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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연재] 봄이 오기 전 - 3화 : 진료실, 두 사람만의 공기

영혼의 닻을 찾아서 2025. 4. 23. 2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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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낯설다는 건 꼭 불편하다는 뜻은 아니니까요." >


“오늘 오후 진료, 제가 도와드릴게요.”

봄이 조심스레 말했다.
선우는 고개만 끄덕였다.

그렇게, 진료실 문이 닫혔다.
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외부와 단절된 공간.
낡았지만 조용했고, 햇살이 살짝 들이치는 오후였다.

“어르신 혈압 재야 해요.”

봄은 서툴지만 익숙하게 움직였고, 선우는 그걸 말없이 지켜봤다.

“간호학과 갓 졸업한 티가 나요?”

그녀가 고개를 돌려 물었을 때,
그는 생각보다 빠르게 대답했다.

“아니요. 긴장한 거 같아서요. 일부러 더 밝게 말하려고 하시네요.”

봄은 순간 멈췄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사람은 금방 들키죠. 그쵸?”
“네. 저도 그런 편이라서요.”

그 말에 그녀는 잠깐, 그를 다시 바라봤다.
의사라는 이름 아래 숨겨진 작은 고백 같았다.

문 너머에선 대기 중인 어르신들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그 순간 진료실 안은 유리병 안처럼 조용했다.

선우는 청진기를 들어 한숨 쉬듯 말했다.

“여긴 생각보다, 조용하네요.”
“그래서일까요.
가끔은... 솔직해져도 될 것 같아요.”

진료실 안 공기는 조금 더 따뜻해졌다.
그 따뜻함이, 불편하지 않았다.


등장인물 소개

이선우 (32)

서울 대형병원 외과의사. 깡촌 보건지소에  파견.
조용하고 이성적인 성격, 예민하지만 책임감 강함.
결혼한 상태이나, 부부 사이는 이미 깊은 틈이 생긴 상황.
낯선 시골에서 ‘자기 자신’과 마주하게 된다.

이봄 (22)

지방대 간호학과 졸업 후, 보건지소 첫 발령.
밝고 솔직하지만, 어린 시절부터 마음속엔 상처를 안고 있음.
모든 게 낯설고 두렵지만, 항상 웃음으로 버틴다.
선우를 보며, ‘어른’이라는 단어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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