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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은 온통 비였고,
진료실 안은 그보다 더 조용했다.”>
갑작스러운 폭우.
예보엔 없던 장맛비였다.
동네 어르신들은 미리 귀가했고,
보건지소엔 두 사람만 남았다.
“집에 못 가겠는데요.”
봄은 창밖을 내다보며 말했다.
“신발 다 젖었어요.”
선우는 고요히 말없이 웃었다.
“비 그칠 때까지 기다립시다.”
진료실 커튼 사이로 희뿌연 빛과
쏟아지는 빗소리만이 흐르고 있었다.
봄은 커피포트에 물을 올리고 컵 두 개를 꺼냈다.
조용히 따뜻한 커피가 두 사람 사이에 놓였다.
“저, 선우 선생님.”
“네.”
“그날… 전화. 왜 받지 않으셨어요. 괜찮으셨어요?”
그는 잠시 눈을 감았다가 뜨며 말했다.
“괜찮지 않았죠. 그래서 안 받았어요.”
그의 대답은 무게가 있었다.
하지만 이상하게, 그 무게가 봄에게는 따뜻했다.
밖은 여전히 폭우.
두 사람은 한참을 말없이 앉아 있었다.
그러다,
그녀의 어깨에 그의 코트를 살짝 걸쳐 주었다.
“감기 걸려요. 여긴 밤 되면 춥습니다.”
그 순간, 봄은 조심스럽게 묻는다.
“이렇게 해도 되는 걸까요?”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커피잔을 들어, 마셨다.
그의 침묵이 그녀에게는 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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