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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tirement life of JINNSSAM

도시와 나무

by 영숙이 2023. 4.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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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와 나무>   

 

 얼마 전에 유튜브에서 인간이 사라진 지구가 1억년이 지난다면?

 나무가 지구를 뒤덮을 것이라고 하였다.

 

  코로나가 시작되면서 카페를 그만둔 이후 외출도 못하고 집안에 있으면서 다육이를 키우기 시작하였다. 

  베란다에서 다육이를 키우는 게 진짜 신기하였다. 

  jinnssam은 식물을 키우면 언제나 제대로 못돌봐서 죽었다.  

 정말 제대로 키웠던 적이 없다.

 

 아주 오래전에 누군가 아파트 화단에 꽃나무가 죽었다고 생각했는지 비쩍 마른 막대기가 꽂힌 화분을 버렸다.

 집에 들고 와서 베란다에 놔두었더니 봄이 되니까 이쁜 연산홍 꽃이 막대기 하나 가득 피어났다.

 정말 신기했다.

 

 기쁜 마음으로 물을 주고는 했는데 철희가 살림하는 남자로 살던 때라서 주부우울증 올 것 같다고 강아지를 사자고 하였다.

 강아지를 정말 싫어하였지만 어쩔 수 없어서 성격이 명랑한 마티즈 수컷을 한마리 사서 키우는데 철희의 초등학교 동창생이 역시 마티즈 새끼를 낳았다고 해서 얌전한 암놈을 한마리 데려와 두마리를 키웠다.

 

 강아지는 키우는게 아니었다.

 이제 막 피어난 연산홍 꽃을 다 따먹어서 화분을 다시 내다 버렸다.

 목요장터에서 사온 방울토마토 모종에 방울토마토가 열려서 빨갛게 익었는데 그것도 다 어지럽혀서 먹을 수가 없어 결국 내다 버렸다.

 강아지를 사놓고 한달만에 취직이 되어 철희가 회사를 다니면서 강아지는 jinnssam차지가 되었다.

 강아지들이 수명대로 살다가 가기는 했지만 지금도 생각하면 안스럽다.

 적절하지 못한 환경에 굳이 변명하자면 너무나 바빠서 자신도 못돌보는 상황에 강아지까지 제대로 돌본다는건 무리였다.

 

 이후 식물이건 동물이건 키울 생각조차 못했고 셀프 인테리어 하면서 베란다에 모든 물건을 거의 버리다시피 하였었다.

 빈 단지 2개인가 3개인가 빼놓고 ~

 친정엄마가 오셨을 때 베란다가 텅빈 걸 보고는 나가셔서 단지를 슬쩍 열어보셨다.

 무언가 들어 있을까? 기대하셨던 모양이었다.

 친정엄마 왈 ~

 "너무하더라. 진짜 아무 것도 없더라 ~"

 

 이후 어느사이 코로나를 지나면서 샐프 인테리어를 한지 6년이 훌쩍 지나가 버렸다.

 이구석 저구석 물건이 쌓여간다.

 친정엄마가 년초에 오셔서 하시는 말씀이

 "지난번에는 진짜 너무하더니 이제는 물건이 조금 있네. ~ "

 

 셀프 인테리어를 하면서 손님 맞이용으로 사다 놓은 천원짜리 다육이 2개가 시작이었다.

 천원짜리 다육이가 꽃을 피웠다.

 잎꽂이를 했더니 또 잘자랐다.

 그렇게 한개가 두개가 되고 두개가 세개가 되고 세개가 이제는 여러개가 되었다.

 

 20년도에 시작된 다육이 키우기가 이제 햇수로 4년째.

 그런데 키울수록 더 모르겠다.

 원래 식물 키우기가 잼병인데다가 키울수록 더 전문적인 지식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철희가 베란다를 보면서 하는 말

 "잔뜩 있네. 너네 엄마처럼 잔뜩 모아놨어."

 모으는 병이 있는 엄마를 빗대어서 하는 말에 화가 머리 꼭지까지 나서

 "뭐?"   

 "자꾸 그러면 나도 다른 여자들처럼 키핑하우스로 나가서 키울란다."

 "베란다에서 그런 것도 못하면 하루종일 집안에서 뭐하고 있으란거여?"   

 "알아서 정리할 테니까 뭐라하지 말어."

 

 얼마 전에는 식탁 위에 빵이 있는 것을 보더니

 "저거 아래 사온 빵 아니여? 빨리 먹어치워."

 "아래 사온 거는 다 먹었고 그건 어제 그제 저녁에 사온겨."

 "아래라는건 어제 그제도 포함되는겨."

 눈을 감고 있다가 말이 끝나길레 눈을 뜨고 말했다.

 "나는 당신 부하가 아니여. 나한테 이래라 저래라 지시하지 말어. 지시는 회사 사무실에서나 혀."

 

 이야기가 많이 빗나갔지만 꼭 우리집에만 해당되는 말은 아닐 것이다.

 베이비 붐 세대의 가정마다 있을 수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철희는 jinnssam이 그렇게 말할 줄 몰랐을 것이다.

 틀린 말이 아니니까 혼자서 곰곰히 생각해보고 수정해 줄것이다.

 이래 저래 철희한테는 정말 감사한 마음이다.

 

 월요일에는 별이 샘 공방에 가서 과일 담는 도자기를 만들고 화요일에는 다육이들을 심고 다듬고 물주고(다육이들을 올려 놓을 수 있는 화분 받이를 샀다.) 수요일에는 별이샘이랑 태화강에서 지하철을 타고 일광 해수욕장에 가서 샘은 스케치를 하고 jinnssam은 글을 쓰고 ~

 목요일 오전에는 주식 한주 팔아서 소소한 수익의 즐거움을 누리고 오후에는 미니 다육이 6개와 카페할 때 팔고 남은 미니블럭 11개를 들고 아파트 느티나무 아래로 갔다. 

 

 오후 1시쯤 나갔는데 너무 빨리 나가서 1학년과 2학년 애기들이 오는데 엄마들이 케어한다고 마중나와서 데리고 학원 앞까지 가거나 학원차를 태워 보냈다.

 3시쯤 되니까 3학년 4학년이 나와서 미니화분 가져가는 아이와 미니블럭 가져가는 아이들이 있었다.

 

 "힘든 일 있으면 마음속으로  ~ 하나님 도와 주셔요. ~ 하고 기도하면 사랑의 하나님이 들어주신단다."

 

 미니블럭 2개가 남아서 학교 옆 학원 앞에서 덩치가 제법 큰 5 ~ 6학년 형아들에게 들이밀었더니 좋다고 가져간다.

 형아들은 블럭이나 미니블럭을 가지고 놀던 아이들이다.

 지금의 3학년까지는 코로나 시절의 아이들이라서 미니블럭을 잘 모른다.

 

 3학년 아이들 3명이 예전에 반지로 만든 사탕에 반지가 이빨이나 입술모양인데 그것을 입어 넣고 빨면서 서로의 사탕 이빨이나 입술을 보면서 깔깔깔 웃었다.

 "사탕 사진 좀 찍을까? 글쓰는데 요즘 아이들의 사탕 하고 사진 올리려고."

 "싫어요."

 "인색하기는"

 횡당보도를 건너가니 아이들의 엄마들이 아이를 껴안으면서 묻는다.

 "왜그래?"

 "사탕사진 찍는다고 해서 싫다고 했어."

 진샘이 변명하고 싶었지만 참았다.

 '아이들이 알아서 이야기 하겠지.'

 

 보도 쪽의 횡당보도를 건너가는데 폴더로 허리가 접힌 할머니와 비교적 허리가 꼿꼿한 할아버지가 마트에서 본 물건들을 밀고 가다가 힘이 드시는지 잠시 서서 쉰다.

 "연세가 어떻게 되세요?"

 "응?"

 "연세가 어떻게 되시느냐고요. 그냥 궁금해서요."

 "85살."

 할머니가 대답하니까 할아버지도 대답한다. 

 "87살."
 "그러시구나. 저도 이제 얼마 안남았네요."

 할아버지가 호탕하게 하하하 웃으신다.   

 

 세월이 물 흐르듯 흐르고 있다.

 
아까 집에서 나올때우리아파트 앨리베이터에서 미니블럭을 사가던 아이의 엄마를 만났다.

 "이 미니블럭 아이한테 주세요. 제가 좋아하던 키티 블럭 이어요."

 "우리 아이 이제 고등학생이어요. 이런거 이제는 안좋아해요."

 "아 ~ 그렇구나. 몰랐네요. 세월이 벌써 그렇게 됐네요. ㅎ ~ 몰랐어요. 미안해요. "

 

도로를 따라 천천히 내려가다 보니 담쟁이 넝쿨들과 나무들이 씩씩하게 자라고 있다.

 공업탑 로터리로 가서 한정식을 먹을 요량으로 아주 천천히 걸어가고 있다.

 
아이들이 돌아다니지 않는 한적한 거리를 이렇게 천천히 걸어 다니니까 기분이 이상하다.

 
거리를 걸으면서 나뭇잎들의 움직임을 동영상으로 찍고 담쟁이 덩쿨잎이 흔들리는 것을 동영상으로 찍는다.

 

 공업탑 지하도로 걸어내려갔다.

 몇년만이지?

 하도 오랜만이라서 기억도 안난다.

 

 공업탑에 있는 울산 여고에서 4년을 근무했고 그 전에는 공업탑 근처 울산여상에서 8년을 근무했었다.

 울산여상은 23살부터 근무해서 결혼까지 하고 반구동에 있는 중앙여고로 갔다가 울산여고로 왔으니까 20대와 30대의 후반을 매일같이 공업탑 근처를 걸어 다녔었던거다.

 그때는 차가 없었으니까 당연히 걸어다녔지만 지하도도 없었다,

 

 울산여고에서 학성여고로 간다음에는 출퇴근이 힘들어서 매일같이 택시를 타고 다니다가 자동차를 샀다.

 처음 자동차를 몰고 다닐 때는 교차로 한가운데서 무서워서 멈춰서서 핸들에 머리를 파묻고 있었던 적도 있다.

 지금 생각하니까 정말 웃긴다.

 

 지하도로 들어가니까 초상화 교실이 있었다.

 아가씨때 옥교동에 있는 지하도 초상화 교실에서 초상화를 배우러 다닌 적이 있었다.

 한달인가 배웠는데 적성이 아닌지 재미도 없었고 잘 그리지도 못했고 연습도 열심히 안하고 그러다가 자연스럽게 그만 두었었던 기억이 있다.

 

 초상화 교실 옆에 우표 수집 가게가 있어서 우표전지를 몇개 샀던 기억이 있다.

 무슨 기념 우표였는데?

 찾아보면 있을 것이다.

 

 아가씨때 처음에는 객지래서 어리둥절어리둥절~ 살다가 차차 적응을 하면서 돈이 없어서 여고 시절에 배우고 싶었을 때 배우지 못했던 피아노 학원에 등록해서 피아노를 배웠는데 오래 배우지 못했다.

 재미가 없었다.

 돈을 버니까 돈은 있는데 여고시절처럼 배움에 대한 열의가 없는 탓인지 꼭 배워야겠다는 의지가 없는지 계속 피아노를 친다는게  어려웠다.

 

 모든 배움에는 시기가 있나부다.

 아까 느티나무 아래에서 초등학교 1학년짜리 아들에게 영어단어 숙제를 도와주는 엄마를 보니까 영어 단어 수준이 대학생 수준이래서 깜짝 놀랐다.

 jinnssam생각에는 초등학교 시절에는 단순 암기보다는 두뇌 개발을 위하여 애를 써야 하는 시기가 아닌가 했는데 언어는 어렸을 때 체득하는게 중요하다니까 요즘에는 한글보다 영어를 먼저 습득시키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아이는 끝내 눈 앞에 있는 미니블럭을 가져가지 않았다.

 그 아이는 미니블럭에 관심도 흥미도 없었기 때문이다.

 다음에는 작은 책상을 하나 가져다 놓고 미니 블럭을 만들고 있어 볼까?

 

 지하도에 있는 초상화 교실 사진을 찍고 지상으로 올라가서 공업탑 로타리에 있는 식당이름도 로타리 식당에 가서 점저를 천천히 먹었다.

 먹고 천천히 걸어서 대흥교회에 가서 기도를 했다.

 언제든지, 누구든지 와서 기도할 수 있도록 항상 개방되어 있고 늘 기도 음악을 틀어놓는 대흥 교회다.

 jinnssam처럼 나이 든 어머니가 한분 작은 소리를 내면서 열심히 기도하고 계셨다.

 참 보기 좋았다.

 우리가 할 수 있는게 기도 뿐이다.

 기도외에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대흥 교회를 나와서 천천히 골목길을 걸어 올라갔다.

 아직 환한 대낮이라는게 너무 좋다.

 대흥 교회 뒷편 골목 골목은 jinnssam이 23살부터 30대까지 옥동에 있는 도성 아파트로 이사갈 때까지 살았던 동네다.

 도성아파트를 몇년도에 이사갔더라?

 90년대 초반이니까 80년대 대부분을 이 골목 골목을 열심히 달리며 살았던 것 같다.

 

 86 아시안 게임때 포대기를 띠고 아이를 업고 대흥교회 앞 큰 도로로 성화봉송 지나가는 것을 보러 나왔었다.

 덕분에 다음날 선배 교사한테 엄청 말거리가 됐었던 기억이 난다.

 "선생이나 돼서 애를 포대기에 들쳐 업고 돌아다닌다는게 말이나 돼? 선생체면이 있지." 

 

 주변에 교사들은 대부분이 친정이나 시댁식구들이 아이 양육이나 집안 일을 거들어 주는 경우가  많았다.

 객지에서 살다가 객지에서 사는 남자를 만나 온전히 아이양육과 살림을 부부가 해야 하는 처지인지라 애를 포대기에 잘 업고 다녔다.

 아니라 하더라고 업고 다녔을 것이다.

 차도 없는데 아기를 포대기로 업고 다니는게 당연하지.

 

  jinnssam얼굴에 대고 그런 말을 하거나 말거나 그후로도 여전히 포대기로 업고 잘 돌아다녔다.

 둘째도 포대기로 업고 키웠다.

 포대기로 업어서 앞으로 돌려 안고 우유를 먹이고 ~

 지금도 만약 같은 상황이라면 여전히 그렇게 하고 있을 것이다.

 여자가 아이를 안고 우유를 먹일 수 있는 기간이 얼마 안되기 때문이다.

 

 골목 골목 사진을 찍는다.

 어디 사진에 보니까 잘사는 동네와 못사는 동네에는 나무들의 푸르름도 달랐다. 

 잘사는 동네의 나무들이 더 푸르고 짙었다.

 

 사진을 찍으면서 골목 골목을 누비다가 24살 때 살던 푸른 맨션 안쪽으로 들어갔다.

 푸른 맨션을 늘 밖에서 껍대기만 쳐다 보았었는데 이번에는 안으로 들어가서 한바퀴 둘러 보았다.

 1층에는 의외로 대부분의 집들이 아파트의 구조를 변경해서 샷시를 새로 하고 그 앞쪽으로 마당에 화단을 만들어 놓았다.

 나무들과 꽃들과 식물들이 자라는 앞마당.

 

 신기했다.

 밖에서 볼때에는 전혀 보이지 않던 곳이다.

 모두들 숨구멍을 열어 놓은 것처럼 보인다.

 

 제각기 개성들이 달라서 만들어 놓고 쓰지 않는 집도 있고 정리를 안해서 풀이 무성한 곳도 있고 잘 정리해서 상추와 파가 잘 심겨져 있는 집도 있고 ~

 화분 정리대를 높이 세워서 화분을 보기 좋게 잘 놓아 두고 관리하는 집도 있었다.

 90억의 인간이 하나도 같은 사람이 없는 것처럼 푸른 맨션의 집집도 다 개성이 있었다.

 다 똑같은 아파트 인 것 처럼 보여도 하나도 같은 집이 없다.

 

 나무들도 그럴 것이다.

 다 똑같은 나무처럼 보여도 실은 하나도 같은 나무는 없을 것이다.

 같아 보일 뿐이다.

 

 나무들은 서 있는 곳을 떠나지 않는다.

 떠나지 않는다고 일년내내 똑같은 모양으로 있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완전히 없어지는 것도 아니다.

 사람들이 베어내지 않는 이상은 그자리를 지키고 있다.

  매년 조금씩 달라지면서 제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이다.

 

 꽃도 피우고

 잎도 피우고

 열매도 달리고

 낙엽도 떨어트리면서

 사람들에게 숨구멍을 열어준다.

 숨구멍으로 산소를 내보내면서 ~

 푸르름으로 숨을 쉬도록 이끌어준다.

 

 우리도 나무처럼 숨을 쉬도록 이끌어줄 수 있을까?

 숨구멍을 열어 산소를 내보내는 나무처럼 우리 속에 있는 좋은 것을 내보내면서

 다른 사람들이 숨을 쉬도록 이끌어 주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우리는 못한다.

 그렇지만 우리를 지으시고 이 땅에 태어나게 하시고 이땅에서 살아가도록 이끌어 주시는 하나님이 우리를 사용하시어 돌아다니면서 숨을 쉬도록 하신다.

 

 기도로 길을 묻고

 말씀으로 답을 얻고

 찬송으로 숨을 쉬도록 하신다.

 

 도시와 나무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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