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반응형

전체 글 2124

또순이 어렸을 적에 13 - 명돌이 오빠 결혼식

37. 명돌이 오빠 결혼식 마을 회관 옆 아이들 놀이터 무덤 위에 있는 명순이네 명돌이 오빠가 장가를 간다고 한다. 동네에서 구식 결혼식을 하기 때문에 동네 관심사가 되었다. 결혼식 전날 명돌이 오빠가 술에 취해 온 동네를 미친 듯이 뛰어다녔다. 작은 키에 까무잡잡한 작은 얼굴의 명돌이 오빠가 동네 길을 전속력으로 달리고 무너진 담을 훌쩍훌쩍 뛰어넘으며 괴성을 질러대자 마을 어른들이 한마디씩 했다. "아비 없이 커서 그래!" "내일 장가간다고 하니까 싱숭생숭 한가부네!" 결혼식은 새 색시 집에서 구식으로 했다. 외갓집 맞은편 골목으로 들어가서 막다른 집이다. 온 동네 사람들이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다 모여 있었다. 결혼식에 참석한 어른 들은 아래 위로 하얀 무명 한복을 떨쳐 입고 간밤에 온 비 때문에..

또순이 어렸을 적에 12 - 대보름 농악대

34. 암소 외 할아버지가 송아지를 샀는데 암소였다. 정말 지극정성으로 돌보아서 커다란 암소가 되었다. 당시 시골에서 유일하게 쉽게 현금을 만들 수 있는 것이 소였고 그만큼 큰 재산이어서 애지중지. 사실 암소는 송아지를 낳는다는 거 외에는 고랑을 판다든지 논에 써래질을 한다든지 하는 것이 황소보다 못하기 때문에 큰 모험이었다. 드뎌 송아지를 낳기 위하여 동네 마을 회관 마당에서 황소와 만나기로 하였다. 날짜와 시간을 잡아 사람들이 모여들고 똑순이 눈에는 태산같이 커다란 부리부리 황소와 크기만 하지 여리여리 꿈벅꿈벅한 외 할아버지네 암소가 회관 마당에 서 있었다. 지금은 다 가축병원에서 해결하겠지만 그 당시는 정말 소들의 구식 결혼식이었다. 모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커다란 부리부리 황소가 도망만 다니던 여..

또순이 어렸을 적에 11 - 자치기

31. 정월 대보름 달빛이 눈부시게 마당으로, 지붕으로, 길로, 들판으로, 산등성이로 쏟아져내렸다쏟아져내렸다. 정월 대보름의 눈부신 달빛이 온 세상을 점령하였다. 모든 동네 사람들이 좀 떨어진 동네 어귀 오래된 느티나무 아래 서낭당에 모여 있었다. 돌탑 아래에는 낮에 외갓집 정지에서 찌던 시루떡이 놓여 있었고 그 앞에 외 할아버지가 무릎을 꿇고 소지 종이에 불을 붙여서 동네의 평안을 빌면서 농사 잘 되게 해달라고 기도하고 마지막 남는 작은 불꽃을 공중으로 띄워 올렸다. 계속해서 소지 종이에 불을 붙이고 기도를 중얼거리면서 작은 불꽃을 띄워 올리는 외 할아버지의 모습이 낯설었다. 내가 알던 외할아버지 모습이 아니었다. 또순이도 다른 동네 아이들과 같이 길게 줄을 서서 외할아버지 소지 올리는 일이 끝나기를 ..

또순이 어렸을 적에 10 - 환갑잔치

28. 외 할아버지 환갑잔치 사랑방에 동네 어른들이 모여 앉아서 외 할아버지와 밤도 깎고 사과도 깎고 배도 깎고 있었다. 깎아 놓은 밤톨을 입안에 넣고 먹으면서 동그랗게 깎아서 접시에 높이 ~ 높이, 산처럼 높게 쌓는 모습을 신기한 듯 구경하였다. 마당에 천막이 쳐지고 방에 커다란 상이 놓이고 엊저녁에 깎아놓은 밤, 사과, 배, 대추들과 시루떡과 고기와 여러 가지 음식들이 접시에 높이 ~ 높이 차곡 차곡 예쁜 모양으로 산 같이 쌓여서 상위에 놓이고 그 상 앞에 곱게 입은 외 할아버지와 외할머니가 앉으셔서 고운 옷을 입은 이모들과 외삼촌이 절하는 것을 받으셨다. 내가 잘 모르는 친척 분들도 그 앞에 나아가 절을 하였다.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는 흡족한 얼굴로 환하게 웃고 계셨다. "화자야(또순이 아명) 너도..

또순이 어렸을 적에 9 - 뚱땡이 이모 결혼

25. 사돈 동네 느티나무 사돈 할머니 동네에는 도로 쪽으로 어른 두사람이 두팔 가득 안아도 손이 닿지 않을 정도로 커다란 느티나무가 있었다. 커다랗지만 옆으로 뻗어 있어서 올라타기 쉽게 되어 있었다. 그렇다해도 아무나 올라갈 수 있는 높이는 아니었다. 사돈 집에 있던 남자애가 그 나무에 훌쩍 올라 타더니 옆으로 뻗어 있는 튼실한 의자 같은 가지에 올라 앉아 하모니카를 불기 시작하였다. 또순이는 아득하게 보이는 그 나뭇가지를 올려다보면서 남자애가 부르는 하모니카 소리를 듣고 있었다. “ 나의 살던 고향은 꽃 피는 동네 ~ 복숭아꽃 살구 꽃 아기 진달래 ~ ” ‘ 우와 높은데 저기를 어떻게 올라갔지? 하모니카도 진짜 잘 부네? ’ 동네 느티나무에 올라가 하모니카를 부는 소년의 모습은 마치 동화책에 나오는 ..

또순이 어렸을 적에 8 - 마루

22. 친구 명자 1 학교에서 오는 길에 명자를 만났다. 외갓집 동네에서 ~ 같은 나이, 같은 학년에 다니는 여자애. 명자네 집은 동네 끝이었다. 학교 끝나고 가방을 외갓집 마루에 던져 놓고 명자네 집으로 따라갔다. 명자 할머니가 마루 아래 높은 뜰팡에 굽은 허리와 하얀 머리로 서 계시다가 명자를 보고는 말씀하셨다.. "부엌에 감자 삶아 놓았어." 명자는 씨알이 작은 감자 하나를 또순이에게 주면서 소리를 질렀다. “할머니, 오늘도 감자를 덜 삶았네? 덜 삶으면 맛이 없단 말이야! ” “어때서? 맛있기만 한데? " 명자는 또순이에게 "감자를 푹 삶으면 낭비가 많다고 항상 덜 삶으셔" 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또순이보다 똑 부러지고, 말도 잘하고, 행동도 재빠르고, 작고 까무잡잡한 얼굴에, 눈이 반짝반짝하던 ..

또순이 어렸을 적에 7 - 외갓집

19. 외 갓 집 옥천군 마암리 대문 집이 외갓집 주소이다. 마을 입구를 조금만 들어 가면 동네 유일한 우물이 있고 우물 바로 옆에 마을에서 유일하게 커다란 나무 대문이 있는 집이다. 우물물을 퍼서 버리면 흘러 가는 수로가 점점 더 넓어지면서 부채꼴로 퍼지고 거기에 외할아버지는 미나리를 심어서 키웠다. 그 수로 라인에는 소 외양간이 있고 푸세식 변소가 있었고 ㄴ자로 꺾여서 대문 옆으로 짚을 쌓아 두는 헛간이 있었다. 옆에는 텃밭이 있었고 각종 채소, 토마토, 고추, 오이가 자라고 있었다. 새벽마다 할아버지가 대나무 빗자루로 비질을 해서 항상 정갈하게 쓸려져 있는 제법 큰 앞마당이 있었고 일자형 기와집이 대문에서 왼쪽 편부터 부엌, 큰방, 작은 방 순서로 놓여 있었다. 동네에서 유일한 대문 집이라서 지나가..

또순이 어렸을 적에 6 - 전학

16. 나 홀로 집에(강가) 학교 가면 담임 선생님에게 혼자 있다고 엄마가 말하라 했었다. 용기를 내어 교탁에서 숙제장 검사를 하고 계시던 화려한 치장과 화장을 하신 40대의 담임 선생님에게 다가갔다. 그 앞에서 숙제장을 들고 왔다 갔다 하는 통통하고 이쁘고 좋은 옷을 입은 활발한 여자 아이 한 명과 남자아이 한 명을 바라보고 있었다. 머뭇 ~ 머뭇거리다가 애들을 향하여 상냥하게 웃고 계시는 선생님에게 말을 했다. . "선생님. 아버지가 교통 사고로 다쳐서 엄마가 병간호하러 가셨는데 집에는 저 혼자 있어요." 용기를 쥐어짜서 선생님을 향해 말했지만 선생님은 ‘ 그래? ’ 하는 얼굴로 바라보시고는 그만이었다. 선생님은 숙제장 걷는 일을 도와주는 옆에 있는 2명의 아이와 계속 이야기를 하였다. 교실에는 또래..

또순이 어렸을 적에 5 - 나 홀로 집에

13. 이사 입학식 이후 사택에서 이사를 했다. 트럭에 짐을 잔뜩 싣고 영동역 앞에 있는 오래된 한옥에 부려 놓았다. 또순이는 이삿짐과 함께 타고 와서 살림살이가 한옥으로 들어가는 것을 지켜보았다. 아버지가 청주 시청으로 발령이 나서 사택을 나와야 했고 주말에 기차를 타고 왔다 갔다 하기에 편리한 영동역 앞에 집을 구하신 것같다. 방 하나에 농을 놓고 여러 살림살이에 식구들이 함께 생활하는 단칸방. 단칸방 작은 봉창 문으로는 담 대신 사용하는 초록 풀 가득한 작은 비탈에 이름 모를 하얀 꽃들이 매화였을까? 피어 있는 것이 보였다. 14. 나 홀로 집에 한밤중 자고 있는데 누군가 깨워서 일어나 졸린 눈을 뜨고 엄마를 바라보니 엄마가 외출할 때 입으시는 한복 저고리 옷고름을 매시면서 서 계셨다. 키가 큰 엄..

또순이 어렸을 적에 4 - 큰집 호두나무

10. 큰집 호두나무 큰 집에는 헛간 쪽으로 무서운 동물이 나온다는 커다란 오동나무 한 그루가 있었고 앞마당 담 바로 바깥쪽으로는 어마어마한 크기의 호두나무가 한 그루가 있었다. 가을이면 길고 긴 대나무 장대로 그 호두나무를 두드려서 호두 열매를 땄다. 호두나무는 얼마나 큰지 가마니 3개를 가득 채웠다. 방금 딴 호두 열매를 우리가 먹는 호두로 만들려면 연두색 딱딱한 겉껍질을 벗겨야 했다. 또순이는 방금 나무에서 딴 부드럽고 하얀 호두 속살을 먹고 싶어서 연두색 딱딱한 겉껍질을 벗기기 위해서 돌로 찧고 발로 뭉개고 나무로 애써 문지른 다음에 겨우 호두 한 알을 얻어서 딱딱한 속 껍질을 깨고 뽀얗고 하얀 호두 속살을 그야말로 얻어먹었다. 때로는 큰 집 앞에 흐르는 조그만 시냇물에 가지고 가서 돌로 깨고 문..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