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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붐 세대 탐구 생활/어린시절 이야기

또순이 어렸을 적에 73 - 막내 이모

by 영숙이 2019. 10.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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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6. 막내 이모

       

       중학교 입학 한 후 얼마 안되었을 때

       외갓집에 막내 이모가 왔다.

       막내 이모랑은 또순이네가 담양에 살 때 같이 가기도 해서

       비교적 가깝게 느꼈었다.

       

 

       막내 이모가 엄청 멋쟁이 옷을 입고 엄청 미인이 되어 나타난 것이다.

       비교적 엄마네 여자 형제들이 키도 크고 피부도 까무잡잡한데 비해서

       막내 이모는 피부도 하얗고 잡티도 없이 깨끗한데 이목구비가 뚜렷하여

       또순이가 보기에는 엄청 미인이었다.

 

 

       밤에 도착해서 외할머니랑 이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 했는데

       홀은 겨울이라도 따뜻해서 옷을 얇게 입는 다는 소리에

       또순이는 이 추운 겨울에 어떻게 옷을 얇게 입는 다는 것인지

       아무리 상상력을 동원해도 이해 할 수가 없었다.

       막내 이모는 별똥별에서 떨어져 나온 알 수 없는 별이었다.

 

 

      하룻밤 자고 난 이모가

      또순이가 등교 하는데 같이 가겠다 했다.

      외할머니가 하루 더 있다 가라 해도 출근해야 한다면서 길을 나섰다.

      가까운 대전에서 일하고 있으니까 자주 오겠다고 말하면서

      매우 추운 날씨 였는데 미니 스커트를 입고 얇은 살색 스타깅에 높은 하이힐을 신은 이모한테

         " 안 추워? "

         " 응  안 추워. 어른 되면 안 추워.  스타킹 신으면 생각보다 따뜻해. "

      이모처럼 저렇게 어른이 되면 저렇게 짧은 치마에 다리를 다 내놓았는데도 안추운가부다.

 

 

       옥천 역이 보이는 석탄 하차장에 도착 하였는데

       갑자기 막내 이모가 내 머리에 쓴 모자를 자기 머리에 올려 놓았다.

           " 나도 중학교 가고 싶었는데! 중학생이 되어 교복 입고 싶었는데! "

           " 중학교 교복 입은 애들이 제일 부럽더라! "

       멋쟁이 이모한테 중학교 모자는 잘 어울렸다.

       이모의 슬픔이 느껴졌다.

 

     

      옥천 역에 도착했는데도 이모는 역으로 갈 생각을 안했다.

      또순이가 가는 학교 쪽으로 계속 걸어 갔다.

      시외 버스 터미날도 지나서 학교 가는 길에 있는 다리 에 도착했을 때

          " 이제 가야 겠다! 나 갈께! "

      다리를 건너는 또순이를 보면서 이모는 버스 터미널과 반대 쪽 다리 옆쪽으로 나 있는 좁은 길로 걸어 갔다.

      짧은 치마에 높은 하이힐을 신고 ' 조심 조심 ' 땅을 보면서 눈과 얼음이 있는 길을 천천히 내려 갔다.

 

 

147.  고아원 원장 딸

   

 

       옥천 여중 등교 길에 학교 교문이 보이는 곳 쯤에 오면

       막내 이모처럼 짧은 미니 스커트에  살색 스타킹을 신고 높은 하이힐을 신은 아가씨가 지나 갔다.

       이모처럼 짧지만 곱슬 곱슬한  파마 머리에 화장을 하였고

       한 팔에는 핸드 백을 걸치고 한 손에는 얇은 노트 한권을 가슴에 붙여 들고 지나갔다.

       또순이도 그 시간에 지나 가니까 그 시간에 오는 아가씨를 매일 만났다.

 

 

       궁금했다.

       뭐하는 아가씨지?

       왜 매일 이시간에 여기를 지나가지?

       어디 사는 아가씨일까?

 

 

       그런 의문을 품었던 아이가 또순이 혼자 만은 아니었나 부다.

       등교하면서  만나게 된 아는 아이들이 말해 주었다.

            " 우리 학교 뒤에 있는 고아원 원장 딸이래! "

            " 초등학교 선생님이래! "

     

 

       항상 똑 같은 표정에

       똑같은 시간에

       짧은 치마에 높은 하이힐

       한팔에는 핸드 백

       한 손에 공책 한권.

 

 

      항상 만나다가 못 만나는 날은 궁금했다.

         ' 왜 오늘은 안 지나 가지? '

         ' 늦잠 잤나? '

         ' 오늘은 학교 안가나? '

      머리 속 상상의 세계 속에는 아가씨가 늦게 일어나서 허둥대는 모습이 보이는 듯 했다.

 

 

      복도에서 학교 뒷 쪽을 내려다 보면

      자그마한 양옥집이 있었다.

      울타리에는 장미 꽃이 피어 있었고

      대문은 유치원처럼 간판을 다는 아치가 있었다.

      언제나 조용하고

      사람이 왔다 갔다 하는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저기 어디에 아가씨가 자는 방이 있을 것이다.

 

 

     어느 날엔가는

     앞쪽에서 또각 또각 걸어 오던 아가씨가

     갑자기 당황한 얼굴로 빨갛게 되어서

     뒤돌아 학교 뒷쪽 골목으로 뛰어 갔다. 

     아마 가져 가야할 무엇인가를 놓고 왔나부다.

   

 

 

     멋쟁이 미니 스커트 아가씨 이미지와 고아원이라는 이미지는

     끝끝내 또순이 상상 속에서는 어울리지 않는 불협화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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