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728x90
반응형

전체 글1809

또순이 어렸을 적에 16 - 담양 엄마 집 47. 담양 엄마 집 여름 방학이 되어 막내 이모랑 담양 엄마네 집에 갔다. 집은 나무로 만든 집이었고 높다란 누마루에 마당에는 맨드라미와 봉선화가 피어 있었고 양철 대문에 담벼락은 호박이 열리는 호박 넝쿨이 무성한 잎사귀를 달고 덮여 있었다. 저녁 해 질 무렵 막내 이모랑 석양이, 분홍빛이 가득 채워진 너르디너른 들판 한가운데로 난 길을 따라 석양 속으로 들어 갔었다. 한참을 가다가 뒤돌아보면 동네가 옹기종기 모여 저녁 짓는 연기를 내고 있었고 또순이는 눈에 들어오는 풍경을 두 번은 볼 것 같지 않아 열심히 눈에 담았다. 호박 잎을 따오라 해서 담에 붙어 있는 호박 잎을 너무 크지도 작지도 않은 것으로 골라 껍질을 벗겨 갖다 주면 엄마는 밥 위에 얹어 쪄서 밥상 위에 반찬으로 올려놓았다. 호박잎에 밥을.. 2019. 8. 25.
또순이 어렸을 적에 15 - 창호지 유리창과 꽃 44. 연못 마름 캐기 가뭄으로 연못 물이 빠져서 바닥에 진흙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아이들이 연못으로 몰려 갔고 또순이도 아이들을 따라 진흙이 드러난 연못으로 들어갔다. 흙탕물이 허리 까지 오는 연못 바닥에서 까만 마름 열매를 건져내었다. 양쪽에 뿔같은 것이 달린 까만 마름 열매를 까면 하얀 가루가 맛있었다. 배꼽까지 차는 흙탕물 속에서 첨벙 거리며 많은 동네 아이들이 진흙을 파헤치고 마름열매를 캐고 헤엄치면서 놀았다. 한참을 놀고 있는데 동네 어른이 지나가면서 연못에서 다 나오라고 소리소리를 질렀다. 또순이도 아이들과 같이 연못 진흙탕 물 속에서 나와 연못 옆에 우물이 있는 집으로 씻으러 갔다. 또순이는 아래 쪽이 가려워서 걸어가면서 손가락을 집어 넣어 긁었는데 거기에서 까만 거머리가 잡혀 나왔다. ‘.. 2019. 8. 25.
또순이 어렸을 적에 14 - 과수원 40. 소시장 외할아버지가 암소를 팔고 송아지로 바꾼다 하여 똑순이도 따라 갔다. 옥천 장에는 소를 사고 파는 꽤 큰 소 시장이 따로 있었다. 커다란 황소, 암소들 사이사이에 송아지들까지 100여마리 넘게 커다란 눈망울로 이리저리 둘러보며 불안한 모습으로 말뚝에 매여 있었다. 외할아버지는 암소를 가까운 빈 말뚝에 매어 놓고, 모여서 담배를 피우며 잡담하는 아저씨들 옆으로 갔다. 똑순이는 이렇게 많은 소들을 처음 봤다. 좋은 가격을 받으려고 깨끗하게 단장하고 팔려가길 기다리고 있었다. 책에서만 보았던 노예들의 모습이 저랬을까? 외할아버지 뒤를 따라 오면서 슬퍼 보이는 암소의 눈망울 때문 에 외할아버지네 암소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를 내내 생각했었다. ‘ 할아버지 소는 무슨 생각을 해요? ’ ‘ 소는 생.. 2019. 8. 25.
또순이 어렸을 적에 13 - 명돌이 오빠 결혼식 37. 명돌이 오빠 결혼식 마을 회관 옆 아이들 놀이터 무덤 위에 있는 명순이네 명돌이 오빠가 장가를 간다고 한다. 동네에서 구식 결혼식을 하기 때문에 동네 관심사가 되었다. 결혼식 전날 명돌이 오빠가 술에 취해 온 동네를 미친 듯이 뛰어다녔다. 작은 키에 까무잡잡한 작은 얼굴의 명돌이 오빠가 동네 길을 전속력으로 달리고 무너진 담을 훌쩍훌쩍 뛰어넘으며 괴성을 질러대자 마을 어른들이 한마디씩 했다. "아비 없이 커서 그래!" "내일 장가간다고 하니까 싱숭생숭 한가부네!" 결혼식은 새 색시 집에서 구식으로 했다. 외갓집 맞은편 골목으로 들어가서 막다른 집이다. 온 동네 사람들이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다 모여 있었다. 결혼식에 참석한 어른 들은 아래 위로 하얀 무명 한복을 떨쳐 입고 간밤에 온 비 때문에.. 2019. 8. 25.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