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숙의 성격, 그리고 청산 보건지소에서의 첫 월요일
“그녀는 이미, 매일을 시작하고 있었다”
📘1. 취직 후 처음 맞이한 주일, 그리고 월요일
늦은 아침을 먹고
늘 그렇듯 지각한 채 집 앞 교회에서 주일 예배를 드렸다.
남들보다 일찍 집으로 돌아와
동생들의 “교회 다녀왔어?”라는 질문을 듣고,
오후에는 성모병원에 근무하는 친구 선아를 만나
시내까지 걸어갔다가 다시 집으로 걸어왔다.
선아와의 만남은 늘 비슷했다.
계간으로 나오는 미술잡지를 들춰보고,
옷가게 앞을 서성이고,
남자 친구 이야기와 대학 동창들의 근황들이
조심스럽게 오갔다.
영숙은 솔직한 사람이었다.
상대가 말을 삼키거나
대화에 선을 긋는 순간,
알 수 없는 불쾌감과 함께
묘한 호기심을 느끼는 사람이기도 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런 성격인
선아하고 우정이 잘 이어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저녁은 텔레비전 앞에서 흘러갔다.
안일하고 무사한 하루.
권태롭다고 느끼면서도
결국은 벗어나지 못하는 생활.
영숙은 아마도
이 조용함을 꽤 좋아하고 있다.
📘2. 그리고, 첫 월요일 아침
새벽같이 눈을 떴다.
출근 준비를 하고 집을 나서
6시 30분 직행버스 첫차에 올랐다.
청산면으로 향하는 길이었다.
앞으로 매주 월요일이면 반복하게 될
아침의 시작이었다.
보건지소에 도착하자마자
현관문을 돌쩌귀로 받쳐 놓고
가족계획실 문을 열어
커튼을 걷고 창문을 열었다.
현관과 사무실에 물을 뿌리고
빗자루로 쓸고
책상 위를 닦았다.
막 청소를 끝내고
책상에 앉으려던 순간,
자그마하고 똥똥한 젊은 아줌마 하나가
아장아장 걸음으로
사무실 안으로 들어왔다.
사무실을 한 바퀴 훑어보더니
수건으로 얼굴의 땀을 닦으며
오히려 이쪽의 신분을 물었다.
“모자보건요원 김영숙인데요.”
그제야 영숙은
이 사람이 이곳으로 새로 발령받은 근무자라는 걸
짐작했다.
혼잣말을 종합해 보니
안양이라는 생각이다.
서른두 살, 노처녀라는 말은 들었지만
이렇게 똥똥한 체형일 줄은 몰랐다.
마르고 신경질적인 올드미스라기보다는
결혼해 임신한 아줌마에 가까운 인상.
그런데도
얼굴에는 묘하게 정리된 느낌이 있었고
앙다문 입술에서는
쉽지 않은 성격이 읽혔다.
영숙의 첫 월요일은
이렇게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현실 속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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