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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붐 세대 탐구 생활/어린시절 이야기

또순이 어렸을적에 55 - 장마와 가뭄

by 영숙이 2019. 9.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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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 장마와 가뭄

       

(1)

      군서면은 큰 강이 있어서

       큰 강 옆으로 널다란 벌에 논농사를 지었다.

       상지리는 산과 산 사이로 강이 있고

       뒷산 가까이로 마을이 형성되어 있어서

       논은 좀 더 하류 쪽 마을이 시작 되는 곳 건너편에 있었다.

       

 

       큰 강을 끼고 있는 탓에

       왠만한 가뭄에도

       논에 물이 모자란 적이 없었다.

       대신 장마 때에는 개울에도 논에도 물이 철철 흘러  넘쳤다.

       도로를 가로 지르는 작은 냇물도 물이 넘쳐 나서

       비가 많이 오면 선생님은 수업을 중단하고 아이들을 일찍 집으로 보냈다.

       물이 넘쳐나는 길을 못 건널까봐서 

 

 

      또순이네는 논농사가 없었다. 

      농사 지을 손도 없었을 뿐만 아니라 

      당시 논은 비쌌기 때문에 아버지가 논 대신 산을 사셨기 때문이다.

 

 

(2)

      옥천군 마암리 외갓 집에는

      조그마한 개울이랄 수  있는 개천 옆으로 논이 있었다.

      개천에는 조금만 가뭄이 들어도 물이 흐르지 않아

      논바닥이 쩍쩍 갈라지는 일이 많았다.

      왠만한 논이 전부 쩍쩍 갈라져 있어도

      외할아버지네 논은 물이 적당히 잘 채워져 있었다.

      외할아버지가 논 옆에 있는 나무에 두레박 줄을 두줄로 묶어 놓고

      반대편에서 두레박줄 두개를 손으로 잡고

      논에 웅덩이를 파서 고이는 물을 논으로 퍼올렸기 때문이다.

 

 

      물이 흐르지 않는 개울가 풀밭에 매어 놓은 소가 잘 있는지

      외할머니 심부름을 가는데

      장신의 외할아버지가 두레박 두줄을 잡고 논바닥으로 물을 퍼올리는 모습은

      뭐라 말할 수 없는 감동을 주었다.

      강한 생명력이랄까?

      그런 강인함은 어디서 오는 걸까?      

      쨍쨍 내리쬐는 여름 햇볕 속에서

      구슬 땀을 흘리며 물을 퍼 올리는 모습

         " 여기는 뭐하러 왔어? 덥다 빨리 집으로 가라! "

     

 

     어렸을 적에 남다른 고생을 하셔서 였을까?

     또순이가 기억하는 한 외할아버지는 처음부터 할아버지셨다.

     젊었을 때의 모습을 뵌 적이 없었기 때문이고

     사진도 본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안방에 걸려 있던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의 사진도

     그냥  할아버지 할머니 모습이셨다.

 

 

     주위에 어떤 논에서도 그렇게 물을 퍼올리는 것을 본적이 없었다.

     논 바닥이 쩍쩍 갈라져서 벼가 타들어 가도

     그냥 하늘만 바라 보고 있었다.

     

 

     외할아버지는 그냥 하늘만 바라보고 계시는 분이 아니셨다.

     최선을 다하시고 하늘의 뜻을 기다리시는 분이셨다.

     또순이가 중학생이 되었을 때에는

     가뭄이 들면 양수기로 물을 퍼올리셨다.

 

 

      장마가 지면

      짚으로 엮은 것을 어깨에 두르고

      머리에도 짚으로 만든 고깔처럼 생긴 모자를 쓰고

      삽 한자루를 쥔채 논을 왔다 갔다 하셨다

      한 밤중이고

      새벽이고

      장대비로 어두워진 낮에도.

 

 

      물이 넘쳐서 벼를 쓰러 뜨릴까봐

      물을 논 밖으로 빼내기 위해서,

      개울에서 물이 넘쳐나서 논을 쓸어 갈까봐

      물꼬를 돌리고 논둑을 다지기 위해서.

 

 

      자기 논에 물을 대기 위하여

      물 때문에 이웃한 논 주인들이 싸우다가

      불상사가 일어나고

      라듸오 뉴우스로 보도 되던 시절 이었다

      라듸오 중요 뉴우스로 반드시 나오는게

      농사를 짓는데 영향을 주는 비소식과 가뭄 소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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