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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붐 세대 탐구 생활/편지글

편지글 22

by 영숙이 2020. 4.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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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매형에게 

 

  천고마비의 계절 가을이 우리들 문턱에 아주 가까이 다가선 것 같은 기분이 드는군요.

  아침저녁으로 창문을 넘어선 찬 기운 들은 계절의 의미를 잠시 잃게끔 만드는 것 같아요.

 

  특히 강의가 끝나고 황혼이 길게 꼬리를 물고 하늘을 물들일 때 campus의 잔디에 앉아 노래를 부르는 모습을 바라보면 가끔은 동경의 대상으로 쳐다볼 때가 있죠.

 

  물론 1, 2학년 때 그런 모습으로 존재했던 때가 있는 저로서는 옛 추억을 더듬고 웃음으로서 과거로 회상하죠.

 

  인사가 늦었지만 방학 때 매형 집에서 보낸 시간이 참 유익했다고 생각해요.    나름대로 머리를 정리해야 할 문제도 있었는데 그곳에서의 시간이 많은 도움을 주었고 또한 형이나 누나가 먼 곳에 특히 바닷가에 살고 있다는 사실이 나에게 이렇게 고마움을 주었던 것은 사실 요번이 처음이었던 것 같군요.

 

  이제 다시 생활의 리듬을 찾아야 할 때인 것 같군요.

  매형도 몸건강 하시고 누나 많이 사랑해 주시고 동아 남자답게 잘 키우시길 바랍니다.

 

  하루가 저무는 시간에 잠시 펜을 들었어요.

  이제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바라보며 오늘을 떠나보내야 되겠군요.

  그럼 안녕히 .....

                                                   1988. 8. 29. 둘째 처남 민보냄.

 

 

2. 누나에게

 

  온 대지를 뜨겁게 달구었던 8월의 무더위도 세월이라는 시간 앞에서는 어쩔 수 없는 모양으로 한 걸음 주춤한 요즈음 누나 가정에 항상 웃음과 행복이 넘치고 있으리라 생각해.

 

  신문이나 TV나 모두 올림픽으로 너무나 떠들어 대는 바람에 올림픽의 정신이나 이념과는 아주 멀리 떨어져 잇는 ㄴ어느 한 지역의 휴전과 같은 착각을 하게끔 하는군.

  오늘 유성에서는 올림픽전에 완성한다고 서두르던  20층짜리 호텔 건물에서 마무리 공사하다가 화재가 나는 바람에 2년여의 공사가 물거품이 되었지.

 

  도로포장도 새로 한답시고 공사를 하는 바람에 근 일주일 동안이나 주요 도로 교통이 마비가 되는 바 시민들의 불편은 말이 아니었어.

  물론 울산도 이러한 것은 마찬가지라 생각하지만 도심지만 조금 벗어나면 쓰레기가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현실은 너무 잔치에만 신경 쓴 나머지 음식이 짠지 매운지 간을 안 맞추고 손님을 맞아들였다고나 해야 할까?

 

  이제 2학기 개강한 지 2주일이 시작되는 날이야.

  그동안의 생활들이 너무나 나태했는지 강의받는 것이나 공부하는 것이 몸에 익숙지가 않지만 차차 나아지겠지.

 

  동하는 잘 크고 있겠지.

  그 녀석 노는 모습을 보고 우리네의 세상을 축소한 하나의 작은 세상에서 살구 있구나 생각했지.

  며칠간 울산에 있었던 것이 사실 올해에 들어 보낸 시간 중 가장 여유 있는 시간이었고 마음의 안정을 가져다준 시간이었었어.

  오래간만에 쓰는 편지라 두서없이 쓴 것 같아.

  다음 소식은 언제 될지 모르지만 동하 잘 키우고 누나도 몸 건강하길 바라.

                                                                 1988. 8. 29 민 보냄

 

 

3. 동하에게

 

  동하야. 그동안 잘 지냈는지.

  며칠 전 너의 전화받고 무척 반가웠다.

  어느덧 가을의 문턱에 들어섰구나.

  집에는 엄마, 현아, 모두 잘 지내고 있다.

 

  벌써 군에 입대한지도 4개월이 넘어지나 가는구나.

  지난주에 정자 바닷가에 갔더니만 이젠 여름휴가철이 지나서 그런지 사람도 별로 없더구나.

 

  아버지는 다음 주에 할머니 모시고 서울 병원에 예약했던 거 검사하러 올라간다.

  지금 베란다에서는 다롱이가 초롱이 밥 못 먹도록 지키고 있네.

  현아가 시끄럽다고 하니 단번에 조용하네.

 

  동하야. 연락할 수 있음 자주 연락하고 환절기 감기 조심하길 바란다.

  다음 주면 경계 근무 들어가는데 몸 건강하길 바란다.

 

  바다와 같이 넓고 활력이 넘치는 군생활 즐길 수 있는 마음 가짐을 갖길 바라면서 건강히 지내라

  다음 연락할 때까지 ㅡ 안녕 ㅡ

  동하야. 사랑한다.

  목욕타월 보낸다.

                                                                         2006. 9. 2 아빠가.

 

 

4. 보고 싶은 언니에게

 

  엊그제는 바람이 서늘하게 불었는데 지금은 등에서 땀이 주르르 흘러내리고 있어.

  저번 주에 언니를 보았는데 언니가 또 보고 싶어. 그리고 동하도.

  언니가 보낸 편지 너무나 가슴이 뭉클크르르르 했어.

  언니의 날카롭고 예리한 판단으로 중요한 시기에 다시 한번 마음의 결심을 했어.

  정말 편지 덕택으로 내 마음을 다시 정리하게 된 것 같아.

  참 언니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어?

  깜빡 잊었어. 인사... 말이야. 미안. 

 

  언니의 날카롭고 예리한 판단이 뭐냐고 묻겠지?

  요사이가 마음이 해이해지고 흐트러질 때잖아.

  언니의 충고 덕택에 다시 정돈된 마음으로 공부할 수 있게 되었어.

  그러고 보면 괜히 방황한 걸로 되잖아?

 

  그런 것이 아니라 날씨도 덥고 짜증이 나고 그래서 신경이 날카로워져 공부하기 싫은 계절이잖아.

  그런데 결심을 다시 하게 되었어.

 

  '내가 이래서는 안 되겠다. 덥고 하기 싫다고 공부를 멀리 한다면 남들보다 뒤 떨어진다'

 

 고 생각했어.

 언니. 정말 고마워. 아마 내가 어른이 돼도 못 잊을 거야.

 

  참 언니는 우리 반의 영웅이 되었어.

  왜냐고?

  담임 선생님께서 우리 반에 오는 편지는 다 개봉하거든.

  그런데 담임 선생님께서 언니가 보낸 편지에 반했나 봐.

  나를 부르더니 언니가 선생님이냐고 묻지 않겠어?

  그래서 선생님이라고 그랬더니 담임이 편지의 내용이 좋아서 그러니까 반 애들에게 읽어 줬으면 좋겠다고 하잖아.

  그래서 담임이 편지 내용을 애들에게 읽어 주었어.

 

  언니 괜찮지?

  애들이 편지 듣고 전부 반했어.

  그리고 모두 입을 벌리고 감탄의 한 마디씩.

  그러면서 굉장히 부러워했어.

  난 굉장히 언니가 자랑스럽고 훌륭하다고 생각했어.

  훌륭한 언니를 가진 나는 행복했었어.

  언니 진심으로 '감사'라는 말을 전하고 싶어.

  정말 언니가 좋아.

  언니가 내 곁에 있어서 내가 어떤 길로 가고 있는지 옆에서 지켜봤으면 좋겠어.

  곧은길로 가나, 아니면 삐뚤어진 길로 가나 말이야.

 

  언니 방학 언제 해?

  방학 때 집에 왔으면 좋겠어.

  그리고 기말고사가 10일부터야.

  정말 최선을 다했다는 말을 내 입으로 하고 싶어.

  앞으로 일주일 남았어.

  잠을 줄이고 차근차근 열심히 공부할 거야.

 

  언니.

  멀리서 잠잘 때 기도해줘.

 

  '우리 은혜가 딴생각하지 않고 정신 차려서 열심히 공부하게 해 주십시오. 그리고 용기와 희망을 잃지 않게 해 주십시오.'

 

  라고.

  언니 오늘 무척이나 언니가 보고 싶어.

  정말 언니가 좋아.

  언니, 언니가 항상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매일 밤 기도해줄게.

  언니, 항상 즐겁고 유쾌하게 지내.

  그럼 이 밤도 편안하길.... 안녕

                                    1986. 7. 2 언니를 무척 사랑하는 막내 은아가.

 

 

5. 동하 엄마 아빠 보세요.

 

  어느덧, 85년도의 한 해는 거의 지나고, 한 해를 마무리하는 겨울이 다가와요.   

  그동안 모두 다 건강하신지요.

  저는 아주 건강하게 고교 생활을 잘 지내고 있어요.

 

  언니와 형부의 아들 동하가 몹시 보고 싶어요.

  언니와 형부를 꼭 닮았다면서 아주 귀여운 동하가 재롱을 부린다면 너무 이르지만 하여튼 동하를 보며 기뻐하는 언니와 형부의 모습이 눈에 선해요.

  저도 동하의 귀여운 모습이 굉장히 보고 싶어요.

 

  언니가 아기를 낳았다는 것이 아직 실감이 안 나요.

  아직도 싱싱한 언니의 모습이 떠올라요.

  애기를 안고 있는 언니의 모습은 아무리 생각하려고 해도 상상이 안돼요.

  너무도 우스워요.

 

  참 11월 **일이 동하 백일이라면서요?

  동하에게 축하한다고 전해 주세요.

  아이고. 동하는 이제 1살이든가?

  그럼 동하 대신 동하 엄마 아빠가 축하를 받아 주세요.

  이다음에 동하가 크면 막내 이모가 백일을 축하해줬다고 꼭 말해 주세요.

 

  언니, 형부.

  편지를 너무 안 해서 미안해요.

  별로 바쁘지도 않은데 편지를 자주 못써서 정말 미안해요.

  이제부턴 자주 쓸 테니까 답장 꼬박꼬박 해줘야 해요.

  참 동하 데리고 언제 오실 거예요?

  너무 본지가 오래돼서 얼굴 잊어버리겠어요.

  그럼 동하의 백일을 축하하며 이만 줄이겠어요.

  언니, 형부, 동하 모두 건강 100점 맞도록 하세요.

  겨울에 감기 조심하시고, 이불 꼭꼭 덮고 주무세요.

  다음 편지할 때까지 안녕히 계세요. 동하도 안녕

                                        1985. 11. 15. 금요일 대전에서

                                         막내 동생, 막내 처제, 막내 이모 보냅니다.

 

 

6. 진쌤 권찰님

 

  개학하여 권찰님 학교 일과 교회 전도 신문, 전도의 열성이 얼마나 바쁘십니까.

  언제나 씩씩한 모습이 좋았어요.

  기도해 달라면서 물질적으로 마음 써 주셨음을 늘 감사합니다.

  교회에는 큰 일군이요. 가정에선 기도하는 어머니 집안 친지에겐 선교사. 학교에선 선생님. 그 많은 달란트 남기어 칭찬 듣는 하난 미의 딸 진쌤이 되길 늘 마음속으로 축복하며 기도합니다.

 

  또 바라는 대로 큰 평수 아파트에 이주를 했다니 한마디의 기도도 땅에 떨어지지 않고 결실로 나타났음을 믿습니다.

  축하합니다.

 

  몸은 먼 곳에 떨어져 멀리 있을지라도 기도 가운데 영적 은혜 나누길 원합니다.

  우리가 만나서 함께 신앙생활하다가 이제 헤어졌으니 마음이 그리운 만큼 기도하면 은혜와 빛 가운데로 인도해 주실 줄 믿습니다.

 

  소원을 이루어 주시고 기도를 듣기 원하시는 하나님의 은총이 가내에 늘  함께 함께 하길 축원합니다.

                                                  2000. 5.  만복래 김귀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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