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의촌 진료가 끝나가던 밤의 풍경
< 별이 많던 밤 >
무료 진료가 이어지던 며칠 동안,
영숙은 혼자 보건지소를 지키고 있었다.
창밖에서는
학생들이 리어카에 서너 명씩 매달려
물을 나르고 있었다.
웃음과 소란은
여름 공기 속으로 흩어졌다.
가끔 심심해진 학생들이
보건지소 안을 기웃거리다
아무 말 없이 돌아갔다.
영숙은 책상 앞에 앉아
《문학사상》에 고개를 묻고 있었다.
이 선생님은
닷새 만에 다시 돌아와
무주 구천동으로 피서를 다녀온 이야기를 했다.
“피서하러 갔다가
고생만 실컷 했지.”
그러다 문득 웃으며 말했다.
“그래도 여기가
훨씬 좋은 곳이야.”
여름이면
강가에서 면 유지들과
천렵을 하던 이야기도 덧붙였다.
이야기는 과거 쪽으로 흘러 갔고,
영숙은 조용히 듣고만 있었다.
무료 봉사의 마지막 날,
보건소 지소장님이
여학생 하나를
하룻밤 재워 달라고 부탁했다.
영숙은 그 여학생을
자기 방으로 데려왔다.
저녁은 국수였다.
여학생은 이미 먹고 왔다고 했다.
“난 살 좀 쪘으면 좋겠어요.
잘 먹고 다니는데도
왜 살이 안 찌는지 모르겠어요.”
“국수 먹고
살이 찌겠어요?”
짧은 말이 방 안에 남았다.
여학생은 샤워를 할 수 있느냐고 물었다.
우물가에서 한다고 하자 놀란 얼굴이 되었다.
“누가 보면 어떡해요?”
“깜깜한데 누가 봐요.
우리는 늘 그렇게 해요.”
한참을 망설이던 여학생이 말했다.
“그럼 제가 먼저 할게요.”
영숙은 고개를 끄덕였다.
방 앞 마루에 앉아
우물 쪽을 바라보았다.
우물 저편에서
혼자 물을 끼얹는
여학생의 모습은
희끄름한 형체로만 보였다.
어둠은 사람과 사람 사이를
적당히 가려주고 있었다.
그날 밤하늘에는
정말 많은 별들이 박혀 있었고
마을은 고요 속으로 돌아가 있었다.
영숙은 생각했다.
사람들은 잠시 다녀가고,
이곳에는 밤과
하늘에 가득한 별들 만이
남는다는 것을.
'소설 > 홀로선 버드나무' 카테고리의 다른 글
| 🔥그들이 다녀간 자리, 여름은 그대로 남았다 (0) | 2026.01.03 |
|---|---|
| 🔥사랑이 오기 전, 그녀는 먼저 사랑을 상상했다 (0) | 2025.12.30 |
| 🌑달 없는 밤, 별만 남은 곳에 서다 (1) | 2025.12.25 |
| 🔥별이 너무 많아, 복숭아가 달지 않았던 밤 (1) | 2025.12.24 |
| 🌙 사랑을 생각하기엔 너무 고요한 오후 (1) | 2025.12.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