥이 있었는데 

    또순이 또래의 여자아이가 있어서 가끔씩 같이 어울렸다 

    나중에 중학교를 같이 다닌 필순이다.

 

    젊은 시절의 엄마는 늘 어두컴컴한 방안에 계셨다.

    엄마가 밖에 나가는 걸 본 기억이 없다. 

    우울하지는 않았지만 표정이 없는 얼굴로 방문을 열고 엄마를 부르는 나를 바라보셨다.

 

    지금 생각해보면 사교성이 없는 분이셨고

    항상 집에 계셨고

    혼자 생각에 잠겨서 이렇다 저렇다 말도 없으셨던 

    잘 웃지 않는 분이셨다.

 

    마당에 아주 작은 텃밭이 있어서 고추, 오이, 호박, 깻잎, 가지를 키워서 반찬으로 만들어 먹었다.

    어린 시절부터 고추, 오이, 호박, 깻잎, 가지는 또순이네 반찬이었고

    특히 아버지는 식사 때마다 풋고추를 된장에 찍어서 드셨기 때문에 꼭 있어야 되는 필수 반찬이었다.

 

    반찬이나 밥에 대해서는 그리 불만이 있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래도 밥 외에 뭔가를 먹고 싶어서 간식을 조르곤 했던 기억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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