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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순이 : 9시 3분 출발임 10시 10분 도착임
쫑숙이 : ㅇㅋ 역으로 나갈게
또순이 : 방금 부쳤어요. ^♡^
쫑숙이 : 네 ~ 받았어요 ♡
또순이 : 감사해요 ~ ^♡^
또순이 : 9시 3분 기차 눈 앞에 그냥 지나가더라 헉헉헉 ㅋㅋㅋ
9시 29분 기차 탑니다. ㅠㅠㅠ
또순이 : 기차 스윽 ~ 기차 스윽 ~ 눈앞으로 지나갑니다.
~ ㅠㅠㅠ 돈이 날아갑니다.
ㅠㅠㅠ ~ 새로 끊었습니다.
~ 반환 수수료 뺏깁니다.
~ 찬물 마시고 정신 차리고 화장실 다녀옵니다. ㅋㅋㅋ
쫑숙이 : ㅋㅋ 잘했어요. 그럴 수도 있죠.
또순이 : 10시 36분 도착
쫑숙이 : 네
또순이 : 레벨 100으로 뛰다가 멈추려니 나오는 온갖 신음소리 들어 보셨음? 뜨거운 속에다 갑자기 냉수 부어 넣었더니 위경련 일어날 뻔함
ㅎㅎㅎ
이제 기차 탔음
쫑숙이 : ㅋ 나이 먹어서 이제 조심해야지. 미리미리 준비 ㅎ
또순이 : 내가 보통 9시에 일어나거든 도로 쪽에 차대서 경찰차가 빼백거려서 놀라서 일어나니까 8시여 상상됨?
차 빼고 설거지하고 이빨 닦으면서 세수하고 머리 감고 옷 갈아 입고 엄마 드릴 곰국 챙겨 짊어지고 30분 전에 나서기는 했는데.
쫑숙이 : ㅋ 고생했어요.
또순이 : 청춘이 아니더구먼 ~ 출근시간이라 차가 막히네
~ 그래도 용케 시간 전에 달려왔는데
~ 주차장을 좀 멀리 들어갔나 봐.
~ 가까운데 댄다고 댔는데
~ 차에서 내리는데 내 9시 알람이 울리는 거야. 미친 듯이 뛰었는데 달리기 실력이 예전 같지 않더라
~ 그래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달렸지야
~ 자동문이 알열리드만 왔다 갔다 10초 허비
~ 통과. 또 뛰어야는데 도저히 못 뛰겠어.
~ 미친 듯이 걸었어야.
~ 움직이는 에스칼레이터 ~ 타야 움직이니까 ~ 10초 허비
~ 움직이는 계단 뛰어 올라가는데 꼭대기에 도착하니까 기차가 지나 가네.
~ 와우
~ 기차야 멈추어 다오
~ 내 기차야 멈추어다오
~ 우리 인연은 여기까지 인가 보우
~ 당신과 나의 인연은 이렇게 끝나나 보우
~ 안타까워라
~ 오 나의 기차
~ 그렇지만 다음 기차 있지요.
또순이 : 포기하고 싶은 마음 추슬러서 끝가지 달렸는데.
자동문이 안 열려 팔을 미친 듯이 흔드는데 안 열려.
왔다 갔다 이 쪽문 저쪽 문 또 10초 허비
~ 아악 소리 질러
~ 그렇지만 소리 지르면 안 돼요
~ 기차야 멈추어 다오 ~ 안 멈춰.
쫑숙이 : 헌 차 지나가면 세단차 온다. 그만큼 했음 엄청 잘한겨.
쫑숙이 : 동광장 쪽으로 나와요.
쫑숙이 : 원래 나오는데 반대쪽요.
또순이 : 큰 소리로 신음 소리 내면서
~ 헉 헉
~ 신음 소리 거기까지 들리지여
~ 움직이는 계단 서 있는 거도 힘들어 난간에 기대어
~ 허억허억
~ 근데 어떤 잘생긴 놈이 또 지나간 기차를 탄다고 미친 듯이 올라 오는 겨.
~ 그 와중에 오지랍이 넓어서 간섭
~ 기차 지나갔어요.
~ 순한 눈이 끔벅끔벅
~ 지나갔어요?
~ 네 늦었어요
~ 정확하게 출발하네
~ 허억허억
~ 그래도 움직이는 계단이라 젊은 남자 내 옆을 지나 끝까지 올라가야 하는구먼
~ 표 반환하러 가야 해요
~ 남자 바로 내려가는 계단 타고 내려오네
~ 허억허억
~ 무슨 소린가 싶어 계단 앞을 지나가던 역무원이 휘휘 둘러보네
~ 허억허억
~ 저 여자가 내는 소리인 가베
~ 주머니에선 9시 알람 소리가 계속 울려 끌 생각 못혀
~ 허억허억
또순이 : 계단 내려와서 알람 끄고 창구에 가 섰어.
내 뒤에 서 있던 남자가 재빠르게 빈 창구로 가서 반환하고 새로 표 끊는데 9시 29분 광명역
~ 았싸
~ 9시 29분 기차가 있구먼
~ 야호
~ 바로 남자 쪽 줄에 섰지. 내 앞에 창구에는 웬 할머니가 니밀락 내밀락 안 바쁘니까 역무원 아가씨랑 노닥거리는 것처럼 보이더라고
~ 남자가 표 끊는 창구 쪽으로 가는 게 유리하겠네.
또순이 : 잘 생긴 젊은 놈 반환 수수료가 8900원인가?
또 카드로 반환된대.
그 사이 남자한테 전화 오드라.
순한 남자답게 조용한 목소리로 이어폰 귀에 장착 한체로
~ 이따 전화할게 하고 끊더구먼.
~ 요즘 남자들은 정말 여자보다 말도 더 조용조용하게 혀.
~ 남자들의 포효 시대는 갔어.
~ 외 할아버지 천둥처럼 고함치는 거 들어 봤음?
~ 아 이제 남자들의 포효는 옛날이야기여.
~ 지나간 시대지럴.
요즘은 조용조용 상냥한 남자가 대세여.
~ 남자는 순한 눈을 꿈벅 거리며 창구를 떠났어
~ 나는 창구 앞에 섰지.
수수료 4800원입니다.
남은 금액은 카드로 반환됩니다.
포인트로 드릴수 있는데요. 포인트로 하시겠습니까?
속으로 구시렁 뭔 수작여 현금 주셔요.
수수료 금액만큼 포인트를 준다는겨 아님 남은 금액을 포인트로 준다는 겨 알아서 하세요.
네? 아니요 현금 달라고요.
역무원이 소통 불가라는 표정인가 뭔가.
~ 대전 가는 표 주세요.
~ 폰 받아서 찍찍 찍고 앞에 두네.
핸드폰 집으니까 이제 가져가셔도 됩니다.
카드 주세요.
9시 29분 기차입니다.
기차표 받아서 움켜쥐고 곧바로 화장실행 ~
아 목 마르다.
난 여전히 목마르다.
뭘 마시지?
커피는 빈속이라 안되고 이온 음료가 좋은데 이온 음료 살까?
귀찮네 그래도 물이 최곤데 김밥 집에서 한잔 얻어 마실까?
와우 저쪽 갈비탕 집 앞에 정수기가 있네 고마워라.
갈비탕 집에서 설치한 건가?
그럴라고 울산역에서 설치한 건가?
아무렴 마실수 있으니까 감사하지
~ 종이컵 꺼내서 한잔
~ 두 잔
~ 세잔
~ 뜨거운 물 섞고 싶지만 화상 입을까 싶고 찬물이 시원할 거 같으이.
또순이 : 찬물이 속은 시원한데 갑자기 뜨거운 속에다 찬물을 부으니 배가 싸해지네 배 아프면 안 되는데 찬물을 갑자기 너무 마셨나?
뱃속이 약간 으르렁 거려 손을 배 위에 얹고 안 아프게 해 주세요.
~ 순간 안수 기도
~ 기차 탈 땐 보통 도넛을 사는데 오늘은 도통 생각이 읎넹
~ 입속이 깔깔하니 배도 약간 아픈 듯하고.
또순이 : 통과 / 플랫폼으로 나가서 기다리는 박스 안으로 가려는데 종종 기차 탈 때마다 롯데리아 커피에 던킨 도너츠와 플렛홈 스낵 삼박자에 이끌려 스낵 가게 앞에 습관대로 서 있는데 하나도 안 끌려.
그 좋던 콘칲도 싫어 싫어.
또순이 : 박스 안에 들어가서 너한테 메시지나 보내야지.
또순이 : 지금 기차 타고 가면서 계속 읊고 있어.
또순이 : 블로그 자료로 쓸 거임
또순이 : 역시 집 밖에 나와야 쓸걸 건질 수 있어.
2주 동안 40년 전 이야기 끌어다 쓸라니까 옛 생각도 나고 님들 뭐할까 궁금하기도 하고.
살아는 있나?
잘 살고 있나?
괜히 궁금해서 인터넷 뒤지고 그러다 지금 탈출해서 현장 르포로 쓰니까 조타.
또순이 : 네가 읽어 줘서 조타.
또순이 : 벌써 10시 18분여 10분만 더 가면 대전여 좋은 세상? 인가?
돈드는? 세상인가?
하여튼 쓸 만큼 돈이란 게 있으니까 좋네.
또순이 : 열나 블로그 써서 또 다른 경제 활동할 수 있다는 게 감사하지요.
또순이 : 우리가 이런 세상에 살고 있네 ㅎㅎㅎ 대단한 세상에
~ 한 시간 만에 대전 도착 혀
~ 쓰다 보니까 대전에 도착하고 10분 안에 도착한대요 이런 세상에 ~ 이런 세상에 살고 있어요.
초등학교 때 수학여행 가려고 시외버스 타고 와서 옥천역에서 증기기관차 타던 생각난다여
~ 초등학교 교복인 깜장 물들인 인민복 같은 교복 입고 칙칙폭폭 증기가 올라가는 기차 탔었지 태어나서 처음으로 기차를 본 아이도 있었어.
그래도 난 많이 타보진 않았어도 처음은 아니었으니까(69년도넹)
52년 전 이야기여
~ 엄마 무서버 ㅠㅠ.
또순이 : 뒷좌석 50대 부부가 꼬무락 꼬무락 부스럭 부스럭 꾸시렁 꾸시렁.
또순이 : 그런데 수학여행 갈 때 엄마가 신식 가방이라고 서울에 사는 뚱땡이 이모가 사다 준 빨간색 007 가방 가져가라고 해서 들고 가는데
아 ~ 진짜 촌발 날렸어.
또순이 : 서울 시내를 까만 인민복 초등학교 교복 입은 애들이 줄 서서 가는데 나도 촌발 날리는 깜장 물들인 둥근 카라에 옛날 공순이들이 입던 여학생 교복 입고 빨간색 007 가방 들고 진짜 촌발이 장난 아녔어.
ㅋㅋㅋ 지나가던 애들이 내 가방을 가리키면서 와 쟤는 책가방을 들고 다니네. ^^
또순이 : 아마 뚱땡이 이모는 서울 애들이 들고 다니는 책가방이라고 사 왔는데 시골 애들은 다 책보자기에 책 싸서 허리에 질끈 동여매고 다니니까 창피하다고 빨강 007 가방 안 들고 다녔어.
시골에서 그 가방 들고 다니면 등교하는데 헬리곱타 타고 가는 거랑 비슷하려나?
엄마가 가방 이쁜데 안 들고 다닌다고 수학여행 때 가져가라고 한 거 같아.
그래도 서울 애들이 와 쟤는 책가방을 들고 다니네 하고 손가락으로 갈키면서 지들끼리 말할 땐 진짜 창피했어.
대전 역에 곧 도착한다고 안내 방송 나오네,
또순이 : 나오면서 보니까 아까 같이 기차 놓친 순한 남자는 컴퓨터 켜 놓고 일하고 있네.
또순이 : 아까 내 옆 자리에 젊은 남자는 옷 뒤집어쓰고 자는 거 같더니 잠이 안 오는가 봐 벌떡 일어나 나가게 길 만들어 주네.
잠 안 오면 공부를 하지.
하긴 유튜브 보면서 희희낙락하더라.
순한 남자처럼 공부 열심히 할 애로는 안보였어.
이제 기차에서 내렸어.
또순이 : 기차 15호에 타서 올라가는 길 찾는 것도 머네.
또순이 : 계단 찾아 걷는데 벌써 기차가 떠나네 와우
빨라 빨라 빨라.
또순이 : 기차 안에 여자 역무원이 먼 투쟁 구호 적힌 조끼 입고 일하네.
또순이 : 지난번 10년 동안 복직 투쟁했던 여자 승무원들 복직시키고 나서
ㅡ 우리는 임시직이 싫어요. ㅡ,
ㅡ 우리는 하청업체가 싫어요ㅡ
임시직이나 하청업체가 좋은 사람이 어딨어.
10년 동안 투쟁했더니 복직되네?
우리도 투쟁해보자.
되면 좋고 안되면 말고.
또순이 : 카페 해 보니까 무료로 준다고 끝나는 게 아니더구먼 이쁘다고 무료로 한번 주면 다음엔 왕창 데려와
~ 공짜 준다 자랑하고 왕창
~ 공짜로 실컷 이용하고 공짜 안 준다면 딴 데 가서 돈 내고 사 먹으면서 공짜 주다가 안 준다고 욕햐.
또순이 : 이런
~ 세상에 그런 거였어.
인간 욕심 끝없어.
초등학생들도 인간이었어.
그저 귀엽기만 한 인간 아닌 인간이 아니었어. ㅋ
또순이 : 동광장으로 나왔어.
어디로 가야 함?
나의 사랑 나의 도시라는 빵봉투 만드는 빵집 지나서 대전역 안을 지나서 동광장으로 나왔어.
석이 만났어.
쫑숙이 니 차 저기 서있는 게 보이네.
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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