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irement life of JINNSSAM

아스팔트에서 피는 꽃

영혼의 닻을 찾아서 2023. 4. 10.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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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스팔트에서 피는 꽃 >     

 

 공방에서 과일 담는 그릇을 백토로 하나 만들었다. 

 만드는 방법은 적당한 크기로 백토를 자른다음 방망이로 두드리고 위에 헝겊대고 판대기를 댄다음 뒤집어서 또 두드리고 적당히 두드린 다음 역시 헝겊을 대고 판대기를 댄다음 뒤집고 이렇게 여러번 반복을 한다음 손잡이가 달린 롤러에 넣고 손잡이를 빙글 빙글 돌리고 다 빼내서 거꾸로 또 돌리고 2번쯤 왔다 갔다 했다.

 

별이샘네 고양이 호두

 판판해진 백토를 플라스틱 동그란 바가지에 엎어서 올린 다음 안쪽으로 모이듯이 주물럭 주물럭 모양틀을 잡고 커다란 빨대와 작은 빨대로 구멍을 적당히 낸다음 자연스럽게 구멍을 확장하였다.

 선생님은 억수로(경상도 말로 많이) 쉽게 하는데 실제로 해보면 쉽지만은 않다.

 

과일 담는 도자기 그릇

 지난 번에 만들었던 백토로 만든 접시에 야생 풀을 얹어서 음각을 만들었는데 다 말라서 음각에 물감으로 색칠을 하였다.

 선생님이 얹은 들꽃은 정말 모양이 이쁜데 jinnssam은 모양이 ㅋㅋㅋ

 태어나서 처음 해본 작업인데 오죽하랴마는 그래도 샘은 이쁘네 이쁘네 하고 말씀하신다.

 

색칠이 다 마른다음 주변에 묻은 물감을 수세미로 살살 문질러서 닦아 냈다.

 그러다보니 시간 순삭.

 

 어슬렁 어슬렁 ~
공방 앞에서 헤어져 진샘은 도로를 따라 내려가는데 도로 옆 인도와 건물 사이에 노오란 작은 꽃들이 피어 있었다.

 그런 곳에 꽃이 피는지도 몰랐다.

 설령 알았다해도 무심코 지나쳤나부다.

 아니면 차를 타고 스쳐갔을 것이다.

 

 쪼그리고 앉아서 찰칵 찰칵

 이런 곳에도 봄은 오는구나.

 여기에도 꽃이 피는구나.

 

 아파트 담장이 쇠파이프로 세로로 세워진 곳을 지나가는데 연산홍 꽃들이 도로옆 인도로 손을 잡아주세요 하듯이 빠져나와서 아우성 치듯이 넘치게 피어 있다.

 바람이 불면 바람 부는데로 흔들리며 곱게 무리지어 있는 꽃들이 너무도 어여쁘다.

 

 저렇게 예쁜 꽃들을 참 무심히도 보았구나.

 저리 이쁜 꽃들 옆을 정말 아무 생각없이 지나다녔구나.

 해마다 꽃은 피었을 텐데 왜 아무 기억이 없는거지?

 

 초등학교 담장에도

 아파트 담장에도

 꽃들이 피어서 월담을 하고 있다.

 

 천천히 천천히

 꽃 한송이도 놓치지 않으려는 것처럼 보고 또보고

 사진으로 찍고 또 찍고

 

 꽃 집 앞에 서서 예전보다 월등히 이뻐진 꽃들을 유심히 본다.

 사진으로 찰칵 찰칵 ~

 동영상으로 ~

 이전에도 꽃집은 있었다.

 그런데 지금처럼 꽃집에 꽃이 이뻤었나?

 봄이면 꽃집 앞에 서있다가 한두개의 화분을 사고는 했었던거 같다.

 지금은 그때보다 몇백배 이쁜 꽃들이 모여 있다.

 꽃을 사는 것보다 이쁜 꽃들을 구경하는게 훨씬 좋다.

 구경하면서 사진으로 남긴다.

 사진을 찍기 위해서 구경하는지도 모르겠다.

 

 사진으로 찍는다고 생각하니 이쁘지 않은 꽃이 없었다.

 어떤 꽃은 노오랗고 앙징 맞아서 예쁘고

 하얗게 방글방글 피어서 이쁘고

 보라색 종같은 모양은 또 얼마나 이쁜지

 정말 세상에 꽃처럼 이쁜 것은 없는거 같다.

 

 마당에 분재가 가득한 집 대문 앞에 서서 까치발을 하고 안을 들여다본다.

 어쩐지 아는 집같은 느낌

 오래 전 새댁이 시절에 전세 집 주인 집인 것도 같은데 ~

 그때 주인 집이라고 인사를 왔었던 기억이 있다.

 아직도 그때 그 주인들이 살고 계실까?

 거의 40년이 다 되어 가는데? ? ?

 

 마당에 분재가 너무도 어여쁘게 꽃을 피워 올리고 있다.

 지난 달에는 앙상하기만 하던 가지들에 하얀 종같은 꽃이며 등나무 꽃이며 이런 저런 꽃이 풍성하게 자리를 잡고 있다.

 까치발을 해도 안이 잘 보이지 않고 사진 찍기도 어렵다.

 그냥 나무담 사이로 한눈박이 시야로 들여다 볼 뿐이다.

 저 마당을 잘 정리해서 카페로 공개하면 어떨까?

 그냥 혼자만의 공상.

 

 우리는 무심히 보아 넘길 분재들일테지만

 그 분재를 가꾼 이들은 하나 하나가 다 사연을 가진 소중한 이야기꾼들 일 것이다.

 히스토리를 가진 분재들 하나 하나가 다 소중할텐데 쉽게 공개할 수 있을까? 

 쉽지는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오늘의 티스토리는 아스팔트에 피는 꽃이란 제목으로 써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시멘트로 된 담들 사이에도 꽃들이 피어 있다.

 인도와 건물 사이의 꽃과는 다른 꽃들이 피어 있다.

 어디서 날아와서 저곳에 자리를 잡고 뿌리를 내리고 꽃을 피우고 있을까?

 신기하다.

 있는 자리에서 뿌리를 내리고 자기만의 꽃을 피우다가 씨를 만들고 내년에도 또 뿌리를 내리고 꽃을 피울 것이다.

 

 우리가 피우는 꽃은 어떤 꽃일까?

 어떤 생명의 꽃이고

 어떤 생명을 살리는 꽃일까? 

 
그래 인생은 지금부터다.

 그 으 래 ~

 인생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우리는 순간을 사는 꽃처럼 지금 이순간을 살면서 발자취를 남기려고 애쓸 뿐이다.

사람이 남기는 발자취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발자취로 남는 것은 생명을 살리는 복음 전파로 남기는 발자취가 아닐까.

아스팔트 위에도 꽃이 피는 것처럼 사람도 어디에서든 꽃을 피운다.
어디에서 피울런지 어떤 꽃일지는 사람마다 다 다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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