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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붐 세대 탐구 생활

서울 ~ ㄸ ㄹ ㅎ

by 영숙이 2020. 11.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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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 ㄸ ㄹ ㅎ>

 

 서울 아이들한테 간다고 곰국을 열심히 끓이고 기름 걷어내고 식힌 다음 봉지봉지 담아서 냉동실에 얼려 놓았다.
가기로 마음먹은 날 이것 저것 챙기느라 정작 챙겨야 할 곰국은 빼고 여행가방을 들고 대문 밖을 나섰다.
 

 버스정류장에 도착하여 버스시간표를 보니 내가 타야 할 버스가 종점에서 출발도 하지 않았다.
 어쩔 수없이 차선책으로 울산역 근처를 지나가는 버스를 탔다.
 버스룰 타는데 무거워서 버스 계단을 못올라가고 깽깽거리고 있으니까 앞자리에 앉으신 아주머니가 들어 주신다

 "와우 무겁네."

 도와주시던 아주머니가 가방무게에 깜놀.
 간신히 가방을 붙잡고 카드를 찍은 다음 어디로 가서 앉아야 하나 두리번 거리다가 기사분 오른쪽 첫째 칸에 앞이 막혀있어 그곳에 올려 놓았다.
 그 사이

 "통로에 놓으면 버스 타는사람이 여떻게 지나가요."
 "내릴 때 뒤로 내려야 해요."

 어찌나 차갑고 무서운 목소리들인지 대꾸는 안했지만 가슴이 서늘.
 앉아서 정신을 가다듬으니 버스 운전 기사가 운전하면서 까무락 까무락 조는것이 보였다.

 "어 운전 기사가 존다. 박수를 한번 쳐 주어야지."

 "짝"

 기사가 깜짝 놀라서 마스크를 내리고 물을 한모금 마시고는 운전을 하시는데 아주 노련하게 운전을 잘 하시면서도 습관적으로 햇볕에 눈이 부셔 하면서 까무락 까무락 하시는게 보인다.

 '어, 아저씨 졸으시는데?'

 들리도록 중얼 거리는데 별 반응이 없다. 맨 앞자리에 앉아서 기사를 위해 기도해 주라고, 승객들을 위해서 기도해 주라고 이 버스에 타고 앞자리에 앉게 해주셨나부다 생각하기로 하고 기도를 했다. 

 "하나님, 무사히 버스를 운행해서 갈 수 있도록 도와 주세요. 하나님이 우리를 지키시는 분이십니다."

 내려야 할 정거장에 다 도착해 간다. 

 내릴 곳으로 가려면 움직여야 하는데 버스가 심하게 달려서 정신을 못차린다.

 일단 기사분에게 말을 걸었다. 

 "임시 시외 버스 터미널에서 버스가 서나요?"

 "정류장마다 다 섭니다."

 쌀쌀 맞게 대꾸를 하신다. 움직이려니까 화를 내신다. 

 "위험합니다. 움직이지 마세요."

 내려야 할 버스정류장에 다가 오지만 가방도 앞에 있고 스톱 신호도 안눌러서 버스가 그냥 지나가버린다.

 어쩔 수 없이 다음 정류장에서 내리기로 하고 신호 대기 중에 얼른 가방을 버스 뒤쪽으로 옮기고 버스에 스톱 신호를 눌러 주었다.

 깽깽거리고 가방을 들고 내려서 택시를 탔다. 타기 전에 기차표를 끊고 ... 택시를 내려서 역구내로 들어 가는데 곰국 끓인 것을 들고오지 않은게 생각이 났다. 

 이미 가방이 너무 무거워서 돌아갈 수도 없고 기차표도 끊었고 일단 기차를 타고 서울에 도착했다.  지하철을 타려고 계단을 낑낑 내려가는데 젊은 남자가 가방을 들어준다. 무거우니까 같이 들자고 해서 손잡이를 양쪽으로 같이 들고 가는데 정말 감사했다.

 '아직 세상은 이유없이 선의를 베푸는 사람들 때문에 살만한 세상'

 도착해서 톡으로 말을 걸었다. 

 "곰국 끓여 놓은 걸 안가지고 왔어요."

 "그럼 우리가 먹고 다음에 끓여서 가져가"

 "택배로 부쳐주면 안되요?" 

 "다 녹아서 안돼."

 "스치로폼에 포장해서 아침 출근하면서 버스에 실어 보내면 시간 맞춰서 버스 터미널에 가서 받을께요. 토요일에 시간이 있으니까 그때 부쳐주면 안될까요."

 "금요일날 아침에 부칠께. 첫차가 7시 10분 출발이라네."

 별 기대 안하고 말했는데 뭐뭐를 포장해서 보내야하는지 자세히 묻더니 퇴근하면서 스치로폼 구해서  다음날 첫차로 부쳤다.

 폰을 안들여다 보다가  10시쯤 톡을 읽었는데 7시 10분차로 보내서 금새 도착시간이 다되어 가고 있었다. 대충 씻고 택배를 받으러 터미널에 가니 벌써 물건이 도착해 있었다. 기사 양반이 말한다.

 "아까 기다리다가 사람이 없어서 도로 넣어 놨어요. 화물이 하나밖에 없어서요. 차 가져 오셨어요?"

 "감사합니다. 급히 나오느라 폰만 들고 나와서 택시 타고 가야하는데 카드가 없어서 들고 가야하네요."

 "무거울텐데 좀 들어 드릴께요."

 신호등에서 끙끙 멈춰가면서 들고 가는데 택시들이 옆에 와서 선다.

 '타라고.'

 지름길을 찾아서 이리저리 오른 팔로 들었다. 왼쪽 팔로 들었다. 옆구리에 끼었다가 이리저리 좀 수월하게 들고 갈 온갖 방법을 찾아 이동하고 있는데 횡단 보도 중간에서 전화가 왔다. 계속 울리게 두다가 몇발짝 펄쩍여서 전화를 받으려니 끊어져서 짐을 내려놓고 전화를 걸었다.

 "응. 왜?"

 "짐 찾았어?"

 "응. 카드를 안가져 와서 지금 깨낑거리면서 들고 가고 있어."

 전화기 너머로 킥 웃는 소리가 들린다.

 "무거울긴데."

 "응. 무거워."

 생각지도 않게 늦게 퇴근해서 포장해서 다음날 새벽에 버스에 태워 그걸 또 찾았나 싶어 신경이 씌여서 시간에 맞춰 전화를 해주었나 싶으니까 저절로 감사한 마음이 든다. 

 "이제 다와 가. 집 앞 횡단보도 앞이야. ㄸ ㄹ ㅎ"

 전화가 뚝 끊긴다. 

 횡단보도에 나란히 서 있던 또래의 아주머니가 묻는다. 

 "60이 다 되어 보이는데 그런 소리가 나와요?"

 "아, 네. ㄸ ㄹ ㅎ 소리 자주하면 좋아요. 주위에 아는 사람들에게 자주 사용하셔요. 그말을 쓰는 사람 귀가 제일 가까우니까 제일 먼저 들리고 그런 소리 들으면 몸에서 좋은 호르몬이 나와요."

 ㄸ ㄹ ㅎ 소리 한다고 돈이 드는 것도 아니고 그런 소리 하면 자존심 상하는 것도 아닌데 못할 이유가 뭐지?

 내가 쓰고 내몸에 좋다는데 ...

 이래도 저래도 시간을 흐르고 세월은 지나가기 마련이다. 좋은 낱말 많이 쓰고 행복한 하루가 되길.

 

 "ㄸ ㄹ ㅎ"

 "미 안 해 "

 "축 복 해"

 "감 사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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