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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소리를 찾아서 >
아침이면 창밖에서 들리는 새소리가 있다.
그해에는 유난히 삶이 피폐했다.
어디론가 떠나서 자연 속에 파묻히고 싶었다.
그럴 수 없다는 걸 너무 잘 알기에 더 힘이 들었다.
해마다 봄이면 뜯으러 가던 봄나물
벌금다지도 한번 뜯지 못한 해였다.
어떻게 저렇게 사람들은 편할까?
어쩌면 저렇게나 사람들이 행복할 수 있을까?
한여름인데도 허한 가슴 속으로 냉기가 스며 들었다.
그해 여름 수련회를 가서
새벽 바람에 이끌려 숲가에 섰을 때
몰려 다니는 새소리를 들었다.
새소리들은 저 깊은 곳에서 시작하여
하늘까지 닿을 듯 재재 거렸다.
재재 거림은 뭉쳐서 올라 가다가 사라졌다.
소리를 낼 수 있을까?
노래를 부를 수 있을까?
아직까지 할 수 있을까?
폐렴에 걸렸다가 회복되고
우울증의 산을 넘고
상실의 아픔을 이겨내고
아직도 노래를 부를 힘이 있을까 싶었는데
노래를 부르고 있다.
아무도 들어 줄 것 같지 않은 노래지만
최선을 다해서 부르고 있다.
이제 아침이 오면 새소리를 찾아서
새소리를 들으려고 귀를 기울인다.
아침이면 창밖에서 들리는 새소리가 있다.
오늘 아침에는 특별히 재재 거린다.
잊지 않았다는 듯 천상에 화합으로 재재 재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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