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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홀로선 버드나무

🔥첫 토요일, 걷는 선택이 불러온 여름의 예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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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킹 네이밍

 

🌿 보건지소에서 시작된 한 걸음, 아직 오지 않은 사람을 향해

“버스를 타지 않고, 운명을 걸었다”


📘1. 처음 맞는 토요일

이곳 보건지소에서 맞이하는 첫 토요일이었다.
출근부에 도장을 찍고,
사무실 바닥을 쓸고 닦고,
이 선생님과 짧은 인사를 나눈 뒤
영숙은 한가한 반나절을 보냈다.

평일의 분주함과 달리
토요일의 보건지소는
마치 오래 숨을 참고 있던 사람이
조심스럽게 숨을 고르는 것처럼
조용했다.

그 고요 속에서
영숙은 자신이 이곳에 와 있다는 사실을
조금씩 실감하고 있었다.


📘2. 걷기로 한 오후

오후 한 시.
집으로 가려면
청산으로 가는 버스를 타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영숙은
버스를 기다리지 않았다.
대신, 스스로를 시험해 보고 싶어졌다.

청산면까지의 거리를
눈이 아니라
몸으로 느껴 보고 싶었다.

그래서
걷기로 했다.


📘3. 여름 풍경 속을 걷다

포장되지 않은 시골길 위로
여름 햇볕이
망설임 없이 쏟아졌다.

주변은 온통 초록이었다.
나무에 단단히 고정된 뽕잎들 사이로
느릿, 느릿
되새김질을 하는
어미 소 한 마리가 보였다.

세상은 멈춰 있는 것처럼 고요했지만
영숙의 발걸음만은
말없이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마치
이 길 끝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다는 걸
이미 알고 있는 사람처럼.


📘4. 버스보다 먼 거리

버스로는
고작 15분 남짓한 거리라 여겼다.

하지만
두 다리로 걷는 길은
생각보다 훨씬 길었다.

이마와 등줄기를 타고
땀이 비처럼 흘러내렸고
숨은 점점 가빠졌다.

그래도
쉬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처음 마음먹은 일은
끝까지 해보고 싶었다.


📘5. 스스로에게 준 합격점

마침내 청산면에 도착했을 때,
영숙은
더위를 잔뜩 먹은 사람처럼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라
헉헉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힘들었지만
도착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마음이 환해졌다.

땀을 흘린 뒤에 찾아오는
그 묘한 상쾌함과 건강함.

대전으로 향하는 직행버스에 오르며
영숙은
자기 자신에게
조용히 100점을 주었다.


📘6. 창밖으로 스친 한 문장

버스는 용산을 지나
고속도로 인터체인지로 들어섰다.

면사무소 앞을 지날 때
용산 보건지소 건물이
창밖으로 스쳐 지나갔다.

그 순간,
영숙의 머릿속에
마치 소설의 한 문장처럼
낯선 목소리가 끼어들었다.

“만약 여기로 배치되었더라면
영숙 씨를 만나지 못했을지도 몰라요.
여기로 오지 않은 게 얼마나 다행인지…”

아직
실제로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목소리였는데
이상하게도
선명했다.


📘7. 아직 오지 않은 사람

청성 보건지소에 파견되는 의사는
6개월 근무라고 했다.

이 다음에 올 의사는
어떤 사람일까.

레지던트 2년 차라면
아직 결혼하지 않은
총각 의사일 수도 있지 않을까.

영숙의 상상 속에서는
지금 이 버스 좌석에 나란히 앉아
같이 창밖을 바라보는
낯 모르는 사람의 얼굴이
조금씩 구체적인 윤곽을 갖추고 있었다.

아직 오지 않은 사람인데도
이미
기다려지는 사람처럼.


📘8. 집으로 돌아간다는 실감

지금 함께 근무 중인 이 선생님은
9월 말이면
무의촌 근무를 마치고
병원으로 돌아간다고 했다.

남은 시간은
두 달 남짓.

고속도로 위로
토요일 오후를 재촉하는 차량들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이곳에 온 지
고작 이틀밖에 되지 않았지만
영숙은 문득
깨달았다.

지금 이 길이
‘집으로 돌아가는 길’처럼
느껴지고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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