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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루의 마감은 사우나로 >
주일날 예배를 드리고 집으로 오면서 바로 점심을 먹으러 갔다.
아버님이 살아계실 때도 몇번 모시고 갔었던 일광 식당. 주로 대구탕이나 물곰탕을 먹으러 갔었다.
지금 생각났는데 아버님이 살아계실 적에 울산으로 이사 온 후로 울산 근교 식당을 안 간곳 없이 주말마다 모시고 다녔었다.
두분을 교회에 모시고 다니기도 했다. 그런데 두분을 모시고 교회로 가니까 남편이 같이 안다니고 친구랑 산으로 가버렸다. 그래서 두분을 모시고 등산간 산 밑에 있는 식당으로 가서 내려오기를 기다려 점심을 먹었다. 두분을 모시고 자동차 전용도로를 타니까 많이 불안해 하셨었다. 특히 아버님이 어디가냐고 안절부절 못하셨던 기억이 난다. 3년을 모시고 다녔나? 울산 근교의 좋다는 곳은 다 다녀봐서 이제 더 갈곳이 없을 무렵 교회에 다녀오면서 어머니한테 말해서 남편한테 같이 교회에 가자고 시켰다. 어머님이 남편한테 "얘, 너도 같이 교회가자."
남편은 화를 냈다.
"교회 가자는 말 하지마요."
부모님에게 화를 내는 남편 모습을 그때 처음 보았다. 그때에서야 생각했다. '이 남자는 엄마가 권해도 안듣는구나.'
사실 그때 쯤부터는 많이 지쳐가고 있었다. 아직 대출도 많이 남아 있어서 다 못 갚은 상태로 매주 비싼 외식을 하니 생활비가 100만원 이상이 더 들었다. 시부모님을 교회에 모시고 가면 남편이 교회를 다닐까 해서 모시고 다녔는데 주일 아침마다 일찍 시댁에 가서 부모님 두분을 챙겨서 모시고 교회에 갔다가 예배를 드리고 모시고 시외에 있는 식당에 갔다가 저녁까지 해결하고 모셔다 드리는게 점점 힘이 들었다. 결국 교회에 모시고 가는 것을 포기하게 되고 그러면서 식당으로 모시고 가는 것도 한번씩 빠지게 되었다. "가족과 함께" 해야 하는데 지금 돌이켜 보니 후회가 된다. 아버님은 울산에 내려오신지 5년째인가? 돌아가셨고 내려 오시기 전부터 치매에 걸려 계셨던 어머님은 이후에 요양원으로 모셨다. 지금 어머님 상태는 팔다리가 굳어서 거의 움직이지 못하신다. 손만 겨우 움직이시나? 코로나 이전에는 2주에 한번씩 면회를 갔었고 요즈음은 한달에 한번 면회를 다닌다. 코로나 이전에는 그래도 걷고 대소변도 가리셨는데 지금은 아주 심각하다. 지난달 남편더러 혼자 가라니까 좀은 섭섭한 얼굴로 다녀왔다. 손님이 오는 바람에 집청소를 해야해서 어쩔 수 없었다.
얼마전 부터 일광식당에 멸치 쌈밥을 먹자고 이야기를 했었다. 한번 이야기를 꺼내면 할 때까지 이야기 한다.
어머님이 음식 솜씨가 좋았다. 특히 김부각이나 생강나무 잎사귀 부각등 각종 부각을 정말 잘 만드셨다. 남편이 생강잎 부각이 먹고 싶은지 말을 꺼냈다. 인터넷을 찾고 뒤지고 어떻게 만드는가 설명하고 만들어보라는 권유를 끊임없이 했다.
처음 은퇴했을 때 가죽나무 잎으로 고추장 찹쌀을 묻혀서 말리는 걸 해봤었다. 그것도 대전역 앞 역전시장에서 가죽나물을 커다랗게 묶은 것을 두단이나 이나 사서 열심히 만들어 베란다에 빨래줄을 만들고 걸어서 말렸다. 결론은 잔뜩 만들었지만 먹을 사람이 없어서 버리지도 못하고 맛도 없는 것을 혼자 먹는다고 정말 힘들었다. 이후로는 절대로 안만든다. 생강나무 잎사귀에 부각을 만들어보라고 권했지만 ㄴ ㄴ ㄴ 그러면서 그런 이야기가 나왔다. 학교에서 가져온 김부각이 뻣
뻣해서 정말 맛이 없었다는 이야기.
학교 샘 어머니가 김부각을 만들어서 우리에게 돌렸다. 집에 와서 튀겼더니 너무 맛이 있어서 너도 나도 한박스씩 주문을 했다. 한박스 사온 김부각을 튀겼더니 뻣뻣한데다 조미료 맛이 너무 심하게 나서 정말 맛이 없었고 먹어 치우느라 힘들었었다. 주문이 많이 들어오니까 찹쌀풀을 안쓰고 밀가루 풀을 입혀서 말린 것이었다. 신경을 조금만 썼었다면 다음에도 많이 주문해서 먹었을 텐데 그래서 명품과 명품 아닌 것의 차이는 한끗 차이라고 하는가부다. 그 다음에는 남편 모임에서 김부각 튀긴 것을 상자 째로 보내 왔는데 부각은 먹을 때마다 조금씩 튀겨 먹어야 맛이 있는데 한꺼번에 많이 튀겨서 오니까 먹을 사람이 많은 것도 아니고 시간이 지나니까 식용유가 산패 되어서 맛도 없고 건강에도 좋지 않았다.
"어머님 솜씨가 정말 좋았는데 학교 샘들한테 주문 받아서 만들어서 보냈다면 정말 잘 팔렸을텐데. 왜 안했지?"
"아, 그렇지? 어머님이랑 사이가 안좋았지?"
세월이 지나니까 잊어버린다. 사이가 좋았었는지 안좋았었는지. 시댁 들어가는 골목만 보여도 배가 아프고 설사를 좔좔 했었던 일들을 잊고 있었다. 명절만 오면 정말 마음이 힘들었었던 일들이 잊혀지고 있었다.
생강나무 잎사귀 부각은 그렇게 일단락.
멸치 쌈밥 먹고 일광 해수욕장에 있는 산책로를 한바퀴 도는데 제법 멀다. 나무 데크가 만들어져 있어서 데크를 따라서 한바퀴 산택을 한다음 집에 왔다. 산책 중에 또 생강나무 이야기를 하길레 좀 놀렸다.
"또 생강나무 타령이네 생강 생강 생강 타령 타령 타령이요 ~ "
놀렸더니 속상했는지 더 이상 안한다.
그렇게 집에 와서 넷플릭스에서 미국 1위 영화를 보았다. "리브 더 월드" 1. 통신이 막힌다.(모든 전자동이 미쳐 날뛴다. 폰과 인터넷도 막히고 GPS도 안되고 동물도 미쳐 날뛴다.)
2. 서로를 의심하게 한다. 3. 내부부터 서서히 붕괴된다.
그런데 그런 테러를 일으킨 나라가 한국? 중국? 아랍? ㅋㅋㅋ 한국이 올라가다니 대단해유 ~
통신이 두절된 세상의 삶을 그린 영화가 재미있었다.
그리고 사우나를 갔다.
역쉬 하루의 마감은 사우나가 최고다.
귀찮아도 자기 전에 일어나서 사우나를 다녀오면 개운하고 잠도 잘 오고 아침에 일어나면 상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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