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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붐 세대 탐구 생활/편지글

< 편지 글 > 1. 시작

by 영숙이 2020. 2.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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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시작   

 

  오늘부터 편지글을 올릴 것이다.

  초임 발령받고서 반 아이들한테 방학숙제로 담임선생님에게 편지하기를 냈었다.

  반 아이들은 담임이 낸 숙제가 마땅치 않으면서도 숙제라니까 할 수 없이 써서 보냈었다.

   

  그렇게 몇년 지내니까 편지가 제법 많이 모였었다.

  지금까지 계속 간직하고 있어서 그 많은 편지글을 올린다면 좋겠지만 삶의 한 획을 긋기 위하여 다 태워서 남아 있는 게 없다.

  이후 디지털 시대가 오면서 편지 쓸 일이 없어서 편지가 많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아 있는 편지글을 올려서 또순이가 살아온 삶의 한 단편을 남기리라.

 

  다음은 무엇을 쓸까요?

  홀로 선 버드나무를 내려 놓으면서 기도했었다.

   

  편지글.

  하나님의 뜻을 따라 가리라..

 

 

  오늘부터 당분간 편지글들을 올릴 것이다.

  예전에 전화가 없을 때에는 모든 연락을 편지로 했었다.

   

  지금 시절에 편지글은 클래식 버전이다.

  톡을 보내거나 메시지를 보내고 나서도 상대편이 읽고 답하는 걸 기다리는 것이 답답해서 또 바로 전화를 하는 시대이다.

 

  40년전에 처음 교직에 발을 디뎠을 때 방학이 되면 담임반 아이들에게 담임선생님에게 반드시 편지를 쓰도록 숙제를 냈다.

   아이들은 엄청 싫어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편지를 보냈었다. 편지를 안 보낸 학생들은 방학 끝나는 날 편지를 써야 집에 보내 주었다. 그러니 편지를 안 보낼 수 없었다. 그 편지들이 지금까지 잘 간직되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 이세상에서 가장 평범한 남자와 결혼하게 해 주세요. > 기도하면서 다 태웠기 때문이다.

 

   이제 남아 있는 편지들은 결혼 후에 받은 것들이다.

   날자별? 사람별? 무작정?

   어찌 되었던 올린다. 

 

 

2. 김영숙 선생님께

 

   못 뵌지 6년.

   아마 그쯤인것 같소.

   울산을 떠난지 6년의 세월은 길고 긴데. 작년 같기만 한건 울산에서의 추억이 깊기 때문인가 하오.

   

   첫 발령지며 나의 첫 생활이기 때문에 기억은 항상 울산 때의 무엇을 상기하려 하오.

 

   처녀 시절 배낭메고 떠돌 땐 자유롭고 신선했는데 지금은 가족이라는 테두리 안에 있다오.

   김선생 소식은 간혹 듣고 있소.

   애기는 아직 하나인 가요?

   난 두 아이의 엄마요.

 

   울산에 시댁을 둔 나지만 항상 바쁜 일정에 있다 보니 짬을 내기도 어렵구려.   

   

   울산 여상 때의 순남 선생님을 희일 교장 선생님의 정년 퇴임 때 만났더니 그때 우리보다 나이 많은 선생님들의 모임을 방학 때 한다더군요. 

   우리도 한번 시도해 봅시다.

   거의가 울산에 있으니 나만 가면 되니까 영자 샘과 영숙 샘이 의논해서 연락 주시오.

   만나서 옛날 지은 죄도 이야기하고 항상 영숙 선생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시건이 나를 괴롭히오.

   지금은 많이 성숙되었으니까 말할 수 있을 것 같소.

   부디 92년엔 하는 일 잘 되길 바라오.

                                                                               91년.   순옥.

 

 

3. 언니 보세요.

 

  언니를 본 시간이 벌써 구름처럼 흘러가서 뒷그림자를 남겼습니다.

  형부, 조카 모두 잘 있겠지요.

  조카 컨디션도 좋아졌겠지요.

  이곳 대전 식구들도 모두 건강히 잘 있어요.

  쫑숙이 또한 열심히 근무하며 멋진 삶을 이룩하려 노심초사(?) 한답니다.

  부곡에 다녀온 생각이 자주 납니다.

  저녁에 여럿이 모여 즐겁게 환담한 것도요.

  조금 있으면 언니는 봄방학이겠네요. 좋겠어요.

  그동안 언니한테 편질 쓰려고 많이 생각했는데 잘 안됐어요.

  언니와 난 좀 더 친숙한 자매로 문학적인 교류를 했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많이 한답니다.

  언니의 그 섬세하고 이지적이며 낙천적인 생활과 습관을 본받고 싶군요.

  참

  전할 말이 있어요.

  조금 있으면 엄마 생신이잖아요. 그래서 말인데요.

  엄마가 문갑을 해줬으면 하더군요.

  그래서 우리 3형제가 언니, 오빠 10만 원씩 내가 5만 원 해서 준비했으면 합니다.

  혹시 오빠와 연락 닿으면 전해 주세요. 제가 편지할 거지만요.

  그럼 오늘은 졸업식 관계로 바빠서 이만 줄일게요. 막간이거든요.

  주님의 은총 아래 모든 일이 평안하길 빌겠어요.

  (글씨체를 바꿔봤어요. 옛날 언니체랑 비슷하죠?)

                                                       1987. 2. 19. 사랑하는 동생 종숙 드림.

 

4. 오늘은 날씨가 무척이나 명랑합니다.

 

  운동장에 아이들의 하늘색 체육복 상의가 더욱 선명하게 보입니다..

  갑자기 웬 편지냐고

  작은 눈을 크게 뜨는 모습이 보입니다.

  잠시 생각나서 생각난 김에 몇 자 적어보는 겁니다.

  미래에 대한 설계는 우리를 항상 희망에 들뜨게 합니다.

  올여름엔 무엇을 할까?

  어쨌든 잃어버린 바다를 찾으러 가야겠습니다.

  텐트와 배낭 코펠. 버너를 준비하여 바다로 떠나겠습니다.

  바다는 항상 너그러운 모습으로 세파에 시달린 늙은 그러나 온화한 얼굴로 반갑게 맞이하는 별장입니다.

  함께 이 계획에 동참하시지 않으시렵니까?

  나의 동거인 씨.

  Mr. my home partner.

  바다를 바라보면서 ㅡ 미움이나 애증 그리고 모든 인간의 감정을 씻고 새 바다와 새 하늘과 그리고 사랑만을 가득 담아오고 싶습니다.

  다만 생각일 뿐일 수도 있죠.

  어쨌든 사랑이란 하나 하난의 돌 한 개로 쌓아 올리는 탑과도 같은 것이니까요.

  이 편지가 작은 돌 한 개가 돼 런지도 모르겠군요.

  안녕. 이따 집에서 봐요.

  답장 꼭 해요.

  답장 안 하면 쇠 바가지 준비하세요. 헤헤

                                                            1988. 5. 24. Your partner.

 

5. 언니에게

 

  이제 쫑숙이도 언니만큼 커서 언니를 이해할 수 있는 나이가 되었다고 할 수 있을까요.

  언니가 28살이 되고 숙이 23살이 되고, 분명한 건 서로가 나이를 먹고 있다는 것이에요.

  갑자기 언니 생일을 맞아 세월이 언니와 숙의 청춘을 앗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어떻게 보면 이만큼 좋은 성숙을 하게 해 주신 하나님께 무한한 감사도 드리지만요.

  서로가 서로를 기억한다는 것,

  누구에겐가 관심을 쓸 수 있다는 것,

  하고 많은 사람 중에 언니를 나의 언니로 맺어 주신 것...

  등등을 생각해 볼 때 우리 형제는 필경 보통 사람 이상의 인연이 있기에 필연적으로 같은 부모님 아래 태어난 거지요.

  어렵다면 어려웠고,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면 별거 아닌 것 같지만 숙은 숙의 주위에 숙과 연결되어 있는 가족들, 친구들, 아는 분들 모두를 사랑하고 싶어요.

  40억이 넘는 인구들이 모여 사는 지구촌에 옷깃도 스치지 못하고 사라져 가는 숱한 무리 중에서 형제로 태어났다는 것은 대단한 그 무엇이 있다는 생각이에요.

  그렇게 어렵게 만난 분들을 소홀히 성의 없이 대한다면 숙의 존재가치는 아무것도 없는 거겠죠.

  어떤 일이 있어도 숙과 인연을 맺은 사람들에겐 최선을 다해 성의를 다하고 싶어요. 

  그동안 언니를 섭섭하게 한 일도 많지요?

  한 번에 모든 것을 좋게 베풀 수는 없겠지만 노력하고 있답니다.

  사랑이 부족하면 더욱 풍부한 사랑을 가지도록, 이해가 부족할 땐 더 너그러운 이해를 갖도록 노력하면서, 인생을 포괄적이고 아름답게 하고 싶어요.

  언니.

  우리 형제들은 영원토록 뜨거운 형제애를 갖고 범사에 감사하며 살도록 해요.

  우리에게 주어진 것들에 가장 큰 감사를 올리면서, 각자에게 주어진 탤런트를 묻지도 말고 그대로 두지도 말며, 10배 100배로 가치 있는 삶을 살도록 서로 격려해 주고 또 도움이 필요할 땐 언제든지 도와줄 수 있는 이 세상에서 가장 든든한 협력자가 되도록 우리 형제들 한평생 그렇게 살아요.

  서로에게 상처가 될 말은 하지 말고 서로가 발전될 수 있는 말들을 주고받고 지나간 잘못을 들추어낼 것이 아니라 앞으로의 멋진 설계에 가슴을 부풀릴 줄 아는 미래로 정진하는 미래인이 되도록 해요.

  언니

  언니의 28번째 생일을 마음으로부터 진정 축하드려요.

  다음엔 더 좋은 것으로 준비될 거예요.

  지금은 이것이 최선이에요.

  언니 건강히 잘 지내시고, 하나님을 기억하세요.

             84. 3. 20.(화) 언니의 생일을 맞아 언니를 사랑하는 동생 종숙 드림.

 

  ps : 언니, 쓰다 보니까 축하의 말을 충분히 못쓴 것 같아 첨가하는데요. 올해는 언니가 원하는 모든 일이 다 잘되기를 바라고, 더 생기 있고 좀 더 적극적인 열심 있는 생활이 되길 기도합니다.

  언니가 원하는 행복의 고지를 향해 아름다운 삶을 꾸리는데 모든 것이 잘 되기를 또한 기도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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