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름이 떠난 자리에서 바다는 말을 건다
🌊 겨울에 찾은 대천 해수욕장은 어떠할까
여름의 대천은 늘 사람으로 가득하다.
파라솔과 튜브, 웃음과 음악, 소음과 열기.
그러나 겨울의 대천은 정반대다.
마치 모든 것을 내려놓은 얼굴로, 바다는 조용히 그 자리에 서 있다.
해수욕장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
가장 먼저 느껴지는 건 비어 있음이다.
사람이 사라진 자리는
바다와 하늘, 모래와 바람이 차지한다.
🐚 바람이 주인이 되는 계절
겨울 대천에서는 바람이 주인이다.
차가운 바람이 얼굴을 스치면
이곳이 관광지가 아니라
사유의 장소가 되었음을 알게 된다.
파도는 여전히 밀려오지만
여름처럼 소리를 내지 않는다.
낮고 깊은 숨을 쉬듯
모래 위에 조심스럽게 몸을 눕힌다.
그 파도를 보고 있으면
말을 하지 않아도 괜찮아진다.
굳이 무엇을 정리하지 않아도
생각은 스스로 자리를 찾는다.
🌫️ 겨울 바다의 색
겨울의 대천 바다는
파란색이 아니다.
회색과 은빛, 때로는 연한 연두빛이 섞인
감정을 닮은 색이다.
햇살이 구름 사이로 잠깐 내려앉을 때면
바다는 반짝이지 않고
조용히 빛난다.
마치 울지 않으려고 애쓰는 사람처럼.
그 순간,
사진보다 기억으로 남기고 싶어진다.
🚶♀️ 걷기 좋은 바다, 혼자여도 괜찮은 풍경
겨울 대천은
누군가와 와도 좋지만
사실은 혼자일 때 더 잘 어울리는 바다다.
긴 백사장을 따라 걷다 보면
발자국이 금세 사라진다.
그게 이상하게도 위로가 된다.
남긴 흔적이 없어도
괜찮다는 말처럼.
🕯️ 겨울 대천이 주는 선물
겨울에 찾은 대천 해수욕장은
볼거리를 주지 않는다.
대신 마음을 돌려준다.
바쁘게 흘려보냈던 감정,
정리하지 못한 생각,
말로 하지 못했던 기억들을
파도처럼 천천히 밀려오게 한다.
그리고 묻는다.
“지금의 너는, 괜찮니?”
✍️ 마무리 문장
여름의 대천이 축제라면
겨울의 대천은 독백이다.
조용히 걷고
천천히 바라보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아도 되는 바다.
올겨울,
사람보다 자기 자신을 만나고 싶다면
대천 해수욕장은
의외로 가장 따뜻한 선택일지도 모른다.
겨울이 되면 모두들 스키장으로 떠난다.
남편 철희와 나도 겨울이면 스키장으로 갔었다.
스키를 탈줄 모르는 남편과 나는 이제 스키장을 갈 필요와 이유가 없다.
겨울바다를 찾았다.
어짜피 여름에 와도 이제 바다는 들어가지 않는다.
그저 바닷가만 배회하다가 카페를 잠깐 들리고 바다를 떠난다.
남편이 회사 다닐 때에는 휴가는 휴가철에 떠나야 하고
휴식은 주말만 취할 수 있었다.
이제는 평일에도 휴식을 취하고 여행을 다닐 수 있다.
굳이 사람이 북적대는 주말이나 휴가철에 다닐 필요가 없다.
대천 해수욕장 숙소를 찾았다.
해수욕장 숙소는 겨울이면 가성비 갑인 숙소를 잡을 수 있다.
작년 겨울에 강릉에 갈일이 있어서 갔을 때
숙소를 정하는데 가성비 갑인 숙소가 좀 거리가 있기는 하지만
정동진 역 주변 바닷가에 많이 있었다.
그곳으로 가자고 하니까 차편이 없다고 싫다고 한다.
기차나 버스 타고 가면 되고 굳이 빨리 집에 갈 필요도 없는데
어쩔 수 없이 하자는대로 했는데
역 주변에 욕실도 제대로 안되어 있는 호텔을 12만원에 잡았다.
비용도 비용이지만 욕실 문이 없는 그런 호텔이라니 정말 싫었다.
잠이 안왔다.
환히 들여다보이는 욕실이 신경 쓰여서 잠을 제대로 못잤다.
이번엔 AI의 도움을 받았지만 제대로 숙소를 잡았다.
30000만원에 깨끗한 호텔이라서 정말 기분이 좋았다.
좀 흠이 있기는 했다.
조명이 스마트가 아니라서 캄캄 어둠 속에서 자야하는거 외에는
아마 성수기였다면 10만원을 주었어야 할 것이다.
아침에 일어나서 대천해수욕장과 보령시를 한바퀴 돌았다.
대천 해수욕장의 모래 사장은 내가 50년전 학창 시절에 왔을 때랑 똑 같았다.
정말 신기했다.
20년 전에 왔을 때랑도 똑 같고 5년전에 왔을 때랑도 똑 같았다.
해수욕장의 주변에 새로 생긴 각종 건물들만 달랐다.
50년전에는 작고 기우뚱한 낮은 집들이 대부분이었고
여고 동창생들이랑 그런 집에서 잤었다.
경아랑 왔을 때는 그래도 이층 양옥집을 한칸 얻어서 잤었다.
20년전에 왔을 때는 주변에 저렴이 숙소를 얻어서 바닷가를 왔다갔다 하면서 잘놀았던 것 같다.
5년 전에는 카페를 들리고 지나갔었다.
바닷가 음식점이 정말 비싸다.
와우 두사람이 먹는다 해도 거의 10만원을 써야 한다.
그냥 백반 정식 12000원짜리를 찾아서 자아알 먹었다.
그것도 같은 해변에 깨끗한 집에 있었다.
좋았다.
하루에 10만원 쓰면 한달에 삼백만원을 쓴다.
10만원에서 덜 쓰면 한달에 얼마나 절약될까?
절약할 나이는 아니지만 굳이 쓰려고 노력할 필요도 없다.
당뇨라는데 덜 먹기도 해야 하고.
그렇게 대천해수욕장에 대한 추억도 이야기 하고
보령시내도 한바퀴 돌고
사실은 좀더 깊게 다니고 싶었지만
안 그래도 내 스타일 여행을 맞춰주느라 힘들어하는데
여기까지만 하자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제는 비가 와서 힘들었지만
다행히 오늘은 날씨가 말고
햇볕도 반짝 반짝
바람은 상쾌하게 볼을 쓰다듬는다.
바닷가를 걷기는 했지만
모래사장을 밟지는 않았다.
그저 천천히 어스렁 어스렁거리고
밥을 먹고
커피는 백다방을 찾아가서 테이크 아웃을 했다.
좋으다.
겨울 바다가 좋고
천천히 시간 신경 쓰지 않고 다니는 것도 좋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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