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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풍 나무 앞에서 >
단풍이 오는지도 몰랐다.
집 앞에 은행나무가 노오랗게 물들어도
은행잎이 다 떨어져서 빈 가지만 남았어도
우리랑은 상관없는 하루하루라고 생각했는가부다.
대문을 열고 밖을 내다보니
아파트 뜰에 빨간 단풍 나무가
햇볕을 받아서 눈부시게 빛났다.
음식쓰레기를 들고 나가서
음식 쓰레기통에 버리고
단풍 나무 앞으로 다가갔다.
단풍 나무를 찍고 또 찍고 찍어도
오후 햇살이 가득 들어찬 단풍나무를
제대로 찍기가 어려웠다.
어느 순간 햇볕이 가득한 단풍 나무를 찍었다.
단 한그루의 단풍 나무였지만
내 손에 들려 있는 작은 핸드폰이
눈부신 빨강색으로 빛을 뿜어 내고 있는 것을 붙잡았다.
우리의 일상도 그런 것이 아닐까?
그저 그날이 그날 같은 일상 속에서
일상의 연결 속에서 무심코 살아가다가
어느 순간 일상의 문을 열었을 때
눈부신 빛살들이 가득 비쳐 오는 날.
한때의 빛살들이 순간처럼 지나가지만
분명 볼 수 있고, 느낄 수 있는 순간들이라
붙잡을 수는 없었지만 그런 때가 있음이라.
눈부신 빛으로 뿜어져 나오는 그런 순간들이 누구나 있을 것이라.
다만 보지 못하고 발견하지 못했을 뿐.
햇살이 가득한 빨간 단풍 나무를 발견하고
찍을 수 있었던 것 처럼
우리 일상에 가득한 빛으로 다가오는 순간을
기적처럼 발견할 날이 있을 것이라.
가을은 지나가고
빨간 단풍 나무의
단풍도 지나가고
우리의 삶도 지나가고
일상도 흩어져 가겠지만
빛으로 가득찬 순간을 발견할 수 있는
깨달음의 눈이 열리면 좋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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