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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꽃이 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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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꽃이 피네

초여름 바람이 슬며시 담장을 넘어오던 날,
감나무 아래에 서서 한참을 올려다보았습니다.
연둣빛 잎 사이로 조그맣고 수수한 꽃들이 피어 있었습니다.
화려하지도 않고 향기가 멀리 퍼지는 것도 아니지만,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면 이상하게 마음이 따뜻해지는 꽃.

바로 감꽃입니다.

감꽃은 봄과 여름 사이 어딘가에서 조용히 피어납니다.
벚꽃처럼 모두의 시선을 받지도 않고,
장미처럼 화려하게 자기를 드러내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감꽃이 피었다는 것은
이제 계절이 한 걸음 더 깊어졌다는 뜻이기도 하지요.

어릴 적 시골집 마당에는 큰 감나무 한 그루가 있었습니다.
할머니는 감꽃이 떨어질 무렵이면
“올해 감이 많이 열리겠네” 하고 웃으셨습니다.
마당에 톡톡 떨어진 감꽃들을 밟으며 뛰놀던 기억은
지금도 오래된 사진처럼 마음 한쪽에 남아 있습니다.

감꽃은 참 신기합니다.

꽃이 피는 순간보다
꽃이 떨어진 뒤에 더 많은 것을 남기니까요.
작은 꽃이 떨어지고 나면 그 자리에 조용히 감이 맺힙니다.
마치 어떤 수고와 기다림 끝에 열매가 오는 것처럼 말입니다.

우리의 삶도 비슷한 것 같습니다.

눈에 띄는 순간보다
누군가 모르게 견디고 기다리는 시간이 더 많습니다.
그러나 그 시간들이 헛되지 않아
언젠가는 작은 열매 하나씩을 만들어 냅니다.

그래서인지 감꽃을 보고 있으면
왠지 사람의 삶을 닮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소리 없이 피고,
묵묵히 떨어지고,
결국 달콤한 감이 되어 누군가의 가을이 되어주는 것.

오늘 길을 걷다가 감꽃을 만나신다면
잠시 걸음을 멈춰 보세요.

아주 작은 꽃 하나가
조용히 계절을 건네주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 초여름의 소박한 선물, 감꽃이 피고 지며 탐스러운 감이 되기까지

계절이 바뀌면서 주변의 자연은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곤 하죠.
5월 말에서 6월 초가 되면
우리에게 아주 친숙한 나무 하나가 조용히 꽃을 피워냅니다.
바로 '감나무'입니다.

오늘은 화려하진 않지만
소박하고 단아한 매력이 있는 감꽃이 피고 지는 과정,
그리고 그 자리에 탐스러운 감 열매가 맺히는
신비로운 자연의 변화를 함께 살펴보려고 합니다.

### 1. 소박하게 피어나는 초여름의 알림, 감꽃 개화 (5월~6월)

봄꽃들이 화려하게 지나간 자리,
초여름의 길목에 들어서면
감나무 잎사귀 사이로 작고 앙증맞은 감꽃이 핍니다.

감꽃은 옅은 노란색 혹은 상아색을 띠며,
마치 작은 종이나 단지 모양처럼 생겼습니다.
넓고 푸른 감나무 잎 아래에 숨어 피기 때문에
멀리서는 잘 보이지 않지만,
가까이 다가가면 은은하고 달콤한 향기를 맡을 수 있습니다.
화려하게 자신을 뽐내기보다는 묵묵히 내실을 다지는 듯한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 2. 툭, 하고 통째로 떨어지는 아름다운 낙화 (6월 중순)

감꽃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꽃잎이 흩날리며 떨어지지 않고,
꽃송이 전체가 '툭' 하고 통째로 땅에 떨어진다는 것입니다.

수정이 끝난 감꽃은
미련 없이 가지에서 분리되어 땅으로 떨어집니다.
예전에는 마당에 떨어진 단단하고 작은 감꽃들을 주워
실에 꿰어목걸이나 팔찌를 만들기도 하고,
입에 쏙 넣어 떫고도 달착지근한 맛을 느끼던 추억의 장난감이기도 했습니다.
이 낙화 과정은 열매가 자랄 자리를 양보하는
자연의 순리이자 아름다운 물러남입니다.

### 3. 꽃이 진 자리, 생명이 움트는 감 열매의 성장 (여름~가을)

감꽃이 통째로 떨어진 자리를 자세히 보면,
별 모양의 초록색 꽃받침(감꼭지)이 앙증맞게 남아있습니다.
바로 이 꼭지 중앙에서
아주 작은 초록색 아기 감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 **여름의 성장:**
뜨거운 여름 햇살을 받으며 초록색의 작은 열매는 점점 크기를 키워갑니다.
이때는 잎사귀 색과 비슷해 눈에 잘 띄지 않지만,
속으로는 떫은맛(타닌)을 품고 단단하게 여물어 갑니다.

* **가을의 결실:**
아침저녁으로 찬 바람이 부는 가을이 오면,
초록빛이던 감은 점차 주황빛, 붉은빛으로 물들어갑니다.
단단했던 과육은 부드러워지고,
떫은맛은 사라지며 우리가 아는 달콤한 감(홍시, 단감)으로 완성됩니다.

### 마무리하며

작고 눈에 띄지 않던 노란 꽃이 땅으로 떨어지고,
그 자리에 남은 작은 생명이 뜨거운 여름을 견뎌내어 마침내 붉고 달콤한 열매가 되기까지.
감나무의 한 해는 조용하지만 치열하고 위대합니다.

바쁘게 돌아가는 일상 속에서,
길을 걷다 우연히 감나무를 마주치게 된다면
지금 감나무는 어느 계절을 지나고 있는지 한번쯤 눈여겨보시는 건 어떨까요?
자연이 주는 소박한 위로를 얻으실 수 있을 것입니다.

새벽기도를 가려고 아파트 쪽문을 나서는데 
인도 위에 작은 감꽃들이 떨어져 있었다. 

작년 늦가을에 감나무에 달린 빨간 홍시가 
아무도 따가지 않은채 그대로 나무에 메달려 있었다.

"홍시가 달렸네?"

손에 닿는 홍시를 따서 두어개 집으로 들고 들어갔다.
홍시는 약을 안뿌려서인지
여기 저기 약간의 흠집이 난채로 주홍빛으로 잘 익어 있었다.  

홍시를 주방 앞 창문가 앞에 작은 그릇에 담아서 올려 놓았다. 
몇일을 바라보니까 수분이 빠져서 껍질이 쪼글쪼글 
한개를 까서 입에 조금 넣어 보았더니 맛이 없었다. 
마트에서 파는 달콤한 맛이 안라 
약간 떫고 무미한 맛이었다. 
입에서 뱉어 내면서 창문 가에 놓아 두었던 홍시를 버렸다. 

"요즘 자연산 홍시는 이렇게 맛이 없는건가? 아니면 나무 종자가 맛없는 홍시를 열리게 하는 종자일까? 주위의 땅이 감나무가 맛있는 열매를 맺지 못하게 하는 영양가 없는 땅이기 때문일까?"

얼굴을 꽁꽁 싸매고 새벽기도를 다니던 겨울이 지나고 
봄꽃이 화려하게 수놓는 봄이 오니까 
잊지 않고 항아리 모양의 감꽃이 떨어져 있는 것이다. 

"어? 어느새 감꽃이 피었네?"


감꽃이 핀 줄도 모르고 무심히 다니던 길에 
감꽃이 떨어져 있으니까 
감꽃을 들여다 보다가 
감나무를 올려다 보았다. 
감나무에 앙징맞은 감이 메달려 있는게 보였다. 

"감꽃이 피었구나."

어렸을 때 감나무와 함께 얽혀 있던 추억이 방울 방울 올라왔다. 
커다란 감나무 아래에 떨어진 감꽃들을 주워서 실에 꿰어서 목걸이와 팔찌를 만들어서 놀던 생각.
조금 있으면 아직은 파랗고 작은 감들이 물러진채 떨어지면 주워서 먹어보던 생각. 
떨어진 홍시를 주워 먹었던 기억. 
감나무에서 감을 따던 모습과 감을 커다란 단지에 소금물을 넣어 익혀서 떫은 맛을 없애고 먹었던 기억
커다란 대봉감을 작은 방 윗목에 나란히 놓아두고 빨갛게 익어가는 순서대로 꺼내서 먹던 달콤한 추억.

"감꽃이 피었네."

요즘 아이들은 감나무를 잘 알까?
감꽃이 피는 걸 알기나 알까? 
감꽃이 피는 걸 알기는 하겠지만 감꽃이나 감나무에 엮여진 추억은 없을 것 같다. 
자연 속에서 살지 않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을듯 
그렇게 키워지지 않을 걸 아이들 탓을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그러거나 말거나 앞으로도 계속 

"감꽃은 핀다."

 

이 맛있는 감을 나이가 들면 탄닌 때문에 많이 먹으면 안된다니 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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