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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tirement life of JINNSSAM

여고시절 친구에게

by 영숙이 2023. 4.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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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고시절 친구에게>     

 

 충남 여고 1학년 때 박창배 샘 반이었다.

 우리 반에 1학년 전체에서 유일하게 피아노를 칠줄 아는 경이가 있었다.

 경이랑 친구가 되고 싶었다.

 

 경이는 눈을 내리깔면 긴 속눈썹이 그늘을 만들고 갸름한 얼굴은 하얀 피부에 볼이 발그레하니 보기에 좋았다.

 하얀 피부에 대비되는 빨간 입술은 조금 튀어나온듯 작고 뾰족해서 귀욤미 뿜뿜.

 

 전형적인 소녀 소녀 모습에 반전이 있었다.

 목소리가 허스키 보이스.

 웃음 소리는 더 걸걸한 허스키 보이스.

 얌전히 눈을 내리 깔고 있을 때에는 말도 못붙일 것 같은데 몇마디 나누면 그만 걸걸함에  친숙함이 확 다가온다.

 

 친구가 되고 싶었지만 친구가 될 수 있는 계기가 없었다.

 jinnssam은 눈이 나쁘다는 이유로 앞에서 2번째 자리에 앉아 있었고 경이는 뒤에서 2번째 자리에 앉아 있었다.

 여러모로 친구로 사귈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jinnssam은 교실 청소를 참 열심히 했다.

 누가 하라는 것도 아닌데 또 집에서는 집안 일을 시키지 않는 엄마 덕분에 빗자루 한번 손에 쥐는 일이 없었지만 청소시간이면 늘 끝까지 쓸고 쓰레기를 쓰레기통에 넣어서 비우는 일까지 꼭 하고는 하였다.

 

 그날도 쓰레기통을 들고 비우러 가고 있었다.

 그때는 화장실도 교실 밖에 있었고 쓰레기를 버리는 쓰레기장은 당연히 밖에 있었다.

 건물 밖을 나가려면 실내화 대신 실외화를 가져와 신고 나가야 했다. 

 

 쓰레기통을 들고 출입문 앞에 서서 그냥 실내화를 신고 버리러 가야하나?

 아니면 2층 교실 앞에 있는 신발장에서 실외화를 가져와서 바꿔 신고 버려야 하나?

 어떡할까?

 그때 앞에서 경이가 화장실에 갔다가 오고 있었다.

 

 "경이야. 이 쓰레기좀 버려줄래?"

 

 경이는 아무 말도 안하고 쓰레기통을 받아 들더니 버리고 왔다.

 그때 jinnssam은 경이에게 대쉬하면 친구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고마워."

 

 교실로 같이 오면서 기분이 좋았다.

 이제 친구가 생기는구나.

 

 그날 이후 학교만 오면 경이의 책상 앞에 붙어서서 말을 걸었다.

 그렇게 친구가 되었다.

 어느 날 경이가

 

 "우리 집에 놀러 갈래?"

 

 말할 필요가 없었다.

 토요일 날 경이네 집에 놀러 갔다.

 경이네 집은 삼성동에 있었는데 우리 집에서 꽤 멀었다.

 버스를 타고 한참을 가야 하는 거리였는데도 한번씩 놀러 갔다.

 

 경이네 집은 마당이 꽤 넓었다.

 작은 운동장처럼 보일 정도.

 집은 이층이었는데 그렇게 좋아 보이지는 않았지만 그때는 어려운 아이와 어려운 집이 많은 시절이었으니 꽤 크고 좋은 집이라고 할 수 있다.

 

 막내 딸이었던 경이에게 피아노를 가르칠 정도의 경제력이 있는 집이었고 큰 언니와 큰 오빠는 서울에 유학중이었다.

 작은 오빠는 교육대학을 나와서 발령을 기다리고 있었다.

 바로 위에 언니는 연년생이어서 경이가 한해 일찍 학교를 들어가서 같은 학교에 같은 학년에 다니고 있었다.

 

 언니는 미술을 했다.

 그 시절에 예체능은 있는 집 아이들이 하는 전공이었다.

 부모님이 건축업을 하셔서 여유가 있는 집이었다.

  jinnssam이 놀러 갈 때마다 집에는 사람이 없었다.

 아무도 없는 넓은 집에 경이랑 둘이 별말도 없이 앉아 있다가 집에 왔다.

 

 하루는 경이네 집에 오라고 해서 갔는데 경이가 의자에 앉아 있다가 잠이 들었다.

 심심했던 jinnssam은 무언가 말이라도 하던지 무언가를 하고 싶었는데 경이는 그냥 잠이 든채로 미안하다면서 오늘은 그만 집에 가라고 하였다.

 경이가 부잣집 막내 티를 낸 것.

 속상했지만 친구로 계속 유지하고 싶었기 때문에 그냥 그러려니 넘어갔었다.

 

 그날은 수요일이었다.

 저녁 무렵 큰 방에 앉아서 이리 두리번 저리 두리번 처음 들어가보는 안방을 구경하고 있는데 경이 부모님이 들어 오셨다.

 옷을 차려 입으시더니 두분이 같이 나갔다.

 

 "교회에 수요 예배 드리러 가시는 거야. 오늘 나랑 교회에 같이 갈래?"

 

 친구따라 강남 가던 때인지라 두말할 필요도 없이 따라 나섰다.

 집 가까이에 있는 교회에 가는줄 알았는데 버스를 타고 갔다.

 버스를 타고 충남여고 옆에 있는 침례신학대학에 있는 교회로 가서 예배를 드리는 것이었다.

 

 앞에는 안경 쓴 작은 키의 젊은 목사님이 서 계셨고 앞에서 세번째 줄쯤에 경이가 앉았다.

 예배당은 넓었지만 뒷쪽으로 몇줄 사람들이 앉아 있었고 앞쪽에는 많이 앉아 있지 않았는데 그곳에 경이와 jinnssam이 앉아 있는 것이다.

 기도합시다.

 목사님의 말에 따라 기도를 하는데 두리번거리는 jinnssam에게 

 

 "손을 이렇게 맞잡고 손가락을 끼고 고개를 숙이고 눈을 감고 기도하는거야."

 

 그렇게 경이랑 교회를 가게 되었다.

 이후 여고를 졸업하고 간호학교에 진학했을 때 이학기 때 가관식을 하고 간호 실습을 하게 되었다.

 그때 간호학교 선배언니가 병에 걸려 죽었고 jinnssam은 병에 걸릴까 무서워서 실습을 나가기 전에 교회에 가서 기도를 하고 실습을 하러 갔다.

 그렇게 교회에 발을 들이게 된 것이다.

 교회에 발을 들이게 된 것은 경이랑 교회에 가서 기도를 해봤기 때문이었고 덕분에 누구나 교회에 갈 수 있다는 것을 알았고 또 교회에 가서 기도를 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경이가 jinnssam을 전도한 것이다.

 

  jinnssam이 간호학교 다닐 때 재수를 하고 있던 경이가 연두색 비옷을 입고 우리 집을 찾아 왔었다.

 그때는 집에 전화가 없었기 때문에 친구를 만나려면 집으로 찾아가는 수 밖에 없었다.

 마침 막 집에 들어가려고 하는데 경이가 골목 끝에서 오고 있었다.

 깜짝 놀랐다.

 

 그 후로 가끔 만났던 것 같다. 

 그날 전화번호를 알려 주었고 바빠서 그만 가봐야겠다고 하면서 전화를 하겠다고 하였다. 

 한번씩 만나면 근황을 듣고는 했는데 남자 친구를 빌리 그래함 목사 부흥회때문에 여의도 광장에 갔다가 숙소인 초등학교에 친구를 찾아온 남자 친구가 경이를 보고는 친구에게 소개해 달라고 졸라서 만나게 되었다고 했다.

 

 결혼식에도 갔다. .

 집 근처의 교회에서 소박하게 했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리고 몇번 서로 편지를 주고 받았었다.

 경이 남편이 보건지소에 파견의로 파견나가 있으면서 보건지소 주소로 경이가 편지를 보냈었는데 교무실에서 일하는 아이가 편지를 책상 서랍에 넣어 놓은 것을 책상 서랍 윗쪽에 편지가 붙어 있어서 일년동안 편지를 발견하지 못하였었다.

 어느 날 책상 서랍에서 편지가 떨어져 내려서 봤더니 벌써 일년전에 온 것이었다.

조금 더 근무하면 근무가 마치는데 제주도로 간다는 내용이었고 두아이를 키우느라 정신이 없다는 내용이었다.

 근무했었던 보건지소로 편지를 보냈었던 것 같은데 보건지소에서 친정으로 보내 준다는 답신도 받은거 같다.

 넘 오래돼서 ~ 오락 가락 ~ .

 

 한번씩 대전에 가면 전화를 하기는 했었는데 그때마다 바쁜지 얼굴을 보지 못하고 목소리만 들었었던 것 같다.

 그러다 전화번호도 없어지고 ~ 

 편지 왕래도 끊기고 ~

 서로들 사느라 바빠서 연락을 못한지 이제 30년이 다되간다.

 

 어찌 지내고 있을까?

 잘 지내고 있겠지?

 여고 시절 동창이었고 일학년 때 잠깐 친구였고 그후 가끔 한번씩 얼굴 보았고 서로 어떻게 사는지도 모르고 지내왔고

 그냥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가끔 한번씩 궁금할 뿐이다.

 

 다시 만나면?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겠지.

 그동안 어떻게 지냈어?

 하면서 옛날 이야기 꽃을 피우겠지.

 

 건강하게 잘 지내 ~

 그러곤 헤어질 것이다.

 

 세월이 그렇게 흘러 갈 것이고

 아쉬워하면서

 그리워하면서

 그러려니 흘러 갈 것이다.

 

 경이야

 잘지내니?

 jinnssam은 티스토리를 쓴단다.

 jinnssam이 쓴 너에 대한 글을 읽을 수 있다면 좋겠다.

 

 그리운 친구.

 그리움은 쌓여가지만 속절없는 세월은 그리움을 지워가는구나.

 대학 때 절친은 서울에서 비누공원을 하고 있어.

 몇년 만에 어쩌다 전화하면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지만 잘지내 그러면서 사느라 바쁘게 지나간단다.

 너도 그렇게 되겠지?

 

 잘지내구 ~

 그게 최고야.

 

 오늘은 충남여고 총동창회에 가입을 하고 게시판에 글을 올렸다.

 가입되어 있는 5기 동기생들에게도 메세지를 보냈다.

 이러 저러 연락이 닿았으면 좋겠다.

 어느 날 짠하고 만나지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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