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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시의 밤을 떠나 처음으로 마주한 시골의 어둠
- 도시가 지워진 자리, 달은 없고 별만 있던 밤, 사춘기 이후 처음 만난 어둠 -
✒ 낯선 곳이었다.
가로등도,
민가의 불빛도,
하늘의 달조차 없는 곳.
어둠은 사방에서 스며들어
마치 젖은 천처럼
세상을 천천히 덮고 있었다.
별만은 총총히 박혀
검은 밤하늘 위에서 반짝였지만,
그 빛조차
이 어둠을 밝히기엔
너무 작아 보였다.
낮과는 전혀 다른 공기.
한여름임에도
밤은 이상하리만큼 차가웠다.
이런 시골의 밤은
너무도 오랜만이었다.
어쩌면 사춘기 이후
처음 마주하는
이토록 철저한 어둠인지도 모른다.
별이 이렇게 많았던가.
밤하늘조차
낯설게 느껴질 만큼
영숙은 오랫동안
도시의 밤에만
몸을 맡기고 살았다.
논둑길을
논 속으로 빠지지 않도록
조심스레 발을 옮기며
걷고 있는 자신이
이상하게 느껴졌다.
이곳에 와서
이렇게 걷고 있다는 사실이,
마치 남의 꿈속에
잠시 들어온 것처럼
현실 같지 않았다.
내가 왜 여기를 걷고 있지?
무엇 때문에?
도시의 어둠은
불빛으로 가려진 어둠이지만,
시골의 밤은
숨김없이 드러난
어둠 그 자체였다.
너무 오랫동안
도시의 밤에 익숙해진 탓일까.
이 짙은 어둠이
한여름의 더위를
신선하게 털어내는 것이
오히려 낯설게 느껴졌다.
집에 돌아온 영숙은
문득 생각했다.
앞으로 이곳에
적응해야 할 시간들이
얼마나 멀고 까마득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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