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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붐 세대 탐구 생활/편지글

편지글 4

by 영숙이 2020. 2.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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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누나에게

 

  5월의 푸르름과 아카시아 향기 또한 젊은이들의 대화 속에 봄은 점점 자태를 감추는구나. 아쉬움을 남기체......

 

  누나 안녕? 나도 안녕.

  이곳엔 부모님 몸 건강히 계시고 아버지 또한 사업 잘 되시며 작은 누나. 나, 은애 모두 자기 맡은 바 열심히 들이야.

  누나도 몸 건강히 잘 지내고 있겠지.

  형도 역시 잘 지내고 있는지 궁금해.

  엊그제 토요일까지 중간 고사가 끝났어.

  예상한 것보다 문제들이 쉬워서 썼긴 다 썼는데 점수는 어떻게 나올지 몰라.    이제 중간 고사도 끝났으니 남은 건 축제야.

  축제 기간은 25~27일로서 27일 Festival인데 파트너 구하려면 지금부터 손을 써야겠지?

  대학생활을 해보니 이제까지의 틀에 박힌 교육이 어떤 면에서 어떤 통제력을 발휘했으며 학생의 신분을 인정해 주었으나 이젠 그런 것이 없이 자기의 책임으로 시작해서 자기의 책임으로 끝나니 모든 행동에 조심하여야 겠고 또 지적인 양식도 많이 쌓아야 할 것 같애.

 

  누나는 요즈음 소풍 갔다 왔겠구나?

  재미 있었겠지?

  그리고 영어 공부는 잘되고 있는지 궁금하네.

 

  엄마가 어제 저녁 먹는데 누나한테 연락이 없다고 걱정 하셨어.

  아무리 바쁘더라도 1주일에 1통화 정도는 할수 있잖아?

  건강에 특히 조심하고 축제 끝나면 재미 있는 글 다시 써서 보낼께.

  그리고 저번에 올라가면서 구두하고 바지 맞춰 준다고 하더니 왜 함흥차사야.

  은근히 기다렸는데, 약속을 잊어 버린 것 같애.

  그렇다고 너무 무리하진 말어.

 

  그리고 엄마한테 전화 걸어줘.

  또 학교 생활 열심히 하고 나도 역시 부모님의 뜻에 어긋나지 않도록 열심히 할께.

  누나도 가끔 열심히 하라고 격려 좀 해줘.

  그럼 이만 줄일께.

                                                                     1983. 5. 16  f 민석.

 

 

2. 누나에게!

 

  창밖엔 온 대지를 적시는 비가 보슬보슬 내리고 있어.

  라듸오에서 제목없는 음악이 나의 귓전을 노크하고 있군.

 

  오늘은 오래간만에 엄마, 형, 쫑숙이, 나 이렇게 모여 앉아서 과거 이야기를 하다 보니 누나 말이 나오고 지금 12시 10분 모두 헤어져 책상에 앉아서 이렇게 누나 생각을 하고 있어.

  누나도 지금쯤은 라듸오를 듣고 있겠지.

  아차 누나는 지금쯤 TV를 보고 있겠다.

  그것도 아니라고?

  그러면 지금쯤 잠자고 있겠네.

 

 

  집안 식구는 모두 건강하고 난 공부 열심히 하고 있어.

  누나는 몸건강한지 모르겠어.

  누나 얼굴 본지도 어느덧 여러 달이 지났어.

  아득히 달빛에 떠오르는 누나의 이마, 눈, 입등이 점점 구름 속에 파묻혀 빛을 잃어가고 있는것 같애.

  오늘 앉아서 얘기하면서 이자리에 누나가 앉아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도 생각해봤고 누나는 썰렁한 방에서 혼자 무엇을 해볼까도 생각해 보았어.

  그렇지만 누나의 방에는 방바닥은 찰지언정 공기는 따뜻했으리라고 생각해.    우리가 이렇게 앉아서 누나를 생각하고 걱정 하는 것이 공기를 타고 그 곳 누나 있는 방까지 전달 됐으리라 생각 되기 때문이야.

 

  누나?

  괜히 누나란 단어를 자꾸만 부르고 싶어지는데 어떻게 하지?

  누나 요즈음 학교 생활은 재미있어?

  땀을 흘리며 뜨거운 운동장에서 학생들을 가르키는 선생님으로서의 얼굴이 다시 한번 뚜렷이 떠오르는군.

  오늘 대전은 30도 정도 올라 갔는데 그곳도 매한가지이겠지?

  누나 많이 끄실렀겠는데?

  누나?

  남들이 나중에 연탄장수라고 골려 대면 어떻하지?

  내 누나가 연탄 장수?

  그것은 듣기 싫다.

 

  요즈음 형은 평일은 항상 집에 와서 저녁을 먹고 9시쯤 부대에 들어 가는 것 같애.

  금요일은 외박이 허락되어 집에 와서 자고 토요일 일요일은 놀아.

  요즈음 난 6시에 일어나 6시 30분에 집에서 나와서 7시 15분에 학교에 도착.    9시에 수업이 시작되어 수업은 7시간이고 정규 수업이 끝나면 그 다음엔 도서실로 올라가서 10시까지 공부한 뒤 버스 타고 집에 도착하면 11시.

  밥 먹고 하면 11시 30분 책상에 앉아서 공부하다보면 12시 30분 지금은 12시 35분이지만 이때쯤이면 내일을 위하여 잠자리에 들곤 하지.

  어떠해?

  하루 24시간을 이렇게 보내면 헛되이 보내지는 않는다고 난 생각하고 있는데 누나도 마찬가지 이겠지?

 

  그리고 누나에게 마지막 한가지 부탁이 있어.

  무엇이냐구?

  이 편지 받는 즉시 마음 속으로 이렇게 기도하는거야.

  나도 지금 이렇게 기도하고 있으니 누나와 내가 같이 기도한다면 서로 무엇인가가 통할지도 알아?

 

  "주여 감사 드립니다.

   오늘도 우리 7가족 몸 건강히 보살펴 주신 것 어찌 다 감사드리오리까.

   주여.

   가진 것 없고 추한 것이 비할데 없는 우리들을 위하여 대속하신 내 주 그리스도여 주님께 받칠 것은 없아오나 저의 마음 항상 주님께 의탁하오며 주님과 항상 함께 생활해 나가고 있사옵니다.

   바라옵기는 우리 가족 몸건강히 편하게 보살펴 주실 줄 믿고 또 각자 맡은바 소임을 다하고 우리 가족이 항상 웃음과 화목으로 사랑으로 행복한 가정이 되도록 보살펴 주소서.

  그리고 우리 7가족이 빨리 한자리에 모여 숟가락을 들 수 있게 하옵소서.

  모든 것 주님께 의탁하오며 이 모든 말씀 예수 그리스도 이름으로 기도드렸사옵니다.

         아멘X7(우리 7명의 가족)

 

  그럼 이만 줄여야 하겠어.

  누나 몸건강히 잘 지내 나도 열심히 내가 맡은 일을 할테니 그럼 다음 시간 날 때 편지 쓸께.

  잘있어.

  안 ~ 녕

                                         1984. 6.19. 0시 51분.

                                                                    민석 씀

 

  누나.

  글씨가 지저분해서 어떻게 하지?

  알아 볼수는 있겠지?

  원래 영웅은 졸필이라고 했으니까.

 

 

3. 보고 싶은 언니에게

 

  어느덧 차가운 겨울은 다 지나가고 진달래, 개나리가 피는 따뜻한 봄이 왔어요.

  그동안 몸 건강히 잘 있었는지. 궁금해요.

  여기는 모두 잘지내고 있어요.

 

  중학교에 올라와 처음 이렇게 편지를 쓰려 하니까 무엇을 써야 하는지 생각이 나지 않아서 존대말도 쓰고 반말도 쓰는거야.

  정말 요사이에는 눈, 코 뜰새 없이 바빠 편지 쓸 시간이 많치 않아.

  하지만 굉장히 언니가 보고 싶기 때문에 시간을 쪼개고 또 쪼개서 이렇게 편지를 쓰고 있어요.

 

  언닌 요사이 재미 있게 지내는지 궁금해.

  난 굉장히 바쁜 하루하루가 지나기 때문에 날짜 가는 줄도 모르겠어.

   

  아침에 일찍 일어나 학교 갈 준비를 한 후 버스를 타러 뛰어 가서 간신히 7시 20분 차를 타고 학교를 향해 달려가지.

  중간 쯤에 가면 거기서부터 짜부콩이 되지

  왜냐고. 사람이 너무 많기 때문에 이리 눌리고 저리 눌리고 여기 저기에선 비명 소리가 나고 정말 시끄러워.

  하지만 난 원채 기술이 좋아서 아주 편안하게 가지.

 

  참. 나. 중학교. 동방여중 됐어.

  동방여중 진짜 너무 너무 좋아.

  그렇지만 나쁜 점이 있는데 그건 말이야 너무나 학교 규칙이 엄해. 그래서 우리 학교 애들은 겁에 질려 선생님께 제대로 얘기도 못해.

  그리고 참 좋은 소식이 있어.

  내가 우리 반 대표로 우리 반이 노래 할 때 내가 반주하기로 했고, 학교에서 예배 볼 때 찬송가  내가 치기로 했어.

 

  학교에서 예배 볼 때 교장 선생님께서 설교 하시는 데 정말 재미 있어.

  우리 학교는 기독교 학교 이기 때문에 일주일에 한번씩 예배 드리거든.

  요사이에 언니 교회 다니고 있어?

  교회에 잘 다녀야 해.

  열심히 교회에 나가 하나님께 기도도 드리고 찬송도 불러봐.

  한결 기분이 좋아 질거야.

 

  요새 작은 언니가 매일 늦게 들어 오거든

  큰 언니가 큰 오빠한테 일러서 작은 언니좀 혼내라고 해.

  정말 못 쓰겠어.

 

  그리고 우리 학교에선 평균 90점 넘으면 우수 뺏질 준대.

  내가 꼭 우수 뺏지를 달고 말거야.

  두고 보라고. 멋진 우수 뺏지를 달고 언니께 자랑 할테니까.

 

  난 공부 열심히 하고 피아노 열심히 치고

  언닌 충실히 근무하고. 몸 건강히 지내면 만사 오케이야. 알았지.

  그럼 이남. 몸 건강히 잘 지내

  꼭 답장 해줘.

  기달릴께.

 

  * 볼펜 글씨 이젠 잘쓰지  -메롱-  1982.3.22 막내 은혜가

 

  -뒤-

 

  안녕이란 인사 (굿-빠이)

  잘 자라는 인사(굳-나이트)

  I am Tom (나는 탐이다)

  I am Eun Hye SEO (나는 은혜서이다)

  I'm a student (나는 학생이다) 

                                  - 제법이지 - 메롱

 

  언니 보고 싶어어어어어어어ㅇㅇㅇㅇㅇ잘있어어어어어어 ㅇㅇㅇ

  은혜가 언니 보고 싶어서 막 우는 모습이야 ( 정말 못 그린다.-내가 이렇게 못생겼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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