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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붐 세대 탐구 생활/또순이 어렸을 적에

또순이 어렸을 적에 96 - 상순이 이모

by 영숙이 2019. 11.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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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5. 상순이 이모

 

      엄마들이 막내 이모를 상순이 이모라고 불러서 또순이네들도 자연스럽게 상순이 이모라고 불렀다.

      또순이는 상순이 이모가 좋았다. 

      어쩌다 외갓집에 오면 입던 옷이지만 이쁜 옷도 주고 항상 상큼 발랄한 분위기가 좋았다.

 

 

      외할아버지가 멀리 출타한 사이에 다니러 온 상순이 이모는 외할아버지가 무서워서 이른 아침 등교하는 또순이를 따라 대전으로 출근한다고 나갔었다.

     홀이 따뜻하다고 말할 때 홀이 왜 따뜻할까?

     왜 홀이라 부르지?

     또순이가 대학생이 되고서야 이모가 다방에서 일한다는 것을 알았다.

 

 

    대전에 있는 다방에서 일하다가 부산역 앞에 있는 텍사스 촌에 다방을 차렸다.

    또순이는 대학교 1학년 때 절친이었던 선아랑 부산으로 놀러 갔다.

    이모는 다방에서 먹고 자면서 일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모네 홀에서 자고 해운대 바닷가, 달맞이 고개, 송정 바닷가 용두산 공원, 태종대 등을 구경 하였었다.

  

 

   울산 여상에서 처음 교직 생활을 할 때 상순이 이모네 집에 가끔 놀러 갔었다.

   여름 방학 때에는 외할머니가 부산 가고 싶다고 하여 모시고 놀러 가기도 했었다. 

   상순이 이모는 결혼하여 텍사스 촌에서 맞춤 청바지 가게를 차리기도 하면서 열심히 사셨다.

   

 

    이모네 집은 예전에 또순이가 옥천에서 살 때 살았던 두칸짜리 셋방으로 큰방에 붙어 있는 마루 밑에 부엌이 놓여 있는 열악한 주거 환경이었지만,

    손맛이 좋아서 음식도 후다닥 맛있게 만들었고 살림도 바지런하고 깔끔하게 해놓고 살았었다.

     

   " 야야! 니는 젊은 애가 와 피부가 탱탱하지 않고 메가리가 읎어 보이나? "

   

   이모 눈에는 또순이가 젊은 애 같지 않아 보였었나 부다. 

   생각해보면 또순이 피부는 20대나 지금이나 비슷해 보이는 것 같기도 하다. 

   하기사 책이나 좋아하고 늘 생각에 잠겨 있는 또순이가 팔팔해 보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외할머니가 돌아 가셨을 때 외갓집에 오셨던 상순이 이모는 기차 타고 올 때 기차 안에서 먹을 걸 싣고 다니는 수레에서 아들들이 먹을 거 사달라고 졸라도 돈이 없어서 못사줬다면서 속상해 했었다.

   

 

   또순이 여동생 결혼할 때 대전 또순이네 집에 오셨었다.

   이모부 따라 선거운동 하다가 예수님 만나 교회 다니게 됐다면서 여동생을 비롯한 또순이네 가족에게 열렬하게 전도를 했었다.

  그런 이모가 너무나 낯설어서 - 먼일이람 - 하는 얼굴들이었다.

  또순이네 가족도 교회는 다니고 있었지만 예수님을 만난 것은 아니고 그냥 교회만 다니는 신자들이었었다.

 

 

   20대 초반에 가출하여 평생 돈을 따라 다니던 상순이 이모가 예수를 믿고

그것도 열렬히 믿다가 드디어 돈벼락을 맞았다.

   아들들과 돼지 국밥 집을 했는데 매일 매일 손님이 미어 터지게 들이 닥쳤다고 한다.

   소위 말하는 대박집이 된 것이다.

   이모는 돈 버는 재미에 국밥 쟁반을 들고 본인 표현대로 하면 날라 다녔다고 했다.

   돈을 미쳐 다 정리 못해서 앞치마 여기 저기에 넣고 다녔다고도 했다.

 

 

   그런 상순이 이모가 돈버는 일에 너무 신이 나서 건강을 미쳐 돌보지 못했다고 했다.

   밥먹는 시간도 아까워 하면서 돈을 벌었다고 하니 탈이 난 것이다.

   또순이가 제대로 예수 믿게 되었을 때 목사님이 하신 말씀처럼

     

    " 버는 복도 주시옵고 쓰는 복도 주시옵소서! "

   

   상순이 이모는 버는 복만 받고 쓰는 복을 받지 못한 것이다.

 

 

  몸이 안 좋아서 병원에 갔을 때는 이미 암 말기라서 손을 쓸 수가 없었다고 한다. 

  이모는 죽기 전에 살았던 곳을 돌아 본다면서 옥천과 대전에 와서 언니들을 다 만나 보고 살았던 곳을 둘러보고 부산에 내려 가서 돌아 가셨다고 했다.

 

 

  또순이는 대박 집에 가면 항상 이모 생각이 났다.

  특히 이즈음 부산에 있는 대박 집에 구경 가면 부산 텍사스 촌에 살았던 상순이 이모 생각이 났다.

 

 

  지난 주 주말에도 또순이가 좋아하는 부산 송정 바닷가를 갔었다.

  옛날에는 변해 가는 모습도 좋고 진짜 송정을 좋아해서 한달에 두어번은 갔었는데 이즈음에는 송정도 예전 같지가 않아서 좀 뜸하게 간다.

 

 

  송정에 대박 집이 있었다.

  대박집에서 만드는 것을 대박집 티비 화면으로 구경하고 직접 구경하면서 또 상순이 이모 생각이 났다.

 

 

   돈은 잘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잘 쓰는 것은 더 중요하다.

   아무리 벌어도 제대로 잘 써보지 못한다면 무슨 소용이랴!

 

      " 버는 복도 주시옵고 쓰는 복도 주시옵소서! " 

 

        < 상순이 이모랑 담양 엄마 집에 갔을 때 유원지에서 찍은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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