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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 터널, 밀면 그리고 ......2>
무거천 입구에는 밀면집이 있다.
겨우내 문을 닫았다가도 벚꽃이 필 무렵이면 문을 연다.
자연스레 점심을 밀면집에서 먹고 벚꽃 구경을 하던지 아니면 벚꽃 구경을 하고 밀면을 먹으러 간다.
가볍게 점심으로 밀면을 ~
해마다 연례 행사처럼 하다보니 이제는 밀면 먹고 벚꽃 구경을 하는지 벚꽃 구경을 하고 밀면을 먹는지 전통이 되려고 한다.
영숙이도 밀면을 좋아해서 이 밀면집을 자주 찾는 편이다.
혼자서도, 둘이서도, 여럿이어도 즐겨 먹는데 가격도 6000원 ~ 신정동 복개천의 동래 밀면 8000원보다 저렴 하다.
무거천 입구에는 밀면집이 있다.
벚꽃 터널이 시작되는 입구 쪽에 밀면집이 있다.
기쁜 얼굴의 영이 엄마가 들어온다.
"10일만에 얼굴 보내요."
"그동안 몸살 났었어요."
"그럼 톡으로 그렇다고 이야기 하지 그랬어요."
"톡으로 말하기 싫어서요. 만나서 말하려구요."
"그랬구나. 그것도 모르고 ......심심해서 대전이나 갈까 했는데"
"여동생이 회사 출근 날자 맞추려면 출근해야 해서 오지 말라하더라구요. 다음주 목욜날 오래요."
"여동생 날자 안맞추면 차가 없어서 전에 랜트도 해봤는데 힘들더라구요."
비빔 밀면 하나와 물밀면 하나.
말이 고팠는지 말이 마구 마구 튀어 나오고 먹고 있던 밀면도 튀어 나오려 한다.
"ㅎ ㅎ ㅎ 어제는 돼지고기 구워서 한잔 하더니 갑자기 묻는 거예요."
"아직도 내가 좋아?"
"그럼 얼마나 좋은데 ~ 얼마나 좋으면 자다가 맨날 자기 얼굴 만지잖아 ~ 자기 얼굴 만지면 자기는 잠 깨운다고 뿌리 치잖아."
"아니, 난 그런 적 없는데?"
"없다네, 불리하면 무조건 오리발이야."
"ㅋ ㅋ ㅋ"
"그저께는 무거천 벚꽃 구경하자고 핑게 대고 3시간을 걸었어요."
"걸어가다가 태화 로타리서 버스 타자고 하는 걸 ~ 집까지 얼마나 걸린다고 버스를 타? 하고 집까지 걸어갔어요."
"얼마나 힘들었는지 엊저녁에는 정신없이 10시부터 자서 새벽기도도 못갔어요. 삭신이 ~ 잠은 깼는데도 일어나지를 못해서 ~ "
밀면을 먹고 벚꽃 터널 밑으로 내려갔다.
"저기 젊은이들이 사진 찍는데서 쟤들이 찍는대로 찍으면 사진이 잘나와요."
벚꽃 아래를 어슬렁 어슬렁 ~ .
한참 걸어가니 막대 아이스크림의 막혀있는 입구를 뚫으려 잘라놓은 지팡이 아이스크림의 옥수수 튀김이 수북히 쌓여 있다.
"마음껏 맛보세요."
한주먹 가득 쥐고 옥수수 가루로 고소하게 튀겨진 조각을 맛본다.
U턴 해서 천천히 걷는다.
중간에서 사진을 찰칵 ~ 찰칵 ~ 찰찰칵 ~
다시 도로 위로 올라가서 네이버에 나온 부동산 정보를 따라 삼호동에 나와 있는 부동산 한군데를 들여다 본다.
영이 엄마 차를 타고 네비에 큐 갤러리를 치고 갤러리를 찾아갔다.
근처에 왔는데 도저히 갤러리를 할 만한 곳이 보이지를 않는다.
'잘못왔나? 이곳이 아닌가?'
주차공간을 못찾아서 이리기웃 저리기웃 하고 있는데 지난번에 들렸던 갤러리 마당에 전구들이 보인다.
"아, 저기다. 저기 보이네요"
"그럼 차를 저기 원룸 앞에 주차 공간이 하나 있는데 저기다 세울까요?"
"네. 들어갈 수 있겠어요?"
"충분해요."
차를 세우고 카페 뒷쪽 갤리러가 있는 마당으로 들어 갔다.
먼저 갤러리에 들어가서 그림을 보고 카페로 갔다.
친구 앞에 가니까
'누구세요? '
하는 얼굴로 바라본다.
'선그라스를 껴서 그런가?'
선그라스를 벗는다.
"누구?"
"니 치매가?"
마스크를 벗으니 그때야 알아본다.
"아, 난 이집 사돈이 딸하고 온다 해서 신경쓰고 있었더니 몰라봤다."
"차 뭐 마실래?"
"캐모마일?"
"키위도 잠이 잘 온단다. 키위 마셔라."
"지난번에 키위 마신다하니까 못마시라 해서 집에 가서 골드 키위 샀다 아이가."
골드 키위 잘 못 사서 물러 터진걸 샀다는 말은 하지 못한다.
키위 쥬스를 시켜 놓고 카페 밖 마당으로 나가서 앉았다.
작은 마당에 햇볕이 소복히 담긴다.
마당에는 다육이도 있고, 이쁜 장식품도 있고, 봄꽃도 있고, 마른 포도나무 가지도 있는 아담한 공간이다.
밤이면 전구도 이쁘게 켜지는 이쁜 공간이 될 것 같다.
키위 쥬스를 가져 오니까 방금 갤러리에 누가 들어 갔다고 영이 엄마가 말해준다.
"갤러리에 누가 들어 갔단다. 니가 가봐야 할 것 같은데?"
갤리리에 화실 친구가 왔다면서 이리 저리 안내하면서 왔다 갔다 한다.
"저 친구는 우리하고 클래스가 달라요. 저 친구가 카드를 쓰는 걸 한번도 본적이 없어요."
"저기 저차 제네시스 이번에 뺐는데 전부 현금주고 뺐다 하더라구요."
그림 그리는 친구가 지나가다가 사진을 몇컷 찍어준다.
그냥 막 찍는 거 같은데도 구도가 장난이 아니다.
그림을 오랫동안 그려서 사진 구도가 제대로 나오는 것 같다.
찍은 사진을 보내 왔는데 구도가 정말 예쁘다.
손님들이 갔는지 카페 안으로 들어오라 고 한다.
카페 안에 들어가서 동영상으로 찍은 갤러리를 미국에 사는 친구한테 보내려고 하는데 안보내진다고 말한다.
"용량이 부족해서 그래.
단톡에 있는거나 없어도 되는 것을 지우고 사진들은 폰에 있는 다른 저장
소에 보내고 용량을 비워봐."
"그래야겠네."
"30초 단위로 찍어서 보내면 잘 보내져."
그러는데 친구와 친구 딸이 도착했다고 한다.
그림 그리는 친구가 중매한 친구라 한다.
아까 있었던 손님 중한사람 아들이고 이 친구 딸을 중매해서 결혼했다고 한다.
엄마가 이쁘장하고 단아하게 생겼다.
풀빵 딸도 이쁘게 생겼다.
그림 그리는 친구는 여기가 고향이고 여기서 초중고를 나왔고 부산에서 대학을 다니고 여기서 결혼해서 이래 저래 아는 친구들이 많다.
영숙이는 객지라서 이래 저래 걸리는 친구가 한명도 없다.
다 여기서 사귄 친구들이다.
지난번 영이엄마하고 헤어질 때 걸어 간다고 하니까 이렇게 저렇게 가라고 열심히 설명을 해주었다.
아까 밀면 먹으면서 말했다.
"자기야. 나 신정동과 옥동에서 42년 살았어. 안가본데가 있을까봐. 우리 아버님이 말하더라. 어떻게 이렇게 구석구석 알고 있느냐고."
"가방 한개 들고 내려와서 참 성공했지."
"42년이면 이제 이곳이 객지가 아니고 고향이네요."
그림 그리는 친구의 고등학교 때 친구가 와서 그 자리를 벗어 났다.
"어디로 갈까요?"
"교장 샘이 집에 있다는데 가볼까요?
전원주택인데 거기 근처에 좋은 카페도 많아요."
"네."
네비에 주소를 치고 갔다.
벚꽃 터널과 밀면과 개인전을 아우른 행복한 날이다.
'오늘도 이렇게 특별히 아름답고 행복한 날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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