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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붐 세대 탐구 생활/편지글

< 편지글 > 2

by 영숙이 2020. 2.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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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사랑하는 엄마에게 

   

   엄마에게 편지를 쓴지도 무척 오랜만입니다. 바쁘다는 핑계로 게으름만 늘어나 어찌할 수 없이 세월 속으로 흘려보내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어느 사이 마흔 하나의 나이.

   

   이즈음에는 지금의 내 나이쯤의 엄마 모습이 자꾸만 떠오릅니다.

   그런데 지금의 내 모습이 그때의 엄마 모습과 하나도 변한 게 없는 거 같아요. 재산을 더 모은 거 같지도 않고 특별히 사회에 공헌할 만한 일도 안 했고 그때 엄마는 아이들이라도 전부 다 키웠었잖아요.

 

   은혜가 초등학교에 들어 갔을 때니까요.

   아이들 뒷바라지만도 엄청 난 일이었지요.

   그런데 어떻게 그 뒷바라지를 다해 주셨는지 그저 지금 생각해보면 감사할 따름입니다.

 

   난 아이들에게 잘 해 준다고 하면서도 사실 화를 내는 적이 있어요.

   그럴 때마다 엄마 생각이 나곤 해요.

   엄마는 어떻게 그 많은 아이들을 키우면서도 한 번도 화를 내거나 성을 낸 적이 없었으니까요.

   그러면서도 희망과 꿈을 잃지 않으셨지요.

   덕분에 지금 이렇게 직업이나마 가지고 살고 있지만 나는 내가 받은 만큼 베풀고 살고 있느냐는 의문이 들어요.

 

   엄마.

   그래도 엄마 딸이니까 열심히 최선을 다해서 살께요.

   그게 중요한 게 아닐까요?

   

   벌써 봄이 오고 있어요.

   날씨가 별로 춥지도 않았는데 벌써 봄이라니요.

   봄나물을 캐러 가고 싶은 이른 봄이네요.

   그런데 제 주위에는 저 빼놓고는 봄나물을 캐러 가고 싶어 하는 사람이 하나도 없어요.

   그래서 마음속으로만 무척 가고 싶어요.

 

   밝은 햇볕, 맑은 공기, 그리고 막 솟아 나오는 봄나물의 생명력은 얼마나 환희에 가득 차는지

   왜 사람들은 모르는 것일까요?

 

   이곳 사람들은 이른 봄철에 먹는 벌금 다지를 모른대요.

   먹을 줄도.

   우리나라가 이렇게 좁은데도 이렇게 다른 습관이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신기해요.

   

   앞으로 자주 편지 쓰고 그리고 전화도 자주 할게요.

   귀찮지 않을 정도로만요. 헤헤.

 

   사랑하는 엄마.

   항상 건강하고 그리고 하나님께 항상 기도드릴게요.

   평화와 사랑으로 넘치는 가정이 되게 해달라고

   그리고 항상 감사 기도드려요.

   주님의 사랑이 항상 차고 넘치고 있음을요.

   그러면 편지 여기서 줄일게요.

   안녕히 계세요.

 

    1996년 2월 27일 울산에서 김 영숙 올림.

 

 

2. 언니 

 

   정말 멋있어.

   시에 대한 아니 문학적 깊이에 있는 한 언닐 존경한다.

   그런 열정이 있는 한 인간을 부러워한다.

   아마 누구라도 그렇겠지.

   갑자기 자매가 나란히 문단에 등단한다면 하는 가당하지 않은 욕심이 앞서는군요.

   언닌 되어도 내가 가당치 않기 때문에 언니의 피를 이어받아해 보겠어요.

   언니의 편지 만으로도 난 큰 도움이 됩니다.

   

   이번 편지는 매우 늦었군요.

   무척 기다렸는데

   단순한 직장 생활 중 언니의 편지는 큰 오아시스가 된답니다. 너무 아부였나?!!!

   어쨌든 언니는 나를 그나마 서 있는 여자로 만드는 사람 중의 한 분이에요.

   축하해.

   그렇게 상을 타다간 방안 가득히 되는 거 아닌지. 안 유명한 언니의 후광을 받는 동생으로 대접받는 거 아닌지.

   

   상으로 탄 시계 말이에요.

   나 줄 생각 없으신지요. 어떤 시계 일진 몰라도 ㅡ 사발시계였으면 좋겠다.

   언닌 다음에 더 크고 좋을 걸 타면 좋겠죠.

   내가 기념으로 잘 모실게요.

   아버지 생신 때 가져오세요. 내 진주 목거어리이도.

   김칫국 마시는 속상한 동생이 안되게끔 동생의 청원을 꼭 들어주시압

 

   어제 그제 아버지 병원 진찰하셨는데 괜찮다고 세 달 뒤에 오란 댔답니다. 

   아버지 생신에는 모시 저고리를 해주려 하니 " 돈 "으로 상납 하 쇼용 ㅡ

   

   엄마도 잘 계셔요. 체중 변함없이 요전에 요것이(나) 보너스로 옷 해주었으니까 와서 보시 드라고이 ㅡ

   민석 어제 시험 끝났음 그동안 열심히 했는데 한만큼 나와야 할 텐데

   어젠 여자 친구 한텐서 전화 왔다고 엄마가 받았는데 목소리가 이쁘더라나요.

   

   은혜도 시험 중임. 여전히 잠 푹. 멋 번쩍.

   어제 도서관 열쇠가 없어 은혜가 가져와서 같이 짬뽕 짜장 만두를 배지가 터지게(?) 맛나게 해치웠으니까.

   먹는 데 있어선 타의 추종을 불허하잖소.

   참 며칠 전에(6월 18일) 은혜 생일이었어.

   난 바지 사줬어.

 

   원찬 씨는 예비군 훈련이라 며칠째 보지 못하고 있어요. 잉잉

   월요일은 수원 근처 동네 안양으로 출장 갔어요

   그걸로 잘 썼지

 

   형부 조카 언니 모두 잘 있지?

   지금도 형부 늦게 들어오우?

   그만큼 기다리며 시간을 버는 거라고 생각하며 하나님께 감사해 보세요 그러면 사심 없는 기도가 하나님을 영락없이 감동을 시켜 일찍 들어올 거래요. 조카 역시 늘 사랑스럽기만 하겠죠.

 

   친구 미옥이도 약혼을 했시다.

   세상 이치 기막히게 홀짝을 맞추어놓은 것 같구먼요.

   하나님의 오묘한 속셈에(?) 머리를 설레설레

   민석이 방학 동안 공부할 장소를 찾던데 좋은데 있으면 소개하세요.

   2학기부터는 내가 대출실에 나가 근무하기로 했어요.

   로테이션이에요.

   새로운 기대와 각오로 마음을 진작시켜 힘차게 해 볼 생각이에요.

 

   언니.

   선의의 경쟁을 해봅시다.

   하나님의 총애받는 언니 가정이 되기를 바라며

                                       동생 종숙 6월 23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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