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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붐 세대 탐구 생활/어린시절 이야기

또순이 어렸을 적에 16 - 담양 엄마 집

by 영숙이 2019. 8.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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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담양 엄마 

   

    여름 방학이 되어 막내 이모랑 담양 엄마네 집에 갔다.


    집은 나무로 만든 집이었고 높다란 누마루에 마당에는 맨드라미와 봉선화가 피어 있었고 양철 대문에 담벼락은 호박이 열리는 호박 넝쿨이 무성한 잎사귀를 달고 덮여 있었다.

 
    저녁 해 질 무렵 막내 이모랑 석양이, 

    분홍빛이 가득 채워진 너르디너른 들판 가운데로  길을 따라 석양 속으로 들어 갔었다.

 
    한참을 가다가 뒤돌아보면 동네가 옹기종기 모여 저녁 짓는 연기를 내고 있었고 

    또순이는 눈에 들어오는 풍경을  번은   같지 않아 열심히 눈에 담았다. 


    호박 잎을 따오라 해서 담에 붙어 있는 호박 잎을 너무 크지도 작지도 않은 것으로 골라 껍질을 벗겨 갖다 주면 엄마는  위에 얹어 쪄서 밥상 위에 반찬으로 올려놓았다. 


    호박잎 밥을 올리고 맛있는 양념 간장을 얹어 싸먹으면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었다. 

    막내 이모가 호박 잎이 너무  것은 세서 맛이 없고 너무 작은 것은 물러져서 먹을 게 없다는 것을 알려 주었다.

 

    호박  껍질 까는 것도 알려 주고 호박 줄기가 뻗어 가는 새순을 꺾어 목걸이 만드는 법도 알려 주었다.

     호박 줄기 목걸이는 실제로 사용하는 것보다 만드는 즐거움이 컸다. 

     양철 대문   앞에 서서 호박 줄기 껍질을 가고 한번 줄기를 꺾고  껍질 까고 이렇게 번갈아 가면서 이어가면 목걸이가 된다.

 
     엄마 집에는 내가  보았던 여동생이 순이가 입었던 예쁜 빨강 스웨터를 입고 마루 아래  있었다. 

     또돌이하고 함께  있었던 여동생은 정말 예뻤다.

 
     살결도 뽀얗고 통통하고 이마도 예쁘고 볼도 예쁘고 손가락도 통통하니 귀여웠다. 

    여동생을 보는 사람들은 누구나  
      “ 아이고 예뻐라! ”
    하면서 여동생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또순이 눈에도 정말 귀여운데 어른들 눈에는 얼마나 귀여웠을까. 


    막내 이모가 담양에  도착했다고 외갓집에 전보를 띄웠는데  전보가 담양 엄마네 집으로 다시 왔다. 

    발신자와 수신자를 바꿔 써서 엄마 집으로 돌아온 것이다. 
    지금처럼 받는 이와 보내는 이로 했으면 좋았을 것을!

    발신자와 수신자를  구분하지 못해서 생긴 일이었다. 

 
    막내 이모는 일주일 만에 외갓집으로 돌아가고 순이는 여름 방학 내내 엄마 집에서 보냈다

 

48.  사는 

    엄마가 외갓집에 많은 선물과 함께 다녀가신 다음 해에 정말 아버지가 옥천군 군청으로 발령을 받아 오셨다.


     또순이도 외갓집을 떠나서 엄마하고 아빠하고 사는 집에 동생들과 함께 살게 되었다. 


     낯선 집은 근사한 한옥집 대문간에 딸려 있는 사랑채로 작은방 한 칸과 이어져 있는 작은 부엌이었다. 


     엄마, 아버지와 함께  집이니까 좋다, 나쁘다 그런 개념은 없었고 동생들과 부모님과 함께 니까 또순이는 그저 좋기만 하였다. 


     초등학교 3학년. 
     동생들은 2, 3 차이로 아직 학교를 다니지 않았었다. 

 
     어느  동생들 틈에서 자다가 무슨 소리가 들려 잠에서 깨었지만 자는 척하면서 듣고 있었다. 
     얼굴 보기 힘든 아버지가  마시고 늦게 들어와 엄마에게 주정하는 소리였다. 


     아버지는 무슨 소리인지 끊임없이 떠들었었고 엄마는 묵묵히듣고 있었다.

 
     아버지가 술을 마시고 들어오는 다음  아침이면 엄마는 가게에 가서 콩나물을 사 오라고 동전을 주셨다. 


     가게로 가서 콩나물을 기르는 옹기에서 집에서 가져간 빨간 플라스틱 바가지에 콩나물을 받아 가지고 오면 엄마는 그걸로 맛있는 콩나물국을 끓였다.


     늦게 일어난 아버지는 밥상에 올려진 콩나물국을

       " 시원하다, 어, 시원하다! 

     하시면서 맛있게 드셨다. 


     또순이의 작은 세계는 술을 마시고 늦게 들어오시는 아버지와 콩나물 사 오라고 심부름 시키는 엄마와 남동생 한명, 여동생 한명 이렇게 가족들과 함께 하는 작은 문간방이 전부였다.

 

49. 꽁치

    시장에서 사 오거나 주인 집 뒷마당에서 농사지은 가지, 호박, 깻잎, 배추 반찬을 만들어서 먹지만 가끔은 엄마가 가게에 가서 꽁치를 사 오라고 시켰다. 


     엄마가 주신 백동전을 손에  쥐고 동네에 있는 가게에 가서 꽁치 2마리를 사 오면 엄마는 거기에다 무를 썰어 넣고 푹 끓여서 정말 맛있는 생선 반찬을 만들어 주셨다.


     생선 반찬은 아버지가 드시는 거지만 저녁 식사 때가 한참 지나도  오시면 우리 반찬이 되었다.
     

     꽁치  마리가 여러 토막으로 잘라져 있고 그중 몸통의 생선 살을 잡아떼면 중간에 생선 가시가 나온다.

 
     몸통을 먹는 일은 드물고 보통 눈이 있는 머리를 먹게 되는데 머리에 붙어 있는 꽁치 눈알을 파먹을 때에는 

       ‘ 생선 눈알을 먹으면 머리가 좋아진대!  

     하면서 먹고는 하였다. 


     생선 냄새가  나면서 시원한 맛이 일품인 고추장과 고춧가루 때문에 빨갛게 물든   토막을 가지고   그릇을 뚝딱 해치울  있었다. 


     또순이는 아침이나 저녁에 엄마 반찬거리 사 오는 심부름 때문에 가끔 돈을 받아가지고 반찬을 사 오면 남게 되는 잔돈을  엄마에게 돌려주었다. 


     심부름 값을  달라던가, 

     돈  달라던가, 

     아니면   남은 것을 남았다고 안 하고 슬쩍할 수도 있는데 그런 적은 한 번도 없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 돈으로 우리 가족들 전체가 밥을 먹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었기 때문이었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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