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반응형
학교 다닐 때 거의 붙어 다니던 선아하고 연락이 안 된 지 20년도 넘은 듯하다.
마지막 연락했을 때 그 애한테 초등학교 1학년 짜리 아들이 있다 했다.
그리고 천연 비누 공예 가게를 한다 했는데
~ 이름이 비누 공원 인가?
지하철 자리에 앉아 혹시나 하고 인터넷에 비누 공원을 올렸더니 대표자 이름이 장선아로 뜬다.
뭘 한번 시작하면 이랬다 저랬다 하는 성격이 아니라서 혹시나 계속하고 있지 않을까 했는데 정말 계속하고 있었던 것이다.
처음 비누 공원 사이트 이름을 알려 주었을 땐 몇 번 들어가서 상품이라든가 활동 상황을 읽어 보고는 했었는데 세월이 흐르면서 잊고 있었던 것이다.
울산 가는 기차를 탔는데 기차 옆 자리에 애기들이 응애응애하고 운다.
태어난 지 두 달쯤 된 애기들이다.
아기 울음소리 정말 오랜만에 들어 보는 것 같다.
아기들을 엄마 가슴에 앉고 토닥토닥하니까 애기들이 조용해진다.
ㅡ 정말 힘들겠다 ㅡ
기차여행을 정말 좋아한다.
정해진 길을 정해진 시간 동안 가는 기차 여행.
요즘의 기차는 5시간 타던 새마을 기차에서 2시간 가는 고속 열차로 바뀌어서 좀 아쉽다.
한숨 자고 일어나니 벌써 대구다.
이제 20분 지나면 내려야 한다.
대표자 이름이 친구 선아인 거를 보고 연결번호를 눌렀다.
전화선 저 끝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는 예전에 알던 그 목소리다.
ㅡ 여보세요 ㅡ
ㅡ 선아니? ㅡ
ㅡ 나 또순이야 ㅡ
잠시 침묵.
ㅡ 또순이? 또순이 맞아? ㅡ
ㅡ 응 ㅡ
믿기 어렵다는 말투.
기차 속에서 통화를 계속 하기가 힘들어 끊었다.
톡으로 지금 기차 안이고 도착하면 전화할께 하고 전했다.
집에 도착해서 저녁을 먹고 침대에 자리를 잡고 앉아 선아에게 전화를 했다.
" 어머, 우리 정말 오랫만이지?
몇년 만이야?
울산여고 근무할 때 전화 통화를 했으니까 15년 만인가? "
" 너의 아들이 초등학교 입학했다고 했었어.
지금 몇살이지?
23살?
그럼 15년만에 통화하는거 맞네. "
" 나 요즘 블로그 쓰는데 우리 옛날에 수원어디 군 부대에 근무한다는 그 누구였지?
네 남자친구 찾아 다니든거 생각나? "
" 아, 주영만?
그래 그때 겨울에 하루종일 그애 찾아 둘이 돌아 다녔었지.
생각해보면 나 진짜로 집착 쩔어. "
" 네 성격으로 보아 아직도 비누공예 하고 있을 거 같아서 인터넷에 두드려 보니까 네 이름이 나오더라.
그때 왜 주영만이 너한테 다시 만나자고 했었잖아. "
" 응 내 동생을 길에서 만나서 성모 병원에 근무하는 걸 알고 성모 병원으로 찾아 와서 다시 만나자고 하더라고.
그때 박종호씨를 만나고 있었잖아.
그래서 그냥 약혼한 남자 있다고 했었지. "
" 걔가 나 쫓아 와서 사귀었었는데 걔가 말을 진짜 잘했었어.
그때도 하숙하던 집 언니가 나를 찾아 왔었잖아.
아마 둘이 좀 사귀었었나봐.
그리고 고향에도 사귀는 아가씨도 있었고 그래서 군대 가면서 정리하려고 했었나봐.
친구들은 어디 근무하는지 알고 있었으면서도 내가 물으니까 모른다고 하라고 했었던거 같아.
군대 가면서 정리하려고. ".
" 음 그랬구나.
요즘 블로그에 하얀 로맨스라고 김열정씨에 대해서 썼거든 쓰다 보니까 옛날 생각 나더만 "
" 김열정씨 만난다고 저축공사 앞에 까지 가서 전화를 했었는데 전화를 안받았던가?
바쁘다고 했던가?
잘 기억이 안나네. "
" 주영만을 인터넷으로 찾아 봤더니 부산 무슨 상고 교장으로 근무 했다가 정년 퇴직 했다고 인터넷에 나오더라 "
" 그랬구나.
김열정씨는 부동산으로 엄청 잘 나가서 사람들을 모아서 부동산팀 만들어 이끌었나봐.
덕분에 대한민국의 부동산이 엄청 올라갔지.
ㅋㅋㅋ 앞으로는 안될걸.
부동산 올린 덕분에 올린 만큼 힘들어질거야. "
" 그렇구나.
생각해보면 김열정씨 괜찮았어.
키도 크고. "
" 그때 너랑 나랑 김열정씨 집 찾아 갔던거 기억나?
그 집이 보이는 골목까지 가서 너는 가게에서 기다리고 나 혼자 그 집 대문 앞에 가서 초인종 눌렀었잖아.
그때 그렇게 다시 만났는데도 이미 쪽수가 밀려서인지 그애가 못되게 굴었었고 잘 안됐었던 기억이 나네 "
" 요새도 여전히 방과 후 하고 있어? "
" 응 방과 후도 하고 유치원에도 가고 마을회관에도 가고 문화교실도 하고 있지 "
" 그렇구나.
나도 방과 후 작년에 좀 했다가 지금은 안하고 있어. "
" 개인도 자격증을 따야 해서 화장품 만들수 있는 자격증 따려고 공부하고 있는데 시험이 얼마 안 남아서 바쁘네. "
" 응 그렇구나.
내가 서울 올라가면 연락할께.
너 안바쁠때 만나서 이야기하자. "
15년 만에 통화 인데도 마치 어제 만난 것 처럼 이야기 하는게 자연 스럽다.
참 신기하다.
선아랑 자주 연락할 수 있었을 텐데도 왜 그렇게 뜸했는지 모르지만 학교 다닐 때 매일 만났을 때처럼 이야기 하는게 참 좋다.
선아야 안녕.
벌써 한시간이나 떠들었네.
무엇을 어떻게 떠들고 이야기 했는지 다 쓸수는 없지만
잘 지내고 있어서 정말 고맙다.
정말 감사해.
톡에 있는 네 사진은 20대야.
물론 수정 어플을 썼다고는 했지만 아직도 씩씩하기만해서 정말 좋다..
앞으로도 씩씩하게 잘 지내.
선아야 안녕.
728x90
반응형
'베이비붐 세대 탐구 생활' 카테고리의 다른 글
태화강 국가 정원에서 (0) | 2020.02.18 |
---|---|
Retirement life of JINNSSAM 1 (0) | 2020.02.09 |
< 요양원 이야기 > 3 (0) | 2020.02.02 |
요양원에서 2 (0) | 2019.12.15 |
하얀 로맨스 그 후 이야기 (0) | 2019.12.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